빨강머리앤 속에서는 빅토리안 시대 농촌 지역에서 이뤄지던 신앙교육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마릴라를 비롯하여 교회학교와 주위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당시 어떤 방식과 어떤 신앙관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빨강머리앤 원서 7장 속에 나타난 특히 당시에 통용되던 신앙교육 자료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앤을 입양하기로 결심하고 마릴라가 앤을 집으로 데려와서 다시 방에서 재우기 전 앤과 대화하는 장면 속에 등장한 교리문답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마릴라는 앤이 하나님을 믿는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묻고 그에 앤은 반사적으로 바로 아래와 같이 답변합니다.
God is a spirit, infinite, eternal, and unchangeable, in His being, wisdom, power, holiness, justice, goodness, and truth. ANNE OF GREEN GABLES (CHAPTER 7: ANNE SAYS HER PRAYERS)
이 답변은 아주 모범적인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1674)에 나오는 답변으로 "하나님은 누구인가"(What is God)란 질문의 답변으로 기록된 표현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은 당시 캐나다 개신교계 안에 가장 기초되는 신앙교육 서적이었으며 교회와 가정을 통해서 이 교리문답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의 기초 신앙교육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집집마다 소요리문답서를 갖고 있는 집도 많았으며 혹 없더라도 주일학교에서 배우고 암기하여 숙지하는 것이 당시의 신앙교육의 기본이었기에 앤 속에서도 매우 당연하게 바로 대답이 나오는 것으로 그려져있습니다.
이어서 마릴라는 앤에게 기도해보라고 시키고 앤의 기도를 듣고나자 심각하레 걱정하면서 앤에게 앞으로 어린이 기도문을 외우게 해야하는지 로민에 빠지며 아래와 같이 생각했다고 나옵니다.
Marilla felt more embarrassed than ever. She had intended to teach Anne the childish classic, 'Now I lay me down to sleep'. ANNE OF GREEN GABLES (CHAPTER 7: ANNE SAYS HER PRAYERS)
이 때 여기서 등장한 <Now I lay me down to sleep>은 아주 고전적인 영미권의 어린이 기도문으로,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17세기 말부터 개신교 공동체에서 공유되다가 어린이 잠자리 기도문의 모범으로 공유되던 기도문입니다.
다만 구전되는 방식으로 전해지다가 교단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알려져서 정확히 어떤 기도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체로 그 양식이 서로 유사한 형태로 공유되었던지라 아래 유명했다고 알려진 초기 개신교 어린이 기도문들을 소개해 봅니다.
가장 오래된 출판본으로 알려진<The Protestant Monaster>(1698)에서는 아래와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Upon lying down, and going to sleep.
Here I lay me down to sleep.
To thee, O Lord, I give my Soul to keep,
Wake I ever, Or, Wake I never;
To thee O Lord, I give my Soul to keep for ever.
<The New England Primer>(1750) 버전에서는 아래와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Now I lay me down to sleep,
I pray the Lord my Soul to keep[;]
If I should die before I 'wake,
I pray the Lord my Soul to take.
가장 널리 통용된 것으로 알려진 기도문 양식은 아래와 같으며 아마도 앤에게 가르쳐야하나 생각한 기도문의 보범은 아래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Now I lay me down to sleep, I pray the Lord my Soul to keep[;] If I should die before I 'wake, I pray the Lord my Soul to take.
다소 오늘날 생각하기엔 죽음이 언급되어 있어 무거워 보이기도 하지만 당시의 높은 사망률과 짧은 평균수명을 고려할때에는 굉장히 실용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진 기도문이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 기도문은 1945년에 출판된 어린이 기도서에서도 여전히 대표 잠자리 기도문인것을 고려할때 아마도 그 당시에도 여전히 이 버전의 기도문으로 아이들 기도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는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쭉 오래 사랑받아온 영국계 개신교 어린이 교리교재인 <The Peep of Day; Or, A Series of the Earliest Religious Instruction the Infant Mind is Capable of Receiving. With Verses Illustrative of the Subjects(1817)> 를 뜻합니다.
이 책은 영국의 Favell Lee Mortimer가 어린이 신앙교육을 위해 쓴 최초의 교리교육책으로 1817년 출간된 이후로 지금도 영미권에서 계속해서 신앙교육의 고전으로 사랑받는 책입니다.
아이들이 질문할 만한 다양한 주제로 구성되어있으며 주제마다 짧은 문답 혹은 이야기를 통해 교리교육을 할 수 있도록 작성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