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택일때는 출퇴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없어서 그런지 긴 호흡의 무엇인가를 연속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했다. 가령 두꺼운 책 읽기라던가 교향곡을 한 호흡에 듣거나.
하지만 이제는 남은 것은 일주일에 한번 소주 한병에 말러 2번을 틀어놓고 술을 퍼마시는 나. 통근버스에서 만화책으로 위로 받는 내가 있다. 일 할때는 클래식보다는 5분 이내의 곡을 잔뜩 선곡한다. 특히 락음악. 사람의 취향이란 그렇게 쉽게 바뀌는것이 아니란것을 많이 깨닫고 있다. 10대때 듣던 노래를 지금도 듣고있는걸 보면 말이다.
#2.
그래서 요새 사람들이 간편하고 짧은 것을 찾는건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디인가에 끈덕지고 길게 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 투자할 시간이 많다는 것은 아마도 지갑이 넉넉하거나, 할 일이 없다는 의미겠지... 아니면 둘 다 거나. 보통의 상황이면 무엇인가에 끈덕지게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없는것이 맞을것이다.
#3.
그 덕분에 세상에 대한 통찰은 아주 협소해지고 있다. 세상을 관찰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 반대로 불면증 같은 쓸데없는 고뇌는 사라졌지만.. 이래서 우울함은 천재들의 필수템이었던가? 남들보다 예민한 감각으로 세상에 대해서 뒤틀어 볼 수 있는 센서. 정신건강과 통찰력을 바꿨다고 생각하면 조금 슬퍼진다. 모든것은 일장 일단이 있는 법이란 것을 잘 알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