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목숨의 위협을 관심으로 말했다.
1.
얼마 전, 일본에 다녀왔다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경험을 했다.
평소에는 긴자를 거점으로 움직이고 가족과 함께 호텔에서 묵었다만, 이번 여행에서는 혼자만의 여행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게스트 하우스를 잡았던 것이 모든 일의 화근이 되었다.
2.
게스트하우스는 우에노에서 그렇게 멀리 벗어나지 않은 곳에 있었고 평가도 좋았다. 사실 난 이번 여행에서 내가 뭘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박물관과 많은 미술관의 우에노라도 확실하게 조지겠다는 마음을 갖고 우에노 근처의 숙소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게스트하우스는 작은 상점가 한가운데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였고 주인은 딸이 있는 부부였다.
내가 도쿄에 간 날은 날씨가 무척이나 좋지 않아서 첫날 비를 쫄딱 맞은 나는 두 번째 날은 숙소로 빨리 돌아가 상점가에서 밥을 해결하고 긴자로 나갈 계획을 갖고 있었다. 상점가는 전형적인 일본의 상점가로 식당에 가는 것보다 현지 분위기도 살릴 겸 반찬 몇 가지를 사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동네의 작은 상점가라 그런지 오후 5시경이었는데 가게들이 문을 빨리 닫았다. 상점가의 가게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은 상태.
아, 역시 역 앞의 마츠야로 가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어떤 남자분이 나에게 전단지를 내밀었다. "밥 먹고 가."
가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고 나는 빨리 밥 먹고 긴자로 나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뭐 크게 나쁘지 않겠구나 생각해서 파스타로 빨리 때우자 (난 파스타를 무척 좋아한다)라는 생각으로 가게에 들어갔다.
문제는 내 뒤로 전단지를 나눠주던 사람이 따라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가 그 가게 사장이었다. 거기서부터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가게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손님이라고는 나 하나뿐이었다. 빨리 먹고 가자. 작은 상점가인데 무슨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밥을 주문했다.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그는 파스타는 안된다.라는 말 대신에 "막 밥을 갓 지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인즉은 일본에서는 밥을 먹어라라고 권유하는 말과 같다. 그래서 나는 카레라이스를 주문했다. 엄청 피곤한 가게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뭐 그냥 빨리 먹고 가지 라는 생각뿐이었으니까.
그는 나에게 술을 시킬 것을 끈질기게 권유했다. 하지만 나는 다이어트 중이고 무척이나 피곤했기에 술은 마시고 싶지 않았다. 술은 별로 원하지 않는다는 나에게 술 주문을 끈질기게 권유하길래 나는 메뉴판에 있는 아무도 안 주문할 것 같은 '진로'를 부탁했는데 역시나 없었다. 나는 아쉽다는 영혼 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카레라이스가 나오고가 문제였다. 그는 내 옆자리에 앉아 계속 말을 걸고 무언가 일본어로 훈수를 두고 (주로 내 일본어 문법이었다) 작업을 치고 일본에 살 생각은 없는지 등등 어쨌든 작업을 쳤다. 그는 내가 계속 그 가게에 있기를 바랐고 그런 그에게 나는 게스트하우스 사장과 약속이 있다고 했다. 물론 거짓말. 밥을 다 먹으니 왜 이렇게 빨리 먹냐고 물었다.
내가 그 식당에서 밥 먹는 게 불편했던 것은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그 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이며 그가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불안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불안했다. 그 사람의 말을 맞장구 쳐주지 않거나 그러면 칼 맞고 9시 뉴스에 나는 거 아닌가?라는 불안이 나를 음습했다. 가게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나는 밥을 먹고 싶었지 낯선 일본 총각에게 작업질을 당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라는 것도.
어찌어찌 밥을 먹고 - 어떻게 나는 그 상황을 벗어나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3.
게스트하우스에 오자마자 나는 게스트하우스 사장을 찾았다.
나는 이 일을 게스트 하우스 사장과 공유하고 싶었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게스트하우스 사장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같은 여자로서의 촉이었을까? 그때 게스트 하우스에서 글을 쓰고 있던 내 옆에 있는 프랑스인 여성 - 마조리가 나에게 물었다. 너 무슨 일 있었니?라고. 나는 서투른 영어로 마조리에게 내가 게하 근처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왔다고, 그 가게 주인에게 무척이나 안 좋은 경험을 하고 왔다가 전했다
그녀는 차분하게 혼란으로 정신이 없는 내 이야기를 전부 들어줬고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올 때까지 나와 함께 있어줬다. 그리고 자기 역시 그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인이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을 보았으며,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해줬다.
게스트 하우스 사장이 오고 나는 게스트 하우스 사장에게 그 문제의 식당 주인이 나에게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그 상황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말했다. 게스트 하우스 사장은 (부부 둘 다) 나에게 그 레스토랑 사장의 행동에 대해서 "아, 작업당했구나. 이야 대단한데~"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아니 나는 그 상황이 너무 불편하고 그 사람이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불안해 보였어. 다시 이야기했다. 이 상점가 사람이잖아. 어떤 사람인지 나는 알고 싶어. 나는 외국인이니까 그냥 듣고 흘릴 수 있어. 사실을 말해줘. 어떤 사람이야?라고 묻는 나에게 그는 그를 잘 모르는 척했다.
나는 그 말이 100%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상점가는 무척이나 작았고 게스트 하우스 사장은 16년부터 그 상점가에 있었다. 상점가 특성상 서로서로의 가게를 모른다는 것은 일본의 특성상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 무엇보다 가게를 구글 리뷰로 찾아보니 이미 그는 전단지로 같은 동네 사람을 위협하여 열받은 일본인이 한 달 전에 리뷰를 남긴 것을 봤다. 절대로 동네의 사람이 몰랐을 리가 없다.
나는 그의 태도에 무척이나 당황했다. 왜냐면 한국이라면 "그 쉐키가 그랬단 말이야? 내가 가서 한마디 해둘게. 아니면 상점가 사람이랑 이 정보를 공유할게!"라고 했을 거고 나는 그런 반응을 기대했으니까. (정말 그가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내가 겪은 일을 하나의 남녀 간의 치정? 사건으로 치부하는 대신에 말이다.
그와 대화가 끝나고 내 옆에서 그와 나의 대화를 보던 마조리가 나에게 물었다.
"게하 사장이 정말 너의 말을 이해했어?"
"게하 사장이 그를 잘 모른다고 말해. 하지만 난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나는 미조리에게 불안한 나와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며 내일 우에노의 한식당에 같이 갈래?라고 물었다.
4.
다음날 우에노의 한식당에서 만난 마조리의 직업은 알고 보니 다큐멘터리 감독이었으며 - 그는 다큐멘터리 일로 일본에 와 있었다. 그녀는 전 세계를 여행하는 - 여행자였다.
그녀는 어제 내가 겪은 일에 깊은 공감과 동시에 자기 역시 벨기에에서 비슷한 일을 겪은 경험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자기가 벨기에의 한 지하로를 걷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정신이 불안정해 보이는 술에 취한 사람이 그녀에게 작업을 걸었고, 자기가 그를 거절했더니 갑자기 그가 돌변하여 자기의 목을 조른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녀가 목이 졸리고 있었고 도와달라고 - 지나가던 남성에게 도움을 말을 걸었는데 그 남성이 그녀가 목이 졸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아... 죄송해요... 전 엮이기 싫어요."라는 말과 함께 그 자리를 황급히 피하더란다.
그녀는 아직도 그때의 악몽을 꾼다고 했으며 목을 조른 새끼도 화나지만 보면서도 도와주지 않은 그 남자의 표정이 계속 떠오른다고 하였다.
5.
우리는 여성으로 겪는 여러 가지 폭력.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 사실을 쉽게 외면하는 사회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했다.
나는 마조리에게 내가 진짜 충격받은 것은 그 미친 레스토랑 사장보다 게스트하우스 사장이라고 했다. 그는 딸이 있고 - 딸이 곧 커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인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외면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무엇보다 나는 외국인이라서 그렇다고 치고 일본의 여성들은 저런 위협을 수도 없이 겪고 있을 텐데 어떻게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과 함께.
그녀 역시 확실하게 그것에 대해서 공감했다.
전 세계의 많은 여성들이 원치 않는 성적인 관심. 그리고 그 기변에 깔려있는 과거에서부터 이어 내려온 여성이 남자들보다 하등 한 생물이고 - 그렇기에 그들의 관심에 언제나 기꺼이 생각해야 한다는 점. 그런 것이 길에서 원하지 않는 여자에게 집적거리는 형태로 발전되었다는 점.
일본이라는 큰 나라 - 도쿄라는 대도시에서도 치안이 불안하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충격.
전 세계 여성들은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우리는 그것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점.
다음 세대의 여자아이들은 좀 더 멋진 - 삶을 살 권리다 있다는 점도 말이다.
2.
긴자의 바에서 마조리와 한잔 하고 나온 길.
히비야 선을 타러 가던 중에 (지하철) 술 취한 일본인 남성 둘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또 그놈의 빌어처먹을 은혜였다.
-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