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10여 년? 8년 전의 내 사진을 볼 일이 있었다.
나는 지금보다 15kg 적었으며 어느 사진을 봐도 어딘가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쩍 마른 데다가 얼굴에서 사연이 가득해 보였다. 정말 다른 사람 같더라.
사실 나는 과거의 나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어딘가 뚝뚝 끊어진 듯한 기억들뿐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학대와 우울로 가득해서 그렇다고 치고 20대 때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뭐, 그때도 우울과 말라서 쩍쩍 갈라진 마음을 가지고 살아서 그런가. 뇌에서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라고 하는 건지 그렇게 그 시간들이 나에게 의미가 있지 않아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감정에 지나치게 솔직하고 예민하고 성질머리가 돌아버린 여자아이였지만 많이 울고 나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때마다 그냥 어설프게 웃고 넘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면서 인간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내 마음 같지 않은 가족관계로 고통받고 소리 지르고 내가 변했음을 인정받고 싶어서 수많은 시간을 탕진했다. 뭐가 되었던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아주 많이 달랐다. 예민하지만 선하고 세상과 소통을 원하고 무엇보다 동화를 믿었다.
낭만이 가득하고 사랑을 믿었던 그 여자애는 어디로 간 걸까? 난 지금도 알고 싶다. 분명 사랑이 나를 구원할 거라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아무도 나를 구원해주지 못했고 (그게 부모라고 하더라도) 갈 곳 없는 마음과 실망으로 자해하듯 나는 나를 망가트렸다. 나는 무척이나 외로웠다. 뭐 지금이라고 안 외로운 건 아니다만. 결이 좀 다르달까. 그때는 매우 극단적이었으니까.
순간 지금 내가 그때의 나를 본다면, 사랑에 빠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비명을 지르는 듯한 마음의 고통. 사랑을 의심하면서도 누구보다 사랑을 믿고 싶어 하는.
아, 나는 정말로 너를 사랑했을 텐데. 네가 이렇게 폐허가 된 세계 한가운데에서도 덤덤한 - 크게 웃는 법을 잃어버린 어른이 되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