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편협한 인간입니다.
나이가 먹으면서 안타까운 점은 스스로가 편협한 인간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제 30대 중반인데 벌써 스스로가 편협한 인간이라고 느끼다니, 내 미래가 조금 걱정된다.
취향이 확실해진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잘 알고 실패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좋아하는 것만 고집하고 새로운 것에는 크게 도전의식을 못 느낀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걱정인 점은, 나 혼자 내 세상에서 편협해지는 것은 상관없는데 다른 사람에게까지 편협해질까 봐 걱정이다. 스스로가 마치 기를 쓰고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 아저씨 같다.라고 생각한다만... 이렇게라도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노력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취향을 쉽게 말하거나 할 수 있으니까. 언제나 나는 내 세상에서만 살고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른 세상을 산다는 것을 계속 주지하고 있다.
이제 와서 편협 방지를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하자니 할 수는 있겠지만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고 실패했을 때 내가 그걸 딛고 일어날 정도의 재력과 시간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나이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나이와 새로운 도전이 가능한 나이. 그 경계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물리적인 나이가 경계는 아니고 뭔가 스스로에 대해서 터득하게 된 시점이 경계인 것 같은데 (또는 세상사에 대해서 환멸을 느끼던 희열을 느끼던 세상에 대해서 터득하게 되는 시점) 드라마틱하게 딱 나눠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서...
새로운 도전이 끊임없이 가능하다면 좀 덜 편협한 인간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어르신들이 어허, 아직 젊어! 더 도전해 봐!라고 하는 말씀이 거 남의 일이니까 쉽게 말씀이 가능하신 겁니다..라는 비딱한 생각을 갖고 있다.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 비추어서밖에 남의 인생을 투영하니까. 본인께선 젊었을 때 이랬다면!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지 몰라도 어르신의 인생과 제 인생이 다른데 어떻게... 도전하는 의욕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조져 먹었을 때의 대미지도, 그 시간 동안 등가교환한 다른 기회나 배움을 생각한다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제가 멍청한 게 아닙니다.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기회비용은 끝없이 뽑아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인생은 덜 편협한 인간이 되냐 매우 편협한 인간이 되냐만 남는 것 같다.
하지만 취향이나 사상이 확고해서 편협한 인간이 될지라도 - 어설프게 무엇을 알고 씨부리는 것 보다야 뭐라도 정확히 알고 다방면으로 습득한 다음에 씨부리는 편협한 인간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뭐 하나 잘 알기도 어려운 시대다. 그럴듯한 말로 있어 보이는 척하려고 노력했던 시기는 뭐 이미 20대 때 다 재미보지 않았던가?
편협한 인간이라도 괜찮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된다.
물론 요새 같은 시대는 손도 다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