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브런치를 할 의미를 찾지 못하여 그만두려 합니다
진짜 무서운 건 소리 없는 탈덕이라던데...
브런치에서 맺어진 좋은 인연들도 있어 펜을.. 아니 키보드를 꺾는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맨 처음 브런치를 했을 때는 뭐랄까...
그냥 대나무숲이 필요했고 제가 겪고 있는 현실들을 블랙코미디로 만들어서 타개하려고 했으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쓸모가 있는 글을 써보자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팔리는 글을 쓰겠다는 생각이 없어서 그나마 여기까지 썼던 것 같아요.
일단 브런치를 접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제가 가독성 그리고 흡인력 있는 긴 글을 뽑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저는 보통 글을 길게 쓰는 편입니다. 요새 같은 시대에 제일 멍청한 짓이죠. 왜냐면 아무도 보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글이 조금이라도 읽히려면 저는 흡인력과 가독성은 필수라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정도의 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은 못 됩니다.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적도 없으며 무엇보다 제가 브런치 글을 쓰는 도구가 자주 바뀌다 보니 글을 쓰는 저도 가독성으로 좀 고생을 많이 합니다.
저는 깔끔하고 잘 읽히는 글이 쓰고 싶어서... 물론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으면 되겠지만 그러기에는 제가 갖고 있는 어휘력의 개성이 없어질 위험 그리고 무엇보다 이걸로 출세하겠다는 생각이 없어서 훈련받는 귀찮음까지 감수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 더 이상 내가 여기에 노력을 할 필요가 없겠구나. 이런 노력은 그냥 네이버 블로그로 끝내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사실. 제가 팔리는 글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책을 내겠다 또는 이 브런치판에서 유명해지고 싶다 생각한다면 제 개인의 사생활이나 경력을 팔면 비교적 쉬웠을 거라 생각합니다. 근데 저는 제 사생활 파는 건 솔직히 제가 경멸하는 행위이고 제가 가진 경력이라고 하기엔 미천한 경력들만 있는 데다 그렇다고 그 경력을 있어 보이는 것으로 재가공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가 세상을 보면서 느끼는 통찰이나 남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은 제 개인의 경험을 솔직하게 쓰는데만 집중했어요. 물론 저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브런치를 보면 제가 어떻게 사고를 하는지 그리고 시간에 따라 그 흐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는 재미가 있어서 아.. 그래도 그만두지 말까.라고 마지막까지 좀 고민을 했습니다. 만.
아 그런 건 그냥 블로그로도 할 수 있으니까.
세 번째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대한 의문입니다.
사실 이 플랫폼에 오래 머물고 글이라도 찌끄릴까 생각이라도 하려면 경우의 수가 두 가지 같습니다.
1. 내 글이 잘 팔려서 인정받는 욕구로 한다.
2. 엄청 재밌는 남의 글이 있다.
근데 1번은 확률이 높지도 않고 이미 실패했으니 차치하고 다른 사람 사는 것이라도 구경 다니고 싶은데 브런치가 생각보다 제가 원하는 글을 추천해주진 않더라고요. 사실 까놓고 그냥 상위버전의 네이트판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글을 실시간 인기글로 추천해 주는 것을 보고...
뭐 저는 대중적인 선택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게 제가 찾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리고 이 쏟아지는 글 사이에서 제가 원하는 것을 마이닝하는데 에너지를 들여야 하냐...라고 묻는다면 놉. 그냥 좋아하는 책을 한 권 더 읽는데 에너지를 쏟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글 100개는 채울까 했는데 그렇게까지 남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나...? 글을 전시를 해야 하나...? 내 글이 나에게는 자기만족 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그냥 브런치의 알고리즘이 사용하는 더미 데이터에 지나지 않는다면 내가 세상에 기여하는 의미가 있나? 란 생각이 들어 절필하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제가 원하는 삶과 취향. 세상에 대해 더 치열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제 마음을 다해 많은 분들의 상처받지 않는 안온한 삶을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