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SBS 공채
sbs 면접 복기
1차 인터뷰
2~3명의 지원자, 2명의 면접관, 1시간
다대다 면접인데, 공통질문은 거의 없었다. 한 사람 씩 궁금한 걸 물어보고, 꼬리질문 던지고. 다 끝나면 다음 사람.
특징
1. 지원서에 적은 내용을 많이 물었다.
ex) EBS기자단에서 뭐했나? 창업해서 상탔던데 무슨 아이템이었나? 창업 성공했나? 왜 실패했나? 지금 다시 도전하면 잘 할 수 있나? 등
2. 자기 소개서 질문은 거의 없었다. 기획안 질문 정도만. (하지만 이건 case by case)
ex) 예상 출연진, 재미는 있는데 어떻게 사람들을 보게 할 것인가? 한 문장으로 시청자를 꼬셔봐라
3. 평소에 모니터링을 많이 했는지, 기획안 재밌는 걸 많이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시사 이슈를 잘 아는 지도 확인했다고 함)
ex) 어떤 방송 좋아하나? 어떤 편이 기억에 남나? 2주 전 방송 봤나? 등
ex) 요새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나? 그걸 기획안으로 한다면? 사람들이 볼 수 밖에 없는 기획안 하나
1분 자기소개
당신은 시사, 교양 중 어디에 더 어울리는가?
영상 조회 수가 높다. 왜 그런가?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나?
브런치에 어떤 글 올리나?
작년엔 sbs썼나? 어디까지 올라갔나?
(여기서부터 질문이 날카로워졌다)
모든 오디션 프로의 클리셰 질문이지만 하겠다. 최종 탈락한 사람에게 묻는 단골 질문이라 미안하다. (밑밥을 잔뜩 깔고 폭풍 질문을 던졌다)
당신 작년과 비교해서 무엇이 달라졌나?
1년동안 무얼했나?
작년에 뽑힌 사람 예측했나?
왜 그들이 뽑힌 이유는?
당신이 떨어진 이유, 분석해봐라.
시사 교양 방송을 보는 사람이 너무 없다. 잘 만들어봤자 보는 사람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교양은 자신만의 영역이 있다. 잘하는 걸 해야 한다. 유튜브나 다른 예능이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방송사가 해야만 하는 일이 교양이다. 이런 식으로 말했더니
꼬리질문. 입사했는데 자꾸 압박이 오면 어떻게 할 건가? 재미있는 거 만들라고? 실제로 매번 압박을 받는다. 무슨 방법이 없겠나?
(…) 최선을 다해 답했다.
유튜브 제작팀을 꾸렸다고 했는데 무얼 기획했나?
인턴 가면 제작팀은 어떻게 할 건가?
세상을 바꾸는 시간의 주인공이 됐다고 생각해봐라. 당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썸네일을 말해 봐라. 흥미를 끌 수 있도록.
그리고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주요 질문은 대여섯 개. 대부분은 꼬리질문이었습니다. 궁금한 걸 바로바로 물어봅니다.
작년과 올해 면접보면서 느낀 건 하나. ‘면접은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입니다.
면접 일정이 잡힌 후부터 하는 준비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평소에 얼마나 피디 마인드로 생각했는가? 입니다.
프로그램 기획과 모니터링을 습관처럼 해왔다면 면접 질문에 답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
면접관이 원하는 건 준비된 답변이 아니라 평소에 얼마나 피디처럼 살아왔는가에 대한 증명이라고 생각하고 면접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기출 질문에 답을 달아보는 것보단,
다음 질문에 납득할 수 있는 답을 계속 고민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 특징들을 증명할 스토리가 있는가?
어떻게 나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답은 아닙니다ㅠㅠ 하나의 의견입니다. 취사 선택해서 도움되시길 바랍니다.
역량 면접
일대다 면접
인사팀 1명 피디 2명
1차 인터뷰에서 작년 최종을 다녀왔다는 걸 말한 다음부터 질문이 날카로워졌습니다.
거기에 진땀을 뺐으므로… 2차 면접은 최종 다녀온 사실을 최대한 숨기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작년에 sbs인사팀 직원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매년 공채엔 이전 공채 면접관을 했던 피디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제가 말하지만 않으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만약 면접관이 최종 경험을 묻더라도, 그 전 질문에서 제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맞춰 답변과 스토리를 준비해갔습니다.
물론, 1년동안 내가 무엇이 달라졌는가?에 대한 답변도 보충해 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면접관 1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년 역량면접 면접관이던 피디가 올해에도 앉아있더군요ㅠㅠ
Q. 1분 자기소개
Q. 이건희 씨 솔직히 까놓고 말합시다. 저 기억나시죠?
네.
Q. 작년과 다르게 많이 긴장하셨네요. 물 한잔 하세요.
(안 떨릴 수가 없었다. 그 피디의 얼굴을 보자마자 당황했으니까;;)
Q. 작년에 제가 좋은 점수를 줘서 최종면접에 올렸던 게 기억 나네요. 숨겨지지도 않으니까 그냥 묻겠습니다. 편하게 답해주세요. 왜 작년과 1분 자기소개가 똑같나요?
-자기소개는 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이야기로 준비했습니다. 작년과 올해가 같은 이유입니다. 다른 답들은 작년과 다릅니다.
Q. 그럼 작년과 달라졌다고 하니 묻겠습니다. 작년과 올해 이건희 씨는 무엇이 달라졌나요?
(결국 1차 인터뷰의 질문의 도돌이표)
Q. 작년에 왜 떨어졌다고 생각하나요?
Q. 그것들을 보완했나요? 어떻게 했나요?
Q. 기획안 얘기를 해봅시다.
Q. 생각해 둔 출연진 있나요?
(1차 인터뷰와 같은 결의 질문)
Q. 기획안의 치명적 단점이 무엇인가요?
스피커 발굴과 캐릭터 구축이 관건이다.
Q. 그 단점이 이건희 씨 기획안의 전부 아닌가요?
Q. 이 기획안의 매력 포인트는?
Q. 기획안에 논리적 모순이 있는 듯하다. (이 질문을 하는 피디는 시사 전문가이자 논리를 사랑하는 사람같았다. 계속해서 논리로 파고들었다)
첫 번째로 2020년의 트렌드를 분석하는 서론과 이 기획안은 찰떡같이 맞진 않는다. 분석 서론이 없어도 이 기획안은 어디다가 가져다 써도 되지 않나? 두 번째로 은퇴한 언론인의 정파성이 과연 사라지는가? 두 개에 답해봐라.
Q. 이 기획안의 목표는 언론의 정파성을 없애는 거라 했다. 그런데 그걸 SBS라는 언론사가 다룬다면 이것 역시 정파성 아닌가?
- 내가 방송으로 없애려는 것은 한국 언론의 과도한 정파성이다. 적절한 정파성은 언론의 특징이다. 언론사마다 논조가 존재하는데 그것마저 부정할 순 없다. 내가 담고 싶었던 것은 다른 언론사 출신 언론인이 사실과 맥락에 따라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그러면 논조에 맹신하는 과도한 정파성을 없앨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Q. SBS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극단적인 보수를 0 극단적 진보를 5로 놨을 때. 위치를 말해봐라.
Q. (인사팀 질문) 군인이 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항명한 건 이상하지 않나?
- (자소서를 제대로 안 읽어본 듯;;) 상황을 설명해줬다. 다치는 사람이 있었고, 병사와 간부 사이 갈등의 씨앗이 될 위험성이 있었다.
Q. 그럼 간부도 같이 뛰자고 하면 될 것이지, 왜 굳이 병사들이 뛰지 않겠다고 말했나?
- 간부들은 지침에 따라 뛰지 않았다. 사실 잘못한 것이 없다. 그걸 짚지 않았다면 간부들은 오히려 기분 나빠했을 것이다. 지침을 바꾸던지, 병사들도 뛰지 않던지 둘 중 하나를 하는 게 모두를 위한 일이었다.
Q. 52시간 이상 근무를 시킬 수도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다면 하겠다. 일한만큼의 보상이 따라주어질 것이니 체력이 허락하는 한 할 것.
Q. 52시간 일 시키고 어떤 보상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하겠나?
Q. 불법인데도 하겠나?
Q. 그럼 자소서에 쓴 말과는 다르지 않은가?
Q. 유튜브 제작팀을 꾸렸다고 했는데, 왜 그걸 안 하나? 레거시 미디어인 방송은 더 이상 메리트가 없지 않나?
Q. 시사 이슈 분석, 쟁점 파악 했다고 했다. 지금부터 물어보겠다.
(면접의 반 이상이 이슈에 대한 질문이었다. )
Q. 부동산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Q. 그렇다면 부동산은 어떻게 잡아야 되는가? 생각해 본 것 있나?
Q. 피디 준비생이 아니라 청년의 입장에서 말해봐라.
Q. 이건희 씨는 서울에서 집을 갖고 싶은 마음이 없나?
Q. 한국의 성범죄 처벌은 약한 편이라 생각하나 적절? 강함?
Q. 왜 그렇게 생각하나? 근거와 이유 대봐라.
Q. 그럼 어떻게 해야 되겠나?
Q. 최근 의사 집단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Q. 도덕적인 생각을 버리고 말해봐라.
Q. 의사들의 입장과 주장을 이해는 하는가?
Q.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해야됐는가?
Q. 오늘 아쉬웠던 것 없나?
시사 이슈만 물어보셔서 다른 점을 못 보여드렸다.
셋 다 웃더니, 이건희 씨가 1년동안 그걸 준비했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시사 이슈 분석과 과감하고 말랑한 기획안을 준비했다고 말했는데…)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크게 기획안, 52시간 근무에 대한 생각, 시사 이슈 세 가지로 나뉘었다. 시사 이슈가 반 이상을 차지했다. 52시간 질문은 작년에도 물어봤다(작년엔 내 기획안이 노동 쇼양이었기 때문). 작년엔 나를 알고 싶어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나를 왜 붙여야하나 검증하는 느낌이었다.
면접관이던 피디가 봐도, 스스로 생각해봐도 작년에 비해 나는 당당하지 못했다. 두번 연속 최종을 올라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말에 쫄지는 않았다. 대비도 철저히 해갔다. 그러나 작년에 날 평가했던 피디를 보고 많이 당황했다. 면접 상황과 질문도 예상을 많이 벗어났다.
이제 와서 후회는 소용이 없다. 나는 이번 면접을 마지막으로 언론고시를 정리하기로 했다. 다만 이 후기를 공유하는 이유는 다른 언시생들이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서다.
탈락한 사람이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로 최종은 내 실력을 인정받은 ‘성적’이 아니다. 얼떨결에 최종에 올라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 때 ‘이거 떨어져도 난 실력이 있다는 말이니까. 앞으로 공채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거야’란 생각을 가진다면 완벽한 착각이다. 방송사의 공채 시스템은 공정하지 않다. 문제와 점수로 이뤄져있지 않다. 그러니 주어진 기회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만약 최종에 처음 올라갔다면, 다음은 없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목숨을 갈아서라도 그 기회를 잡길 바란다.
덧붙이자면, 최종에 다녀온 걸 자랑하는 사람들이 언시생 집단엔 많다. 아랑에서 ‘고차 경험자 다수’라고 쓰여진 스터디엔 수많은 초시생들이 몰려든다. 마찬가지다. 최종에 다녀왔다고 실력이 있는 건 아니다. 고차 경험 역시 그렇다. 오히려 처음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좋은 평을 받고 쭉쭉 올라가기도 한다. 그러니 초보 언시생들이 소위 말하는 실력자들의 피드백이나 카더라 정보에 상처받거나 흔들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이미 최종에 다녀온 언시생이라면 고심하는 걸 추천한다. 내가 겪은 바로는 같은 방송사의 최종을 두번 가는 것은 정말 어렵다. 갈수록 줄어드는 공채의 문이니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두 번째 도전에선 피디들은 나를 궁금해하기 보단, 나를 왜 ‘굳이’ 한번 더 올려야 하지?라고 묻는다. 거기에 답을 해야 한다. 면접관을 완벽히 설득할 수 있는 답이어야 한다. 잘 준비해 가셨으면 좋겠다.
준비가 어렵다면, 내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다른 길을 고민하는 것도 추천한다. 어떤 꿈을 간절히 바랄수록, 꿈을 접는 일이 더 아프다. 다른 길을 고민하는 과정은 진통제가 된다. 혹시 안 될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하시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적어본다.
나는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그래서 좋다. 결과보단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해왔으니, 그 말을 지키려 한다.
물론, 마음은 여전히 찢어질 듯이 아프다. 좋은 피디가 되어 꿈꾸던 삶을 살고 싶었다. 2년을 꽉 채워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했다. 그 목적지가 사라지는 경험은 어떤 말로도 형용되지 않는 아픔을 동반한다. 그걸 30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
그러나 동시에 내 삶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내가 쌓아온 생각, 적어온 글, 나만의 시선 그리고 함께 준비한 동료들. 이 모든 걸 평생 들고 갈 참이다. 나는 피디가 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더 좋은, 더 많은, 더 낭만적인 언론인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내가 꿈꿨으나 이루진 못한 세상을 그들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다른 길에서 그들과 같은 결의 삶을 살면서 평생을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