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이었다.
단골집 몇 개 리스트업 하고 골목을 기웃거리다 급히 노선을 변경하고 찾아간 곳은 바로 이곳 개성순대국이다.
원래 1층에서 테이블 네 개로 운영하던 찐 노포 순댓국집인데 최근 2층으로 이사했다.
제법 규모는 커졌지만 동네 분위기 상 이사를 가도 노포 느낌이 진하다.
비 오는 날 진한 한우사골 국물이 당긴 건 아니고 수육에다 소주 한잔 하는 게 갑자기 당긴 탓이다.
역시 이번에도 탁월한 선택이 됐다.
사실 순댓국 가격만 보면 착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양과 맛을 확인하는 순간 가심비가 딱 떨어지는 걸 알 수 있다.
우린 계획했던 대로 수육을 주문했고…
서비스로 주신 한우사골 국물에 냉큼 소주를 털어 넣기 시작했다.
술이 목적인 건 아닌데 맛난 안주 앞에 있으면 내 손은 자동으로 움직인다.
파가 잔뜩 들어간 사골국물이 사진으로도 확인될 것 같다.
진한 국물에 입맛을 다시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수육을 앞에 두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또 사진을 촬영하는 나.
이미 나의 그런 모습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분.
젓가락을 든 채 의례히 하던 꼴을 지켜보시는…
수분이 빠져나가기 전의 수육이 정말 좋다.
보들보들, 야들야들
적당히 익은 부추와 함께 먹으니 안주 한 점, 소주 한 잔이 자동이다.
양이 은근히 많았지만 바닥을 비웠다.
사골국물은 다 먹지도 못했다.
1차는 간단히. 2차는 호프로 이어졌다.
역시 장충동 일대엔 맛집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