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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흐르면 죽지 않는다

흐르는 강물처럼, 비엣남

by 루파고

베트남은 처음이지?

넵!


처음이라 그런지 모든 게 새로웠다.

오래전 전통복장인 흰색 아오자이로 자전거 출근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다.

자전거 하면 베트남 아니었던가?

오랜 기억만 가지고 있었던 베트남과 사업적 인연이 닿아 이번에 처음으로 하노이를 방문하게 됐다.

그런데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나의 기억은 순식간에 소멸되고 말았다.

물론 그런 모습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자전거는 온데간데없고 오토바이로 교체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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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되어 도착한 공항엔 역시 차가 많았다.

이제 가을로 접어든 하노이의 밤공기나 얼마나 시원했는지 모른다.

여름 지나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추위가 닥친 서울 대신 하노이에서 가을을 맞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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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간, 커피로도 유명한 베트남의 커피맛을 느끼러 나왔다.

대학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카페도 많고 안경점도 많이 보였다.

자전거를 대체한 오토바이가 끝도 없었다.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많은 베트남.

아마 10년 후엔 또 많이 변해있을 거다.

빈그룹에서 빈패스트라는 자동차 회사에 올인했다는 얘길 들었는데 V 형태의 로고를 단 자동차를 흔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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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가로막은 오토바이들.

황당했지만 금세 적응하고 말았다.

어쩌면 사람보다 오토바이를 위한 공간처럼 보였다.

사람은 오토바이를 피해 가고,

오토바이는 사람을 피해 가고,

자동차도 오토바이를 피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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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지켜본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오토바이가 피하고, 자동차가 피하고, 사람이 피하는 게 아니었다.

서로가 물 흐르듯이 피했다.

사방에서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클락숀 소리가 짜증 났지만 이유를 이해한 후에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었다.

그들은 화를 내지 않는다.

내가 지나가고 있으니 미리 알고 있으라는 예고였다.

피하고 피함에 짜증도 내지 않았다.

원래 그렇게 다니는 게 그들의 룰이었던 것이다.

태생적으로 그렇게 살아왔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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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건물 안에 들어가서 기가 막힌 모습을 만났다.

그 많은 오토바이들 역시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설계부터 자동차를 위한 주차장이 아니었다.

정말 재밌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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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거리, 기찻길카페거리 등을 걸어 다녔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토바이가 인도를 채우고 있으면 사람은 인도를 벗어나 걸으면 된다.

그렇게 튀어나온 사람을 오토바이도 자동차도 꾸짖지 않는다.

계곡물이 바위를 피해 흐르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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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건 상상도 못 했었다.

오토바이 천국에 공유자전거라니.

1,000에 하나 꼴로 자전거를 보긴 했는데 그것도 개인용 자전거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타고 다니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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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 등 배달업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보였는데 이런 내공에 경의를 표했다.

오토바이는 그들의 생활공간이나 다름없었다.

오토바이는 그저 교통수단으로써 역할을 하는 게 아니란 걸 실감했다.

그들의 교통수단이요, 삶의 공간이요, 돈벌이 수단이었다.

아무리 봐도 내공이~

처음이 어색했지 자주 보니 그럴려니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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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좁은 길, 넓은 길 할 것 없이 오토바이가 가득이었다.

난 저렇게 다녀도 사고가 나지 않는 게 너무 신기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픈 좋지 않은 목표가 생겼다.

4일째 되던 날 결국 고속도로 근처에서 목격하긴 했다.

정말 대단한 건, 4차선은 기본이고 8차선 도로를 물 흐르듯이 무단횡단을 해도 무사하게 건너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모두 무심했다.

아무 데서나 유턴을 시전 하던 우리 택시도...

말도 안 되는 왕복 6차선 도로 위 유턴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으니.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면 그를 피해 유유히 비켜간다.

서로가 제 갈 길을 가는데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물 흐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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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걷다 우연히 발견한 요셉성당.

다음날 낮에 다시 갔는데 성당 뒤에도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이 있었다.

진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내년에 베트남의 오토바이가 전기오토바이로 바뀐다는 소문이 있었다.

빈그룹에서 전기오토바이를 준비하고 있다던데...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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