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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명 Sep 28. 2018

Writing is Lighting

보고서가 직장인의 경쟁력이 되는 세 가지 이유

회사에서 선후배인 듯한 직원끼리 나누는 얘기를 무심코 들었다. "아~, 부장님께 보고한 자료 때문에 또 깨졌어요." "야, 진정하고... 깨지는 것도 다 네 연봉에 포함되어 있는 거야." 선배는 후배를 다독일 요량으로 농 삼아 말했는지 모르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직장에서 받는 품삯에 '깨지는 값'이 포함돼 있다면 얼마든지 꾸중을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품삯과 지청구를 넘어서서 훨씬 살벌하다. 직장은 보고서로 인해 곤혹을 치르는 그 후배에게 앞으로 '잔혹사'만 남겨 줄 뿐이다.


직장에서 보고서에 대한 잦은 지적은 작성자의 몸값이 의심받고 있다는 징후다. 논리 없는 전개와 부정확한 표현, 게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문서는 당연히 반려를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반려와 재작성은 기업의 핵심가치인 스피드 경영의 적이다. 직장에서 신속한 업무 처리를 마다할 상사는 없다. 재작성에 시간을 뺏기며 보고서와 씨름하고 있는 직원과, 잘 쓴 보고서로 단번에 결재를 받고 다음 업무를 진행하는 직원 중에서 상사는 누구에게 고과를 더 챙겨 주겠는가?


직장에서 보고서는 핵심 경쟁력이다. ‘Writing is Lighting’이다. 1매 문서를 강요당하는 직장인, 이해하기 쉬운 도큐먼트를 요구받는 직장인에게 보고서는 앞날을 밝히는 등불이고 한 줄기 빛이다. 보고서 작성 실력이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직장인은 승진 누락과 연봉 삭감을 이미 예약한 것과도 같다. 필자의 기억으로 삼성전자 윤종용 전 부회장은 임직원에게 보고서가 직장 내 경쟁력임을 가르쳐 준 CEO였다. 윤 전 부회장은 재직 시절, 자신에게 결재를 받으려고 줄 서 있는 임직원에게 쓴소리를 자주 하곤 했다. "시간 낭비하며 기다리지 말고 결재 문서를 두고 가세요. 굳이 말로 설명을 안 들어도 보고서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는 내용 아닌가요? 단, 이해가 안 될 때는 부를게요." 이쯤 되면 윤 부회장에게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보고서에서 벌써 승부가 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당시 삼성의 간부라면 보고서도 직장 경쟁력에 한몫한다는 것을 깨쳤을 것이다.


보고서가 직장 내 경쟁력이 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보고서는 직장 내 소통을 위해 필요한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경영의 모든 요소들 역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특히 경영에서 소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잘 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기업의 존폐가 달려 있다. 결국 기업 소통의 중심에는 보고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경쟁력=소통=보고서'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좋은 보고서는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과 뛰어난 비즈니스 성과를 약속하는 보증수표다. (Good Writing, Better Communication, Best Business)


둘째, 보고서는 성공의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보고서로 직장인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다. 예컨대 글쓰기를 통해 정보를 제대로 드러내는 사람은 돈(연봉)과 명예(승진)를 한 번에 거머쥘 수 있다. 실체가 없는 픽션을 스토리로 버무려 세상에 선보인 베스트셀러 작가, 무형의 정보를 글쓰기를 통해 보고서, 대책서, 기획서로 만들어 성과를 내는 직장인, 눈에 보이지 않는 과학 정보를 일반인도 알기 쉽게 작성한 연구개발자는 누구보다도 쉽게 성공을 꿰찰 수 있다. 


셋째, 보고서는 블루 오션이기 때문이다. 블루 오션은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블루 오션을 창출한다면 경쟁자 없이 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블루 오션을 창출하고 선점하기란 쉽지 않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블루 오션의 창출과 선점만큼 어렵다. 게다가 직장인에 따라서는 보고서 작성이 무섭고 두렵기까지 하단다. 역설적으로 보고서 작성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블루 오션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내가 가지면 무소불위의 힘이 생긴다. 무섭고 두려운 것이 친구가 되면 큰 힘이 되는 법이다. 직장인에게 보고서는 블루 오션이고 블루 오션은 곧 직장 내 경쟁력이다.


직장인들은 '대기만성(大記萬成, 보고서를 많이 쓰면 성공한다)'이라는 말을 끼고 살면 신상에 이롭다. 보고서를 많이 쓸수록 보고서를 잘 쓰게 되고, 보고서를 잘 쓸수록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져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이제는 보고서로 몸값을 올리고, 보고서로 영전하는 일을 직장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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