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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Nov 27. 2023

한해 두번 한국 방문하기

11월에 3주간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3월에 한국을 다녀왔었기에, 올해 두번째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가지 결심을 했다. 그동안 먹고 사느라 바빠서 놓쳤던 것들을 일부러라도 챙겨보자고. 평소와 달리 미리 항공권 예약을 하지 못하고 조금 늦게 예약을 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항공권을 살수 있는 일정에 맞춰야 했다. 그래서 본의아니게 선택한 항공사는 "터키항공". 이번에 터키항공을 이용하기 전까지는 상위권 항공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항공사가 카타르항공이었다. 이번 베를린-서울 왕복 여행을 다녀와서는 카타르항공과 함께 터키항공이 가장 선호하는 항공사가 되었다. 체크인부터 짐을 찾을 때까지 전반적인 서비스가 훌륭했고 편안하게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베를린-이스탄불 사이의 단거리 3시간 비행 구간의 좌석까지도 훌륭했다. 굳이 아쉬운 점이라면, 비즈니스석인데 겨우 40kg의 수화물만 무료라는 것. 타항공사의 경우 보통 각각 30kg짜리 2개의 수화물을 부칠수 있다. 아무래도 기본 무게가 나가는 리모와 같은 수트케이스를 사용할때는 불리한 부분이다.


말로만 듣던 기내 쉐프가 두명이나 탑승을 하고, 제공되는 음식의 퀄리티와 맛도 훌륭했다. 곁들여 마셨던 터키산 와인도 괜찮았다. 다른 항공사의 비즈니스석에 비해 앞뒤 거리가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항공권에 맞춰서 한국 방문 일정을 잡아야해서, 올해 남아있던 9일 유급휴가를 사용했고 5일간 한국에서의 원격 근무를 회사에 요청해야 했다. 팀 리드나 HR에서는 별다른 이슈 없이 원격 근무를 승인해줘서, 한국 입국하고 5일 동안은 독일 근무시간에 맞춰서 원격 근무를 해야했다.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차 적응도 해야하는데다가 이래저래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래서 왠만하면 한국에서의 원격근무는 안하려고 했었는데 말이다.


https://maps.app.goo.gl/Cn6Fdk7WcfvFy9hE6

이번에도 명동에 있는 롯데호텔 서울 이그제큐티브 타워에 5박 숙박을 하면서 계획했던 일정들을 소화했다. 역시 회의실을 빌려서 독일 IT 취업과 이민에 대한 작은 세미나도 진행하였다. 아무쪼록 참석하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고, 그분들의 계획대로 잘되시기를 기원한다. 여전히 마음에 딱 드는 마사지샵을 찾지 못한 탓에, 열심히 네이버를 이용하여 마사지샵을 검색했고 최종적으로 한곳을 예약해서 2시간짜리 마사지를 두번 이용했다. 그나마 지금까지 이용했던 명동 근처의 마사지샵 중에 마음에 드는 편이라, 아마도 다음에 롯데호텔에 오게되면 다시 찾을 것 같다. 세번째 이용하는 롯데호텔은 여전히 마음에 드는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디테일에 있어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여전히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었다. 이번 한국 방문 시에 여기저기서 새삼 느끼게 된것은, 한국 사회에서는 "신용 자산"이라는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사회 어디서든 상대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프로세스와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지난번에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가서 아쉬었던 해장국을 원없이 먹었다는 것이다. 베를린에도 그럭저럭 먹을만한 한식당이 몇군데 있어서 일반적인 한식은 아쉬울게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양평해장국이나 곰탕과 같은 음식은 꿈도 꿀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것인가"를 극장에서 두번이나 관람할 수 있었던 것. 개인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극장에서 본적이 없었는데, 한국 방문 시기에 맞춰서 한국에서 개봉을 하게 되어 다행이었다. 80세가 넘은 노장의 작품을 감명깊게 감상하면서, 과연 나도 저때까지 저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번 더 보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이번 한국 방문의 백미는, 정말 오랜만에 다시 찾은 부산 서면 여행이었다. 본가에서 며칠 쉬고 부산으로 떠났는데, 일부러 다시 찾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은 한국에서 살때 강의나 개발 일 때문에 출장을 많이 다녔던 도시였고, 한달 내내 부산에서 지내면서 일을 하기도 한적이 있다. 그리고, 부산 서면의 롯데호텔은 우리 가족들이 여름 휴가때마다 내려와서 호캉스를 즐기던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부산 여행을 계획할때도 서면의 롯데호텔을 예약할까, 아니면 출장왔을때마다 이용했던 토요코인 호텔 서면점을 예약할까 잠시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롯데호텔 서울 하루 숙박비의 1/10밖에 안되는 토요코인 호텔을 당연하게 선택했고, 결과적으로도 이곳에서 숙박하길 정말 잘했다. 지방 출장을 많이 다닐때, 가장 힘든 점은 선택지까 더럽고 지저분한 싸구려 모텔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비를 보태서 더 좋은 숙소에서 지내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토요코인 호텔은 싸구려 모텔과 비슷한 가격임에도 청결하고 편안할 뿐만 아니라 출장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기에 토요코인 호텔이 있는 도시 (서울, 부산, 대전 등)의 출장 업무를 수월하게 만들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광주나 울산 같이 유사한 스타일의 비즈니스호텔이 없는 곳들은 항상 마음이 불편했었다. 만족도가 낮은 에어비앤비 등도 대안이 되지 못했기에.


개인적으로 부산에 오면 질리도록 먹는 것은 밀면, 돼지국밥 그리고 일본 라멘이다. 밀면과 돼지국밥은 당연하지만, 일본 라멘 역시 서울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면의 일본 라멘집을 찾아 헤멨는데, 요즘엔 츠케멘이 유행이라 내가 좋아하는 돈코츠 라멘을 제대로 먹는것이 쉽지 않았던 점은 아쉽다. 모처럼 다시 찾은 토요코인 호텔과 서면의 맛집들 덕분에 제대로된 힐링을 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무려 9시간 소요) 출국 당일에 인천공항까지는 단골인 대형택시 기사님 덕분에 편하게 왔지만, 터키항공 한국 직원들의 태도 (독일 직원과 비교했을때)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출국장 짐검사 줄이 엄청 긴 것에 어이가 없었다. 참고로 인천공항은 대부분의 외국 공항들과 달리, 비즈니스석 탑승자를 위한 패스트 트랙을 운영하지 않는다. 그리고, 야간 출발이라고 아시아나 라운지 중에 내가 싫어하는 라운지만 오픈 되어 있는 것도 감점 요인. 인천공항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라운지들의 수준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 이번 여행에서 처음 방문한 이스탄불 공항과 터키항공 라운지는 정말 규모와 화려함에 있어서는 압도적이었다. 한국 갈때는 원격 근무를 해야해서 제대로 못즐기고, 독일로 돌아올때는 환승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제대로 못즐긴 것이 아쉬울뿐.


이로써 올해 계획된 비행기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2023년 한해에는 일부러 적지 않은 도시들로 여행을 다녔던 탓에 지갑이 가벼워졌지만, 덕분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수 있는 한해였던 것 같다. 12월 한달은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올 한해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2024년에는 어떤 목표를 세울지, 어떤 도전을 할 것인지도 같이 고민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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