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새 회사에 출근한지 4주가 지났습니다
10월부터 새로 입사한 회사에 출근한지 벌써 4주가 지났다. 이미 6년간 독일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새 회사와 새 동료들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베를린의 스타트업답게 이집트계 네덜란드인, 팔레스타인계 독일인, 이탈리아인, 인도인 그리고 한국인 등의 다국적 다문화 구성을 갖추고 있다. 다만 초기 스타트업이고 MVP를 최대한 빨리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첫날부터 서둘러 개발에 착수해서 2주도 안되어 월말까지 하려던 목표를 달성해버렸다. 이미 고객을 계속 확보하고 있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 최대한 빨리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전에도 ChatGPT를 업무에 활용하기는 했었지만, AI 스타트업 답게 ChatGPT 활용을 적극 권장하는 환경이라 ChatGPT와 o1을 최대한 활용해서 풀스택 개발은 물론 다수의 마이크로 서비스들에 대한 제대로 된 CI/CD 파이프라인 구축, AWS EKS 환경 구축 등까지 신속하게 마칠 수 있었다. 4주간 매순간 ChatGPT을 이용해서 프로그래밍을 해보니, 확실히 생산성, 코드 퀄리티, 테스트 작성 측면에서는 압도적인 장점이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지만 이 때문에 향후 IT 업계에 소프트웨어 개발자 포지션의 수가 크게 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전에 다니던 회사와 달라진 부분이 몇가지 있는데, 첫번째는 출퇴근 방법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나 지금 다니는 회사 모두 거리상으로는 비슷하지만, 레기오날 익스프레스(RE)를 이용해서 출퇴근이 가능해져서 출퇴근 시간이 이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전 회사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 1시간 정도 걸렸는데, 우반을 타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고 자동차를 몰고 출근해도 40~50분이 걸렸었기에 사무실에 나가야하는 날에는 가급적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레기오날 익스프레스를 타면 출퇴근 시간이 확 줄어들다보니 기차 시간에 맞춰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매일 7시 40분에 사무실에 도착하고 오후 5시에 사무실을 떠나고 있다. 회사에서 도이칠란드 티켓(월 49유로, 2025년부터는 58유로로 인상)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출퇴근 비용이 안들면서도 출퇴근 시간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또한 회사에서 지급해준 아이팟 맥스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 덕분에 기차로 출퇴근시에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두번째 달라진 부분은 사무실 환경이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는 전형적인 일반 건물 안에 마련된 사무실이라 에어컨은 당연히 없고 1970년대에 설치된 엘레베이터가 여전히 사용되는 환경이었는데, 새로 다니는 회사는 한국에서도 많이 이용되는 공유 오피스에 사무실이 있다보니 시설이 좋을 뿐만 아니라 독일 답지 않게 수시로 공유 오피스 직원들이 관리를 하기 때문에 쾌적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펠로톤 바이크가 세팅된 헬스장과 샤워실은 큰 장점이고, 괜찮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 머신과 끊임없이 리필되는 스낵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양질의 티백들까지 제공된다. 비오는 날, 아무도 없는 스카이 라운지에서 홀로 코딩을 하고 있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게다가 사무실이 번화가 한복판에 있어서 주변에 좋은 식당도 많고 조금만 걸어가면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쇼핑 거리가 나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원한다면 재택 근무를 할 수도 있지만, 첫달에는 일부러 매일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코로나 팬더믹이 시작된 이후부터 몇년간 재택 근무 위주로 일을 해왔기에, 매일 출퇴근하는 것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초반에는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피곤해서 뻗기 일쑤였다. 4주가 지난 지금은 조금 적응되어 퇴근하고 오후 6시 이전에 집에 도착하면 저녁 식사를 한 다음 3~4시간 정도를 게임 개발이나 원고 집필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이제 업무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으니, 다음 달부터는 병원 예약이나 자동차 정비 예약 같은 것이 있는 날엔 재택 근무를 할 계획이다.
트위터에서 누군가가 이직 시에 도메인, 직무, 연봉 중에 2개만 만족시킬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 이직 활동할 때에는 그 중 2개가 아니라 하나라도 만족하면 다행이라는 생각했었는데, 운이 좋게도 3개를 모두 만족시키는 이직을 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었지만, 모처럼 제대로 된 로켓에 탄 것 같으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겠다. 무사히 프로베짜이트를 마치고 최소 4~5년간은 꾸준히 일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오늘 하루도 힘차게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