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에 2주간 푹쉬며 재충전을 했습니다.
2025년 한해는 바쁜 회사 업무나 아들내미의 시민권 등 신경써야하는 다양한 이슈들 때문에 제대로 휴가를 쓸 타이밍을 놓쳐서 연말이 다되어가는데도 휴가가 13일 이상 남는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보통은 연말이 되면 남은 휴가가 충분하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남은 휴가는 2026년 3월말까지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연말연초에 2주간 휴가를 내었다. (그러고도 8일이 남았음) 최근에 큰 액땜을 했기 때문에 조신(!?)하게 연말을 보내겠다고 마음을 먹어서 별다른 여행 계획을 잡지는 않았지만, 12월 24일 하루는 당일치기 프라하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번에 6번째인지 7번째 방문인지도 기억이 안나서 더이상은 횟수를 세는게 의미가 없을 정도인 프라하는 여전히 반가운 도시였다. 하도 걸어다녀서 이제는 길을 외울 정도가 되었지만, 언제나 기분 좋게 산책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평소 사람 많은 곳을 기피하는 우리 부부에게도 항상 관광객들로 미어터지는 프라하의 좁은 골목을 걷는 것은 예외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탓에 여느때처럼 관광객이 많기도 했지만, 상점이나 카페가 일찍 닫는 경우가 많아서 커피 한잔하며 쉴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어려웠지만 반나절 동안의 짧은 프라하 여행은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베를린에서 차를 몰고 프라하를 방문해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베를린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편도 4시간 걸리는 기차여행을 했다. 일부러 1등석을 예약했는데 ICE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편안하게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꼭두새벽 기차를 타고 출발해서 오전 10시 넘어서 프라하에 도착한 다음, 반나절 정도 프라하 구도심을 돌아다니다가 오후 5시쯤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이미 자동차를 몰고 비슷한 일정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몇번 했던터라 크게 다른 것은 없었지만, 그동안 거의 타본적인 없었던 프라하의 트램을 24시간 이용권을 사서 타고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프라하 구도심에 트램을 타고 도착하니, 날씨도 춥고 출출해서 이른 점심식사를 중국식 라면을 먹으며 시작했다. 프라하에서는 왠만하면 식당에서 실망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에도 따뜻한 국물을 마시며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프라하에 차를 몰고 오느라 그동안 미처 찾아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소도 방문해보았는데,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냥 구도심을 더 걸어다니는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떠나기 전에 프라하성의 조명이 켜진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기차역으로 향하는 트램을 타기전에 프라하성과 까를교에 불이 들어왔고, 익숙한 야경을 즐기며 트램에 올랐다. 추운 플랫폼에서 오래 기다려야할까봐 걱정했는데, 출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베를린행 기차에 일찍 타서 몸을 녹일수 있어서 좋았고 뜨끈한 굴라쉬를 저녁으로 먹었다. 기차는 예정대로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했고, 집으로 향하는 레기오날 익스프레스를 타는 것으로 2025년의 세번째 기차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여전히 차를 몰고 여행 다니는 것이 좋지만, 새해에도 기회가 되면 기차를 타고 새로운 도시로의 떠나볼 생각이다. 특히 왠지 낭만이 있을 것 같은 파리행 야간열차의 침대칸을 한번 타보고 싶은데, 와이프가 잠자리에 유난히 예민해서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ㅎㅎ
연말연초 16일간 이어진 긴 휴가&연휴 기간 동안 당일치기 프라하 여행이 전부였고, 나머지 기간은 거의 집에 쳐박혀서 의욕적으로 만들고 있던 게임을 완성해서 연내에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사용했다. 2주간 회사에 출근하듯이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밤에 잠들기 전까지 오로지 게임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예상보다 작업량이 많아서 정말 빡세게 작업을 하고 나서야 겨우 게임을 출시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2025년 한해를 뿌듯한 성취감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내 주변의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여전히 내가 책을 계속 출간하고 게임을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심리상담 선생님의 권유로 술을 끊은지도 1년이 훨씬 넘게 지나서, 회사 업무에 대한 집중도와 성과가 눈에 띄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취미 생활인 책 집필이나 게임 개발에도 효율성이 꽤나 증가하는 부작용이 생긴 것 같다. 경력 28년이 넘어서도 일과 취미를 이렇게 즐길 수 있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