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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민수르 Dec 08. 2020

스무 살에 떠난 세계여행

0.프롤로그

' 350만 원을 들고 141일간 지구를 횡단한 22살 여대생의 모험기'


교실 옆자리에서 독서 중인 친구의 책 표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빌려 읽은 그 책은 단순한 여행기를 뛰어넘었다. 조금 더 성장한 나를 만들어 준 인생의 길잡이이자  가치관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형성시켜 주었으니 말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보이는 작가의 웃음기 가득한 얼굴. 그 뒤로 채워진 형형색색의 배경은 당시 나의 처지와는 사뭇 상반되어 보였다. 반복되는 시험, 스펙, 학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물고기에 불과했던 나에겐 한 줄기의 빛과 같아 보였으니 말이다. 고민 따위는 전혀 없어 보이는 작가의 수수한 눈망울이 마음을 크게 움직였고,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나의 학창 시절을 비유한다면 일개미에 비유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 일개미는 페로몬을 분비하며 동료에게 먹이의 위치를 보고하고, 동료는  페로몬을 따라 길을 걷는다. 그렇게 먹이를 찾으면  둥지로 데려가 식량을 저장하고 여왕개미의 시중을 든다.  일개미는 평생 노동만 하며 삶을 마감한다. 나는 줏대 없이 다수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 일개미에 불과했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놓을 수 없었고 항상 학업 스트레스로 가득했다. '주변에서 모두 열심히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도 해야지.'라는 생각이 절대적이었고 페로몬을 따라 걷는 일개미와 똑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께서 해주신 말 중에서 기억 남는 말이 있다. 너희는 수능을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하는 것이라고. 수능이 끝나면 이젠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순수했던 초등학생의 나에겐 사탕발린 달콤한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나는 유혹에 넘어갔다.


적절한 시기에 읽은 안시내 작가님의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 정복'이라는 여행기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평소에 우유부단한 성격이라 쉽사리  결정을 못 내리는 성격이었다. 이런 내가  여행으로 인해 생각에서 실천까지의 거리를 상당히 좁히게 되었으니 우물 밖 세상을 맛본 것임에 틀림없다.


여행기를 읽고 대학생이 되면 바로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동시에 여행작가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비록 글솜씨는 없더라도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수능이 끝나고 대학생이 되자마자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알바와 학업을 병행했고 2년 동안 수석을 유지하며 장학금,알바비로 여행자금을 충당했다. 세계여행을 떠난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휴학, 퇴사를 하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굳이 휴학의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매번 종강 날에 맞춰 항공권을 끊고 개강 전날 입국했으며 3번의 반복을 통해 209일간의 여행을 완성시켰다. 이 정도면 여행에 스며들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여행에 미쳐있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여행에 투자하는 돈이 아깝지 않냐며 물었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하지만 이유가 있으니 여행을 떠나지 않았겠는가. 오로지 여행만이 주는 이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 또한 더 이상 인생 지표에 사회가 정해놓은 답을 대입시킬 마음도 없어졌다. 누군가가 A와 B의 선택 안을 준다면 C는 없냐고 당당하게 물어보고 찾아나갈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여행이 가져다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본 브런치 북에서는  큰 틀에서 보면 3가지 목차로 나누어 집필할 예정이다. 40일간 동남아 일주, 65일간 유럽. 아프리카 일주, 104일간 네팔. 인도 일주로 묶었으며   떠날 때마다 겪은 에피소드, 느낀 점과 더불어 일주를 할 때마다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표출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메신저, DM을 받곤 했다. 그중에서 단골 질문은  '혼자서 떠나면 무섭지 않나요?'이었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낯선 환경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도전까지 한 걸음이 힘들지 그다음부터는 가볍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22살의 여대생 이야기를 보고 용기를 얻은 나이가 18살이었고 불과 2년 뒤 실행으로 옮겼다. 여행으로 삶이 180도 바뀌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길을 찾아 쫓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내 삶의 주체는 결국 나'라는 사실을 단단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진로를 못 찾고 방황하거나 삶의 새로운 이면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에게 맞춤형 형식의 글을 기재할 예정이다.

유경험자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정말 많고  내가 그러했듯 또 다른 누군가도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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