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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티서 May 25. 2021

[이 시국에 장막 희곡] 정말 그렇게 행동했을까?

6주차> 캐릭터들의 전사를 바탕으로, 플롯 수정.

  일주일 동안 다른 작업을 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다, 다시 데드라인이 먼 희곡 작업을 하려니 손에 안 잡힌다.

써놓은 것을 안 들여다 볼 때는 아예 기획 자체가 잘못된 작품 같다. 실패가 예정된 일을 막 시작한 것 같고... 지금이라도 주제와 글감을 바꾸는 게 좋을 것만 같고....

  시행착오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브런치에 들어왔다. 이 놈의 모범생 특유의 조급함. 최대한 효율적으로, 최대한 시간 낭비하지 않고.... 때로는 시간을 낭비하면서 배우는 것이 있다. 세상엔 시간 낭비를 지나치게 무서워하다보면 절대 시도하지 못할 분야도 존재한다. 

  막상 들여다 보니 그렇게까지 별로는 아니었다 확실히 고민에서 그치지 않고, 매주 글을 남기다 보니 무언가 축적되는 느낌도 있고. 그래, 그러니 이제 그만 나의 멘탈을 위한 잡설을 멈추고 작업에 들어가야지.


  원래는 캐릭터 전사를 통해 플롯을 수정해야 하는데, 다시 보니 캐릭터 전사부터가 일관성이 없거나 캐릭터가 잘 안 잡힌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서오가.

  우빈이는 그 인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서술들이 많다면... 서오는 뭔가 서오가 왜 지금 오빠와 둘이 살고 있고, 왜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고와 관련된 온갖 이유를 지어 가져다 붙인 느낌? 부모님이 외국에 있다고 설정 했는데... 그러다 보니 내가 감당 못할만한 전사들이 이것저것 붙었다. 무엇보다 나는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지내다 온 친구를 '나같이' 느끼거나, 공감을 시도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외국에서 살다온 친구가 보기엔, 한 나라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의 어떤 고정관념이 좀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왜 그래야 하는데?' '왜?' 그런 지점이 나에게는 재수없게 느껴지는 거지만. (이 부자들에 대한 자격지심...!) 본인들은 재수없으려고 하는 행동이 아닐 텐데. 별로 그런 생각을 못해봤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불어 선생님. 특히 외국에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다녀온 외국어 선생님들의 경우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아이들과 묘하게 통하는 구석이 있던데. 불어 선생님은 서오를 어떤 감정으로 대할까? 둘 사이에도 어떤 동류 의식이 있을까? 차라리 두 사람이 공통으로 관련된 어떤 나라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꼭 불어라야 하는가..

  외국을 다녀온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반 안에서 인기의 정도가 전혀 다른 경우. 사실 남자 애의 경우야 어떤 상황인지 확 떠오른다. 뭐 위드 파이라던지 외국의 더 개방적인 문화를 접하고 왔다는 것이 벼슬이 되어서, 혹은 다른 인종과 성관계 해봤다거나 하는 아주 저열한 이야기들이 벼슬이 되어, 남자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어지는 상황이. 아마 외국을 다녀온 아이 특유의 '왜 그래야 하는데요?' 태도가 고리타분한 학생주임 선생님과 부딫히는 순간도 남자애들은 좋아할 거 같고. 또라이, 혹은 골 때리는 애라고들 좋아할 것 같고...

  사실 서오 오빠가 지금 딱 그런 캐릭터에 부합하는지는 모르겠다. 그것보단 한국에서 쭈욱 살아온 느낌이 강한데... 미쿡물 먹은 애면 같은 악인이라도 좀 더 자신은 '상식적인' 척을 하지 않을까? (이것도 편견인가?) 여동생 속옷을 훔쳐 당근마켓에 파는, 그의 도덕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러면 그는 그만큼 한국에 빠르게 적으을 한 것인가? 같이 그런 짓을 하는 친구가 있었나? 집이 비었는데, 친구들을 많이 초대하지 않을까? 서오와 오빠 둘만 갑갑하게 집에 붙어 있는 상황이 그렇게 많이 연출될까?

  서오 자신도 지금은 한국인들이 딱 좋아하는(나 포함) 의리파 여주랄까... 해외에서 살다온 이력이 있으면, 좀 반에서도 그 아이와 다른 아이가 '다르게' 보이는 순간들이 조명받지 않을까. 서오는 왜 다른 아이들과 친하지 않고, 우빈이랑 친할까. 서오처럼 여자 아이들을 대표해서 옳은 말을 하는 캐릭터라면 같은 반 다른 여자 아이들한테도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내가 막연히 내가 좋아하는 성격과 그와 어울리지 않는 전사를 합쳐 놓은 것은 아닐까.

  가장 큰 고민은.. 주된 서사로 다루지도 않을 거면서, 서오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 너무 심각한 일들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기획 의도야...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 여성 간의 관계를 다룰 때 시스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일상 속의 차별과 위협을 가볍게 다루지 말자, 였다. 그 의도는 좋은데.. 과연 이게 맞는 걸까? 친오빠가 속옷을 가져다 팔고, 그걸 가족들이 쉬쉬하는 상황만 하더라도 서사의 전면에서 집중해서 다뤄야만 하는 심각한 사안같다. 그리고 나는 사실 이렇게까지 힘든 상황을 겪는 인물에 대해 써본 일이 없어서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저번 주에도 고민해 봤지만, 어쩌면 이렇게나 고민이 많이 될 땐... 서사를 수정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기획 의도가 이러저러하다는 이유로 내가 너무 어설프게 서오란 인물을 다룰 것 같다. 그리고 구진 남자 캐릭터는 기철도 있으니까... 폭력의 상황을 꼭 너무 가혹하게 다루지 않아도... 기철이 말하는 뉘앙스 등을 잘 고려해서 현실을 반영할 수는 있지 않을까?

  서오가 멋지고 당찬 의리파 느낌보다도, 좀 유학파의 퀄키한 느낌이면 어떨까?

  (근데 스토리에 맞게 사람을 바꿔야 하는지 사람에 맞게 스토리를 바꿔야 할지... 일단 해보자. 티서야 시간 낭비 속에서 배울지니...)

  우빈이가 서오한테 커밍아웃한 마음도 그럼 좀 이해가 간다. 왠지 미드엔 게이들도 나오고, 사고관이 더 개방적일 것 같고... 기철이 남들 앞에서 서오를 안 좋아하는 척하는 상황도 그림이 그려진다. 그리고 서오가 우빈이랑 화장품 얘기 하는 것도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 렌즈 꼭 껴야 하고, 칠리나 mlbb를 꼭 벨벳 틴트로 발라야 하고, 애교살 펄 꼭 써야 하고... 이런 다른 아이들의 미감과는 또 달라서, 그것대로 하고싶지 않았을 수 있지. 그러면 서오는 어떤 집에 사나? 부자집? 혹은 부모님이 지나친 예술충이라 딸이 '제 모습 대로 당당하길' 원하지만 실은 엄마, 아빠가 원하는 당당한 모습은 딱 틀이 정해져 있는...?

  서오가 지금보다는 더 개인주의적인 성격일까? 마지막 우빈이와의 의리 뿜뿜하는 부분. 어울릴까? 외국에서 살다온 아이는 의리가 없다는 건 편견, 직접 장면을 만들어 가며 나도 깨달을 수 있을까?

  아니... 이렇게 적다 보니 이렇게 그냥 막연하게만 아는 외국에서 살다온 캐릭터에 끼워맞춰 줄거리를 바꾸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서오는 그러면 어떤 인물일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떠올려야 하는데, 나는 왜 그녀가 어떤 고난을 겪어 왔는지를 나열했던 걸까.

  '서오는 작은 아씨들 중 조에 감정 이입하는 인물이다.' 나름 또 '의리'의 가치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교실에서 그러면 서오는 왜 별로 인기가 없는 걸까? 둘 사이의 코드 차이는 뭘까? 아마도 서오의 당당함은 젠더롤에 부합하지 안하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조차 없는...  

  에효. 답이 안 나네. 일단 이 정도 하고 다음 과정을 밟아봐야겠다. 다음 과정이 뭐였지?

  일단 확정된 건, 서오 오빠와 관련된 사건들을 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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