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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Dec 02. 2023

나는 쓸모가 있는 사람일까?

[1형 당뇨, 위마비,  우울증, 과거의 기억]

위마비로 금식 한지도 어느새 두 달이 넘었다.

'위와 장이 멈추면 멈추는 거지 달라질게 뭐가 있겠어?'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위가 멈추니 평지에 있어도 족히 5~6미터쯤 되어 보이는 거세게 출렁이는 풍에서 아슬아슬하게  조각배를 타고 있는 기분이다.


'웁...!'

가만히 있어도 출렁이는 글자들 때문에

핸드폰과 노트북, 책을 못 본 지도 두 달이 넘었다.


'위가 멈춘다고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잖아?'


위가 멈추면 장도 같이 멈춘다.

이른바 장 마비...

'먹은 게 없어서 그렇다고 해도 두 달이나 넘게 화장실을 못 간 건 이상한 일 아닐까...?'

 

가만히 누워있어도 속이 울렁거리고

앉아있어도 울렁거리는데...

'도대체 나 보고 어쩌라는 거야?'


"쏘야야, 너 계속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지만

말고 게임이라도 해!"

"아니.. 주치의 쌤! 제가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고요!"

"쌤은 겪어보지 않아서  마음을 몰라요!"


"쏘야야, 그럼 책이라도 볼래?"

안타까움에 간호사 쌤이 책을 갖다주셨다.

"쌤...! 글자가 입체적으로 보여요."

"글자가 3D처럼 살아서 움직요!"


이럴 때는 조용히 눈을 감고 기분 좋은 생각을 하는 게 제일 편안하다.


"쏘야야, 자니?"

"곰돌이 교수님.. 아니 교수님이 이 시간에 왜 오셨어요?"

"쏘야야, 우리가 이제 좀 더 진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구나..!"

"위 절제술을 들어본 적 있니?"

"그거 식욕 없애려고 하는 수술 아니에요?"

"아니.. 그거랑 좀 다르긴 한데.."

"아.. 저 싫다고요! 제 몸에 칼 대는 거 너무 싫어요!"


문득...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어느 날이 떠올랐다. 


차갑다 못해 뼈가 시린 매서운 추위와

코끝을 찡하게 가득 우는 소독약 냄새

눈이 부시게 번이는 열댓 개의 조명

온통 초록색으로 둘러싸인 수술방 풍경!

내 나이 열다섯 살, 그동안 잊고 있던 수술방의 기억이 어렴풋이 올랐다.


마취가 잘 되지 않아서 국소 마취를 해도

모두 생생한 그날의 기억!

칼날이 피부를 스치고, 살을 벌려서 임파선에 생긴 양성 림프종을 제거했던 수술!


위이이잉...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발버둥을 치는데

너무 무서워서 아무 말 나오지 않다.

그저 속으로 외친 '저. 좀. 살. 려. 주. 세. 요!'

몸부림이 심해질수록 의료진은 수술대에 초록색 긴 끈으로 내 팔다리를 묶었다.


그날의 끔찍한 기억은 수술장만 보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펼쳐다.


"아니... 저 수술 안 하고 싶어요!"

"수.. 수술 너무 무섭다고요!"


병실 문을 박차고 병동 복도로 내달렸다.

비상구 계단에서 우연히 엄마의 전화 통화

듣게 되었다.


"쏘야가 오래 입원하느라 병원비가 몇 천만 원이 나왔어... 걔가 우리 집 망하는데 일조했지.."

"에휴.. 차라리 쏘야를 낳지 말걸 그랬어!"


엄마가 이모에게 하는 푸념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닐 거야!'

'내가 지금 잘 못 들은 게 맞지?'


"아니야, 아니라고!!!"

"그럼, 나를 왜 낳았는데요?"


믿고 싶지 않은 얘기를 들으니

계속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차라리 너를 낳지 말걸 그랬어..."

"너만 아니었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텐데..!"


숨죽이며 반대편에 있는 비상구 계단으로

올라갔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어느덧 옥상에 도착했다.


'아니.. 아니지. 그래도 이건 아니야!'


다행히 옥상문도 쇠사슬과 자물쇠로

꽁꽁 잠겨있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쓸모가 있는 사람일까..?"


병원 정원 구석진 곳으로 가서 하늘을 노려보며 보이지 않는 신에게 소리쳤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으시길래

이러시나요..?"

"제가 뭘 그리도 잘못했나요?"

"당신의 눈에는 제가 가엾지도 않으신가요?"

(다음편에 계속...)


* 2023 1형 당뇨 인식개선 캠페인⭐️


'편견가득 1형당뇨병!!

췌도부전으로 바뀌어야합니다!'








1형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췌도)가 파괴되어 인슐린 분비가 안되는 난치성 질환으로, 췌도가 기능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췌도부전증입니다.

우리 몸에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없으면 섭취한 음식물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못하여 고혈당이 발생합니다. 고혈당 상태를 막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하는 치료법을 써야 하는데, 미세한 인슐린 양의 차이에 따라 고혈당뿐만 아니라 저혈당도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당뇨는 1형당뇨병, 2형당뇨병, 임신성당뇨병으로
크게 나뉘고 1형당뇨병은 가족력에 관계없이 발병하는 자가면역질환임에도 흔히 알고 있는 2형당뇨병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지 말라고 하거나 음식이나 운동으로 조절하라고 잘못 조언하기도 합니다.

 당뇨라는 뜻이 한자어로 소변에 당이 있는 병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혈당관리가 잘되면 소변으로 당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소변에서 당이 나온다는 것은 여러 증상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병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또한 소변이나 당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 때문에 병에 대한 오해와 나쁜 인식을 갖게 합니다.

이처럼 1형당뇨병이라는 병명은 사회적 편견이 심하여 병명에서 따라오는 오해들로 인해 질환을 공개하고 당당하게 건강관리를 할 수 없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사)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1형당뇨병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정보가 담긴 기사와 방송을 수정하기 위해 언론사에 수없이 수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은 발병기전부터 관리 방법까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소아시기에 발병한다고 해서 한데 묶어서 '소아당뇨'라고 표현할 수 없습니다. 1형당뇨병은 음식이나 생활습관과 관련이 없다고 알리고 있지만 당뇨라는 단어에 갇혀서 저희 환자들의 목소리는 외면받고 있습니다.

어리석고 우둔하다는 뜻의 치매는 대만, 중국, 홍콩, 일본, 미국에서는 이미 병명이 변경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인지증 등 으로 변경 추진중입니다. 불임은 난임으로 변경되었고 정신분열병은 조현병으로 간질은 뇌전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에 (사)한국1형당뇨병 환우회는 1형당뇨병이 췌도부전으로 병명이 변경될 수 있도록 한걸음 나아가려고 합니다.

1형당뇨병이 췌도부전으로 병명이 변경되어 그간의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세요!



*1형 당뇨병 인식 개선 캠페인 자료출처

Weknew × KDA 대한당뇨병학회

(사)한국1형당뇨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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