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야 Jan 06. 2024

누구에게나 인생은 딱 한 번뿐이야!

[1형 당뇨, 우울증, 신종플루, 아바스틴]

보이지 않는 신을 향해 가슴을 치며 소리쳤다.

"이럴 거면 저를 왜 이 세상에 보내셨나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 살았다고.."

"저는 가족에게도 필요 없는 존재잖아요!"


띵동...


얼마 전 병원에서 알게 된 1형 당뇨 32년 차

은비언니에게 문자가 왔다.

언니는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생겨서

아바스틴 주사 치료를 받다가

수술을 앞두고 병원에 입원했다.


'언니가 문자를 보냈을까..?'


[쏘야야, 언니 신종플루래...

지금 10 병동 2인실에 혼자 격리되어 있어.

심심하면 놀러 와!]


문득 뇌리를 빠르게 스치고 간 생각!

순간 나쁜 생각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언니 나 지금 언니 보러 가도 돼..?]


은비언니에게 문자를 보낸 후에

언니 병실을 찾아갔다.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한 층 먼저 내려서 비상구 계단으로 올라갔다.


똑똑...


'주위에 아무도 없지?'

'좋았어.. 작전 성공!'


나무 문 소리가 들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갔다.


"언니.. 괜찮아..?"

"쏘야 왔구나! 언니는 괜찮.. 콜록콜록!"

한눈에 봐도 언니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쏘야야, 언니가 줄게 없는데..."

"아니야.. 언니 내가 가져왔어."


주머니에 들어있던 간식용 소시지 몇 개를

언니 손에 쥐어줬다.


"언니, 나 이거 마셔도 돼?"

"탁자 위에 언니가 마시고 남은 오렌지주스 반 병이 있었다. "

"내가 마시던 건데.. 괜찮겠어..?"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른 사람이 입을 댔던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 혈액형이 뭐야?"

"안돼, 우린 혈액형이 달라서 같이 못 먹어!"


그 시절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논리로

피하고 싶은 상황을 빠져나왔다.


딱 한 가지 예외 상황이 있었는데

나이가 어린 동생이 먹던 것은 먹다 뱉은 것도

받아먹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은비언니가 마시던

주스를 단숨에 마셨다.


"언니, 이것도 한 번만 먹고 나 좀 줘!"


언니가 한 입 베어문 간식용 소시지를

마저 먹었다.


'그래, 이 정도면 되었겠지..?'


일부러 쓰고 있던 마스크도 벗었다.


철커덕...


"강은비 님, 타미플루 드릴게요!"

"쏘야야,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병실에 들어오는 담당 간호사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아.. 아니.. 저 이제 갈 거예요!"

"너.. 잠깐만 기다려..!"

"김쏘야님, 저 좀 따라오세요!"


아무 말 없이 간호사 선생님을 따라갔다.


'마치 교무실에 불려 가는 기분이네..!'


간호사 스테이션 뒤에 있는 작은 방으로

선생님을 따라서 들어갔다.


"야..! 김쏘야.. 너 지금 네가 무슨 일을

알고 있어?"

"주스랑 소시지도 먹었던데..!"

"그거 은비님이 먹던 것 맞지?"

"하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쌤은 그걸 또 언제 본거야?'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 때문에

간호사 선생님에게 딱 걸렸다.


아무런 대답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목적은 신종플루에 걸려

삶의 끈을 놓아버려 더 이상 가족에게

민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굳게 먹었던 마음과 다르게

바닥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얘가 뭘 잘했다고 울어?"

"누가 보면 언니가 너 때린 줄 알겠다!"

"쏘야야, 이리 와봐!"

"네가 많이 힘든 거 아는데..

그래도 이런 방법은 아니야..!"


"원에서 간절히 내일을 기다리는 환자가 얼마나 많은 줄 아니?"

"신종플루로 생명을 잃은 사람도 많아!"

"의료진이 한 명 한 명 살리려고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모르지?"


"쏘야야, 누구에게나 인생은 딱 한 번뿐이야!"

"그런데 여기서 끝내고 싶다고?"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게 아깝지 않니?"


콜록콜록...

갑자기 심한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병실로 들어가 있어!"

"주치의 선생님한테 신종플루 검사 얘기 해놓을게"


"김쏘야님, 콧속에 깊숙이 면봉 들어가요."

"움직이지 말고 조금만 참으세요!"

'이게 바로 코푹뇌푹 검사구나!'

"아악!!"


몇 시간 뒤에 검사결과가 나왔다.


"김쏘야님, 신종플루 검사결과 음성이에요!"

"내가 너 때문에 못 산다 못 살아!"

"은비님이 타미플루 안 먹었으면... "

"쌤은 제 마음 모른다고요!"


"너 때문에 언니가 오늘 간호기록지에 써야 할게

많을 것 같다."


"어이고.. 김쏘야! 잘한다 잘해!"

"어이구! 이 지지배야! 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

동이 조용한 날이 없다냐..!"


그렇게 낮에 있던 사건은 병동의 모든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전해져 한 소리씩 듣고 지나갔다.


다음날, 주치의 선생님에게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났다.

"어이고, 이 진상아..! 신종플루 무서운 줄도 모르고.. 잘한다 잘해!"


병원 정원으로 가서 하늘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아아아아아아악!"

"왜 내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건데요!"

"왜.. 왜.. 왜..?"


'제발 저 좀 내버려 두세요!'

'나 너무 힘들다고요..!'


*본문에 나온 내용 설명


신종플루(H1N1)

Novel swine-origin influenza A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로부터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pandemic influenza A/H1N1 2009)에 의해 감염되는 호흡기 질환


증상은 계절 인플루엔자와 비슷하 발열, 기침, 인후통, 콧물, 두통, 오한, 피로, 오심, 구토


아바스틴(Avastin) Bevacizumab

원래는 대장암치료 항암제로 개발된 약물. 신생혈관억제에도 효과적, 다양한 안과질환(당뇨병성 망막병증 등)에 사용


루센티스(Lucentis)

Bevacizumab구조를 변형하여 안과적용도로 만들어진 공인된 제재, 고가의 약물


*참고자료 및 자료출처


https://m.100.daum.net/encyclopedia/view/216XXXH003031


유리체강 내 약물 주입술 Bevacizumab(Avastin) 주입술

https://amc.seoul.kr/asan/healthinfo/management/managementDetail.do?managementId=353


https://m.100.daum.net/encyclopedia/view/216XXXH002190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쓸모가 있는 사람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