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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Jun 20. 2023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거야!

[1형 당뇨와 급성췌장염의 상관관계]

"쏘야야,

엄마 집에 가서 동생 돌봐야 하니까..."

"혼자서 잘 있을 수 있지?"


입원 수속을 마치 

회사일로 집안일로 바쁜 엄마는 

내게 잘 있으라는 인사 남기고 집으로 떠났다.


"괜찮아..."

" 혼자서 잘할 수 있어...!"


호기롭게 말은 했지만

사실... 보호자 없는 병원 생활은 외롭고 불안다.


모든 병실의 커튼을 열어야 하는 아침 회진시간과

데이근무 간호사 선생님들이 다 함 라운딩을

돌며 환자들과 인사하는 시간 다,


'커튼만 안 열어도 덜 불편한데...'

'쌤들 따로따로 보면 괜찮은데...'


"커튼 활짝 열고 회진 준비하실게요!"


'이불을 덮고 자는 척을 해볼까...?'


쿵쿵쿵...

멀리서 들리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다.


"김쏘야님, 교수님 오셨습니다."

"좀 일어나 보세요!"


이불속에서 머리만 빼꼼히 내밀고 교수님을 맞이했다. 모든 안테나가 움직여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어...?'

'소화기 내과 교수님이 러시아 불곰을 닮으셨네...'

'한 성격 하시겠는걸..?'

'왜 이렇게 선생님들을 많이 데리고 오셨지?'

'아... 불편해!'


교수님과 서너 명의 레지던트 선생님이

내 침대를 둘러쌌다.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 이불을 더욱 꼬옥 쥐었다.


"쏘야님, 지금 어디가장 불편하신가요?"

"통.. 통증이 심해요. 등 쪽이 너무 아파요."

"계속 춥고 떨리고 식은땀도 나고 열이 나요."


"김쏘야님, 아직 염증 수치가 많이 높아서

열이 많이 날 수 있어요."

"CT와 초음파 결과상으로 담석은 없네요."

"그럼... 저 언제 퇴원할 수 있어요?"


소화기내과 교수님께서 내 나이를 한번 더 확인하더니 말을 편하게 하셨다.


"아이고... 쏘야가 빨리 집에 가고 싶구나!"

"염증 수치가 낮아져야 집에 가지!"

"계속 금식치료 하면서 지켜보고 괜찮으면 집에 보내줄게."

껄껄껄...

"쏘야 빨리 치료해서 집에 보내 줘라!"


뒤에서 무언가를 바쁘게 적고 있던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큭큭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금식이요...?"

"췌장염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금식야."

"췌장이 지쳐있으니까 편하게 쉬게 해줘야 해!"

"칠이나 병원에 있어야 돼요?"

"최소한 2주 정도는 입원하고 그 이후에도 수치가 내려가지 않으면 더 입원해야 할 수도 있어."


'아...'

'아르바이트는 잘리겠고...'

'학원은 못 간다고 연기해야겠다.'


드디어 오전회진 시간이 끝났다.


휴...

'이제 마음 놓고 한숨 자볼까...?'


"아니.. 쏘야야, 네가 왜 여기 있?"

"회진 마치고 보러 올게. 조금만 기다려라!"


곰돌이 교수님께서 내분비내과 회진을 치고

나를 보러 오셨다.


"쏘야야..."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급성췌장염이니?"

"아.. 교수님 저 술 안 마셔요!"

"아니.. 못 마신다고요!"

"농담이야. 농담!"


"몸은 좀 괜찮니?"

"아직 열도 많이 나고 등도 아프고 힘들어요."

"그래, 네 안색을 보니 괜찮아 보이지 않네."


"교수님, 제 췌장은 일도 못하는데 왜 염증수치가 높아져요?"

"인슐린도 못 만드는데 급성췌장염까지 오고..."

"저 학원도 못 가고 아르바이트도 못 가고 다 망했어요."


하하하...

"아.. 교수님 웃지 마세요. 저 진짜 화나요."

"쏘야야, 췌장이 인슐린만 만드는 게 아니란다."

"소화효소도 나와서 지방을 분해하고..."

"너는 술이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으로 급성췌장염이 온 거야!"

"바.. 바이러스 감염이요?"


"1형 당뇨가 있는데 급성췌장염이 생길 수 있어요?"

"음.. 야야, 너 이 속담 알고 있니?"

"지금 이 상황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과 같."

"1형 당뇨가 있어서 급성췌장염이 오는 건 아니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으니 너무 억울해하지는 마라!"

"급성췌장염이 와서 후유증으로 1형 당뇨가 생

경우는 종종 있어."


"교수님, 저 보러 자주 오실 거예요?"

"허허허.. 너 하는 거 봐서 올 거다."

"치료 잘 받아라!"


곰돌이 교수님을 뵙고 나서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김쏘야님, 쏘야야 계속 금식이야."

간호사 선생님이 금식 팻말을 가지고 오셨다.


"쌤, 포카리는 마셔도 돼요?"

"한번 마셔볼래? 아파서 떼굴떼굴 굴러도 모른다!"

"쌤, 그럼... 물은 마셔도 돼요?"

"안돼, 물 포함 금식이야!"

"김쏘야님, 물, 이온음료 포함해서 입으로 들어가는 거 모두 다 안 돼요!!"


'계속 금식을 하니까 목이 너무 말라!'

'물 한 모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아.. 시원해!'

'이제 좀 살 것 같다...'


잠시 후, 복통과 구토가 시작되었다.


우웨에에엑...

"악!!!"

 "아이고... 나 죽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떼굴떼굴 굴렀다.


"김쏘야님, 괜찮으세요?"

"쏘야야, 너 혹시 물 마셨니?"

"딱 한 모금밖에 안 마셨어요!"


"어이구! 언니가 물도 마시지 말랬잖아!"

"이 지지배 언니말을 죽어라 안 들어요!"

"쌤, 딱 한 모금인데..."

"한 모금이고 한 방울이고 간에 지금 입으로는 아무것도 들어가면 안 돼!"

"얘가 얘가...

급성췌장염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구나?"


"김쏘야, 너 이제 큰 일 났다."

"소화기내과 교수님이 얼마나 무서운데...!"


'하아...'

'러시아 불곰 교수님...

내가 잘 못 본 게 아니었어!'


물 한 모금의 대가는 아주 혹독했다.

밤새 끙끙 앓고 나서 진정이 되었다.


'아.. 쌤 말 좀 잘 들을걸...!'


'어...'

'이상하네...?'

'입원한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

'왜 인슐린을 안 주는 걸까...?'


'혹시... 1형 당뇨가 완치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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