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결국 오늘 하루는 내 신체를 감정에 내어주었다. 위경련과 공황이 오니 속절없이. 그래 가져가. 배가 아프고 싶으면 아프고, 잠으로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 아침에 일어나서 한국 세금을 처리하고, 아무리 생산적으로 살려고 발버둥 치고, 내 자신을 떠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래. 이런 날도 있지. 손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들의 나. 움켜쥐려던 손을 폈다. 그저 모래가 흐르게 두었다. 움켜쥔 배 위에 전자렌지에 돌린 곡물팩을 올리고, 잠이 나를 데려가게 했다. 눈을 떠서 몽롱한 정신을 깨어보려고 하니 오후 4시쯤. 앉아서 그저 생각들을 흘려보냈다. 5월은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힘들었겠다. 오늘 이렇게 지칠만 했네. 고생했어. 공황이 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몰라. 잘 버텼어. 타인의 글들도, 내게 흘러들여 보냈다. 한숨조차 버거운 글들도 있었고, 따스한 햇볕을 쬐는듯한 글들도 있었어. 오랜만에 생각을 펜시브에 쏟아부었고, 죄책감 없이 펜시브에서, 꿈에서,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서 죄책감과 독기를 가질 힘 조차 없이 해파리처럼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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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31
안녕 나의 봄, 나의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