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권 Mar 08. 2022

엄마 밥이 최고지

깨끗하고 안전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듯

'you have B's eyes'

'no I gave them to B'


룸메이트 B가 수술을 했다. B의 어머니는 다른 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간호를 위해 며칠을 함께 계실 예정이라고 했다. 푸른 눈이 B의 눈과 같았다. 인상은  B가 조금 더 동글동글한 유리의 하늘색이라면 어머니의 눈은 조금 더 서늘한 얼음 유리 같은 느낌의. 그래도 누가 봐도 체형도, 깔끔한 성격도 닮았다. 


아침에 한국의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서, 나는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생활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아프거나 사고 날 때 비상연락처로 적어둘 수 있는 가족, 힘들거나 웃고 싶을 때 나를 잘 아는 친구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연인과 반려동물, 혼자서라도 보상하고 포상 주기 위해서 갈 수 있는 맛집들, 카페들, 언제든지 나 자신을 원하는 곳에 옮길 수 있는 이동의 자유, 부업을, 과외를, 원하는 실험 참여를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자유. F1 비자를 가진 이방인으로서, 한국에서 지구 반대편에 놓이면 당연해지지 않는 것들. 어릴 때는 학부부터 유학 간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었고, 유학이라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안 갔었는데. 


친구들은 내게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너는 어디 있든 한국에서도 육아든 취업이든 뭐든 잘 해낼 거라고. 나는 그런 생활 너무 힘들 것 같다고.


B는 어머니와 함께 만든 스프 한 그릇을 날 위해 담아두었다고 했다. 이미 그의 어머니가 요리하는 것만으로도 집이 집다워서 행복했는데, 스프는 정말 맛있었다. 엄마 밥이 그리운 날. 


어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봄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