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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라씨 Jun 27. 2023

파이브 가이즈 Five Guys/다섯 남자들과의 추억

같은 장소이지만, 모두 각자의 경험과 추억을 쌓아간다.

다섯 남자들이 '드디어' 한국에 들어왔다. 

연일 매스컴에서 그 보도가 한창이다. 12시간 밤새워 줄을 선 사람도 있다고 한다. 뉴스의 댓글을 보니 극과 극으로 양분화된 의견이 팽팽하다.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래요.. 미국에 오면 꼭 가봐야 한대요"


쉐이크쉑 버거, 인 앤 아웃 버거와 함께 미국 3대 버거라는 파이브 가이즈 버거에 가기 위해 씩씩하게 앞장서며 왜 이곳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지 부모님께 연신 덧붙였다. 하지만, 그러는 나는 사실 하드락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다.


나는 딱히 햄버거 취향은 아니다. 아마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먹을까?


대중적인 프랜차이즈의 햄버거는 패스트푸드/정크푸드 느낌이 강했고, 수제버거는 간편하게 먹는 햄버거의 특성과 다르게 여간 먹기 상그라운게 아니었다. 해외여행에서도 햄버거를 먹었던 기억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햄버거 취향이 아닌 건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미국 3대 버거라니, 안 먹고 가면 뭔가 서운할 것 같은 느낌의 '미국 3대'.


우리가 다녀온 마이애미의 파이브 가이즈는 하드락카페, 부바검프 등 쟁쟁한 레스토랑과 함께 멋진 바닷가 쇼핑몰에 위치하고 있었다.


입구부터 미국 특유의 경쾌함이 가득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버거 종류를 고르고 토핑을 선택하고 사이드 메뉴, 음료를 주문하는 건 이미 서브웨이 샌드위치에서 익숙해진 방식.


총 4개의 버거와 작은 사이즈 감자튀김 하나를 주문했는데 "너희는 4명인데 감자튀김을 작은 걸로 하나 시킨다고??"라며 재차 확인하며 유쾌하게 되묻던 점원의 표정이 지금까지 생각난다.


"응. 우리는 감자튀김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


파이브가이즈의 시그니처 땅콩과 맥주를 마시며 버거를 기다렸는데, 주문했던 햄버거와 베이컨 치즈버거는 베이컨 치즈버거로 통일해서 나왔고, 봉지에 우르르 쏟듯 나오는 감자튀김은 스몰 사이즈가 아니었다.


"아하하, 우리 발음을 못 알아들었는가 보다. 그냥 먹자~ 여기 감자튀김 인심 후하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날을 회상하며 웃음 짓는다.


"넷이서 스몰 감자튀김 하나라고?"

(별것 아닌 것도 우리끼리는 너무 웃기고 즐거운 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파이브 가이즈는 누군가에겐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 누군가에겐 추억의 맛, 누군가에겐 재벌가의 취미 일 수도 있겠지만, 같은 장소에서 모두 다른 각자의 경험과 추억을 쌓아간다. 어제 12시간 밤새워 줄을 선 사람에겐 또 그만의 추억과 경험이 생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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