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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빤짝맘 이은영 Feb 12. 2020

#3. 결국. 여행은 항공권이 결정한다.

아동복 직구보다 백배는 쉬운 외항사 항공권 직구

총 경비 600만원

5인 가족 유럽 여행 예산

항공권, 숙소, 교통비, 식비, 입장료, 투어 비용 모두 포함한 금액.




나는 평소 티비를 그닥 즐겨보지 않지만, 여행 프로그램은 무척 좋아해서 다시보기도 많이 하는 편이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뭉쳐야 뜬다, 세계문화기행, 걸어서 세계속으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짠내난다는 것과 여행쌈질 한다는 건 너무 억지스러워서 그닥.)
그리고 홈쇼핑 여행 상품. 이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본다. 채널 이리저리 돌려가며.


불금부터 주말동안 심야 시간, 혹은 명절 끄트머리엔 홈쇼핑 채널들이 집중적으로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혹자는 말했다. 명절 응어리와 보복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편성이라고.)
홈쇼핑 여행 상품은 내게 최고의 튜토리얼이다.
홈쇼핑을 자세히 보면 그 도시의 대표적인 곳, 대략 어느 시기에 어느 항공사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갈 수 있을지 등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ㅕ현실 여행을 표방하며 연예인들이 고생하는 척 하는 - 실상은 비용 다 쓰고, 맛집 다 가고, 관광지 다 가는 - 포장된 여행 프로그램들 보다 훨씬 현실적인 꿀정보들이 많다.

나아가 천둥 벌거숭이(이지만 오래 걷는 건 또 싫어하는) 시골 삼남매를 데리고 다닐만 한 곳인지, 대략의 현실적인 물가 수준(과 그에 따른 체류비) 등을 짐작해 보면서 틈만 나면 먹어대는 아이들과 갈 만한 곳인지, 이런 현실적인 많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세상은 넓고 가고 싶은 곳은 많고.

"너희 가족은 어떤 기준으로 여행지를 정해?"라는 질문에, 내 답은 한결같다.

"여행 경비!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총 항공권 금액!"


"가고 싶은 곳"이 아닌 "갈 수 있는 곳"을 가기. 그게 우리 가족의 여행법이다.

우리집 5인가족 기준으로, 총 여행 경비에서 항공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50~65퍼센트이다.

여행지와 시기는 내가 결정하는게 아니라, 항공권이 결정한다. 
우리는 '생계형 현실 여행자 가족' 이니까.

휴가를 쓸 수 있겠다 싶은 시기에 특가 항공권이 뜨는 도시 중에서, 아이들과 지낼만 한 곳. 혹시나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도시면 더더욱 좋은. 늘 그런 식이기에 항공권 발권 전에는 여행지도 일정도 미정이다.

단, 아무리 항공권이 싸도 체류비가 비싸면 탈락. (대표적인 곳이 취리히, 레이캬비크다.)
아이들은 거기도 가고 싶다지만. (나중에 너희가 벌어서 가렴. ㅎㅎ 지금은 엄빠가 5인분 여행경비 독박이라 안돼.)


총 여행경비 목표 600만원(max 650만원)을 상한선으로 놓고 여행 계획을 짜는 우리는, 항공권 총액이 350만원을 넘을 수 없다. 그 선을 넘으면 숙소 컨디션과 여행 내용 중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기에, 여행 계획 자체가 없던 일이 된다.
특가 항공권은 소아 할인폭이 아주 작아서 (그나마, 만 12세부터 성인요금), 총액을 맞추려면 인당 항공료 70만원 이하의 티켓을 찾아야 여행을 꿈이라도 꿀 수 있다. 60만원이면 더 좋고.

유럽 노선에서 그 금액을 맞추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항사 경유편. 단 하나의 선택지.

우리 아이들은 유럽은 머니까 무조건 갈아타야 가는 줄만 안다. (얘들아, 미안. 사실 직항도 있다.)



나의 참새방앗간인 KLM네덜란드항공 홈페이지 캡쳐. 프라하행 첫 항공권 직접 구매도 여기였다.


외항사 항공권 직접 구매는, 생각보다 매우 쉽다.

외항사들이 한국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전화 고객센터에서는 한국인(혹은 한국말을 아주 잘하는 외국인)이 근무하며, 사이트에서 직접 신용카드 결제도 물론 가능하다. 괜히 온라인여행사에 인당 3만원선의 대행수수료를 줄 필요가 없다


할부로 구입하고 싶어서 국내 온라인여행사 대행을 선택한다? (외항사 직구는 할부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생계형 여행자인 우리 가족도 카드 장기 할부로 항공권 구입해서 다닌다. 이 때도 일단 항공사 사이트에서 일시불로 결제하고, 해당 카드사에 3일쯤 후에 전화해서 할부로 전환하면 된다. (카드사 전표 매입까지 사흘쯤 걸린다.)

3만원 주고 맘 편히 대행시킬 수도 있지만, 우린 다섯명이다. 15만원이면 하루 숙박비다.


먼저 관심있는 몇몇 항공사에 회원가입을 하고 메일 주소를 남겨 놓으면, 프로모션 기간에 알아서 메일이 온다.
일반적으로 3~6개월 뒤 탑승할 항공권이 대상이다.

메일을 보고 적당한 가격, 적당한 시기, 적당한 여행지를 골라서 구입하면 OK.
(Gap 키즈 직구보다 백배는 쉽다. 이건 배대지 따위도 필요 없다!)


나는 KLM네덜란드항공, 루프트한자, 에어차이나, 중국남방항공, LOT폴란드항공, 카타르항공, 에미레이트항공의 정보를 받아서 보고 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꺼리고 있을 뿐, 중국 항공사는 내게 항상 꽤 좋은 선택지이다.)


물론 특가 항공권이 떴다고 해서 해당 기간의 모든 항공권이 그 가격인 것은 아니다. (응. 그거. 미끼상품)

그걸 찾으려면 발품 아니 손품이 좀 필요하다. 어쩌면 이게 발권의 기술이랄까.


1. 출발일/도착일을 적당히 바꿔가며 다양한 옵션으로 검색해본다.

   - 특히 출발 요일이 중요하다. 금토일은 지양하자.

   - '꼭 사야 해! 꼭 찾아야 해!'가 아닌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보물찾기 한다 치고 해본다.

   - 백화점, 마트 아이쇼핑 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참고로 나는 이케아, 코스트코 아이쇼핑 매니아다.)


2. 같은 항공사의 비슷한 비행스케쥴인 경우에도 경유 공항, 경유 시간에 따라 항공권 가격은 천차만별.
    - 여러 옵션을 놓고 가격과 우리 가족의 생활 패턴을 고려하여 선택한다. ('과연 외국 공항 의자에 가로로 누워 편히 쉴 용기가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 답해보자.)

    - 이탈리아 갈 때, 에어차이나가 항저우 경유 로마 취항을 하면서 몇달간 항저우 경유편 초특가를 내놓은 걸 샀다.

   - 바르셀로나 갈 때, 거의 비슷한 스케쥴이었음에도 루프트한자 뮌헨 경유편이 프랑크푸르트 경유편보다 인당 8만원 정도 저렴했다. 사람들 피셜로는, 항공기 기재 차이라고 했다. 뭐, 점보급 최신형 안 타면 어때! 다섯명이면 40만원인데! (굳힌 40만원으로 몬세라트 투어 추가했다.)

   - 일반적으로 경유 시간이 짧은 스케쥴의 가격이 높다. 이걸 역이용하여 오히려 8시간 이상 경유편을 끊으면 가격도 저렴하고 경우에 따라 무료 환승호텔 또는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이런 세부적인 티켓 조건도 항공사 사이트에 작은 글씨로 친절히 써있다. 궁금하면 콜센터! (국내전화요금 적용됨.)


3. 괜찮다 싶은 항공권이 보이면 일단 화면 캡쳐해놓고, 스카이스캐너에서 비슷한 여정으로 검색해본다. 

    - 그런데 무슨 조화속인지, 가끔 항공사 사이트에 있는 최저가 티켓이 스카이스캐너에서는 검색이 안되기도 한다. 반대로 스카이스캐너에 있는 티켓이 항공사에선 비싸게 보일 때도 있다. cross-check 필수.

   - 아주 가끔 이 단계에서 생각지도 못한 항공사의 특가 항공권이 검색되기도 한다.


4. 스카이스캐너 너무 믿지 말자. 꼼꼼히 살펴보면 항공사 직구가  나은 경우도 많다.

   - 최저가라고 해서 들어가보면 무슨무슨 카드가 있어야 하고, 온라인 여행사 사이트로 연결되면서 가격이 뛰기도 한다.

   - 최저가 티켓을 많이 갖고 있다고 검색되는 모 온라인 여행사는 이래저래 꽤나 악명이 높아서 일부러 피했다. (누군가 그랬다. 그 여행사 이름을 Go to hell gate 로 바꿔야 한다고.)


5. 아이들과 첫 비행에서 '출발편 야간비행'은 되도록 지양한다.

   - 인천(또는 중국 같은 아시아 지역)에서 밤 출발 비행기는 유럽에 새벽에 도착한다. 경유편이건 최종편이건. 성인만의 배낭여행이나 출장이면 '아싸, 하루 벌었다'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비행기에서 잠을 못자는 경우 '젠장, 이틀 날렸다'가 될 수도 있다. (날려본 자의 뼈아픈 경험담)

   - 첫 여행(프라하) 출발편이 한참 인기였던, 'KLM 밤비' 였다. 우리 아이들은 어디가도 잡초같은 적응력을 보이기에, 잘 자고 개운하게 유럽 도착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여행의 설렘+낯선 환경+엔진소음 때문에 아이들이 잠을 설쳤고, 스파클링 와인 한 잔이면 비행기에서 푹 잘 자는 나까지도 아이들 돌보느라 잠을 설쳤다. 암스테르담 경유부터 프라하 도착 후 다음날 아침까지, 도대체 뭘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아이들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둘째 아이는 결국 프라하 공항에서 카메라 분실.

   - 귀국편은 상관없지만, 출발편은 무조건 낮 비행 추천. (오히려 낮 비행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인당 56만원으로 로마 왕복을 할 수 있었던 에어차이나. 덕분에(?!) 여행 레벨 만렙 찍었다.


<외항사의 장점>


1. 저렴하다.
    - 단, 허브공항을 경유해서 다른 곳으로 갈 때만.
    - 예를 들어 루프트한자(독일)를 타고 뮌헨에 가는 것보다, 뮌헨을 경유해서 바르셀로나 가는 티켓이 일반적으로 더 저렴하다.


2. 적절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있다.
    - 개인적 생각이지만,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승무원들을 너무나 '수퍼 을'로 만든다. '고객님 자녀님께서 주무셔서 식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같은 필요 이상의 갑을관계는 내게 너무나 불편하다. 아이들이 '돈을 내면 어른도 내게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는 갑질 시각을 가질까봐 두렵다.


3. 경유지 관광

   - 짧고 굵게 경유지를 둘러보며, 생각지 못한 의외의 즐거움과 경험을 얻을 수 있다. 항저우 경유는 우리 아이들에게 대륙의 스케일과 맛을 경험해 본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4. 동기부여

   - "엄마. 우리가 여행가서 안굶으려면 영어 공부 해야겠어요!"
   - 아이들이 주스라도 한 잔 마시고, 먹고 싶은 기내식 선택하려면 어떻게든 해야 한다. 한국인 승무원을 찾아내든, 없으면 손가락으로 짚어서 고르든. 나는 일부러라도 대신 주문 안해준다.


5. Kids-friendly

   - 이건 국적기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따뜻하게 대해주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첫 비행에선 기장님이 직접 오셔서 따뜻하게 웃으며 "sweet baby!" 라고 예뻐해주셨다.
   - 우리나라에 비해 외항사 승무원의 연령대가 높아서, 아이들을 무척 예뻐해주셨다. 우리 아이들이 안되는 영어로 더듬더듬 주문하고 음식을 먹을 때 꿀 떨어지는 눈빛과 웃음이 정말 감사했다. 심지어 어느 분은 우리 아이가 입 주위에 묻히고 먹으니 손으로 막 닦아주셨다.

  


<외항사의 단점>


1. 경유는 힘들다. 특히 경유시간이 촉박할 경우엔 애들 손잡고 뛰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 솔직해지자. 저렴한건 나의, 아니 우리의 몸고생, 마음고생에 대한 적절한 댓가라고. no sweat, no sweet.

2. 영어가 안통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중국.

   - 20년 전에 배운 중국어를 항저우에서 써먹을 줄이야. 입국심사대 공안 조차 영어를 못한다.

   - 아직까지는 파파고 번역기, 구글 번역기의 한계가.

   - 유럽 경유시엔 영어 아주 잘 통한다. 걱정 마시라. 우리는 왕년에 영어를 최소 6년씩은 배웠다.


에어차이나 셔틀버스 직원이 쓰던 번역 앱. 내가 쓰던 파파고보다 한-중 번역이 더 좋았다. 그런데 이거 이름 뭐지??


3. 연착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직접 해결해야 한다.
   - 아이들은 보채고, 말은 안통하고, 보딩타임은 촉박한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돌발상황이 없으리라고 장담하지 마시라.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나에게 벌어지면 100%다.

   - 바디 랭귀지. 만국 공통어를 이용하면 대략 해결된다. 정 안되면 단어라도 읊으면 알아듣는다.
    - 영어 안되는 중국 공안에게 '우리 타고온 비행기가 연착돼서, 다음 비행기 30분 내로 타야 하는데, 쟤들이(중국인 단체) 앞에서 계속 새치기해서 심사 못받고 있어. 우리 빨리 한국 가는 비행기 타야 해'를 결국은 이해시키고, 강물을 거스르는 연어처럼 다섯명이 심사 맨 앞줄로 빠져나갔다. 한 번 겪고 나니 이젠 두려울 게 없으나, 그 때 등에서 땀이 한바가지는 흘렀다.


4. 기내 엔터테인먼트

   - 아이들이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버티려면 먹고 자고 뿐만 아니라 영화도 필요한데, 더빙은 커녕 한국어 자막도 없는 경우가 있다.

   - 궁하면 통한다고, 어떻게든 '직관적으로' 보며 낄낄대긴 한다. 혹은 한국에서 봤던 영화 대사를 회상하며 화면만 보기도 한다. 어떻게든 보면 됐지 뭐.

   - 게임은 만국공용어다. 아이들은 중국어 독일어 영어로 설명이 되어있어도, 경험적으로 게임을 해낸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항공권은 일물일가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얼마나 찾아보느냐에 따라 같은 비행기라도 티켓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나는 생계형 현실 여행자라서 외항사 타고 경유해서라도 유럽에 가겠다!' 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여행 계획이 없더라도 평소에 외항사 사이트 자주 들여다보길 추천한다.


혹시 정말 괜찮은 항공권이 '서프라이즈~' 하면서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혹시 항공권 때문에 새로운 여행이 시작될지도 모르니까.


우연히 저렴한 항공권이 얻어걸려서 생각지도 못했던 곳으로 가게 되고,
낯선 그 그 곳에서의 일주일 혹은 열흘 남짓한 시간을 위해 몇 달 동안 준비하며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

얼마나 정보를 찾아봤으면 하루에도 몇번씩 그곳에 벌써 왔다갔다 하는 듯한 그 느낌.

"이 항공권 내가 잘 찾았지? 원래 이 노선이 얼마나 비싸다구!" 하며 자존감 라이징 하는 그 기분.


내가 유럽 가족 여행을, 힘에 부치지만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서 가는 이유다.

그러고보니, 아이들 때문이 아니고 나 때문인가보다.

뭐, 누구 때문이면 어때! 모두 행복하면 됐지.


나는 오늘도 기웃기웃 항공사 사이트에서 아이쇼핑을 즐긴다.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르는 그 언젠가의 행복한 여행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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