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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빤짝맘 이은영 Mar 02. 2020

3월의 첫 날.

COVID19가 바꿔놓은 우리 가족의 3월 1일

3월이 되고 3.1절이자 주일이 되었다.

그리고, 조용하던 이 작은 우리 지역에도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다.

그분들의 동선은 내가 자주 다니는 곳들과 꽤나 얽혀있어서, 순간 헉! 하기도 한다.




우리 교회는 지역 확진자 나오기 전에 이미, 지난 월요일(2/24)부터 3/13일까지 모든 예배를 인터넷으로 드리고, 모든 모임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아주 대형교회는 아니지만 이 지역에선 가장 규모가 있는 교회인지라,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목사님들께서 발빠르게 결정하고 좋은 영향을 끼치셨다고 생각한다. 
목사님들이 매일 열심히 새벽예배 영상부터 주일예배 영상까지 만들어 주심에 참 감사할 따름이다. 비전문가가 매일 촬영, 편집, 업로드 까지 하기는 참 벅찬데..게다가 중간중간 자막과 ppt도 끼워넣어야 할테고.. (전직 방송실 봉사자 ㅎ)


우리 교회 너튜브 페이지. 온라인 예배라는 새로운 경험. 예배는 어디서나 어떻게든 가능하다!


나도 3월 8일까지 까지 모든 수업과 일정을 중단했고.

남편도 종종 재택근무가 있을 것이라 한다.

엉겁결에 방학이 연장된 아이들은 오래전부터 셀프 격리중이다.

원래대로라면. 2,3번은 긴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1번은 새로운 중학교에 입학을 준비하며 분주하게 이런저런 물품들을 챙겼을 3월 1일.

하지만 올해 3월 1일은 몹시도 조용하고 아무 일이 없는 그런 날이다. 

 

산 속의 우리집. 
밭 갈고 풀 뽑고 밥 해먹으며 우리끼리 있으면, 그게 그냥 격리생활이 되어버리는 곳.

우리는 주말 내내 펜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아무도 안만나고 자급자족 생활중이다.

'사회적 격리'가 필요한 시점이라 하여, 제대로 격리 해보는 중.




코로나19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별것 아닌 감기처럼 지나간다기에, ‘이거 걸려서 죽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사실 없다. 

예전 TV 프로그램 중에, 하도 뭐만 하면 죽는대서 이승탈출넘버원 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위기탈출넘버원’ 에서는 양치하다가도 죽고 밥먹다가도 죽고 그러지 않았나. 죽고 사는건 어차피 인력으로 되는 영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의사협회 권고대로 집 밖에 안나가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 하는건, 혹시나 면역력 약한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전달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나는 감기(로 인한 합병증)에 의해 가족과 지인을 잃어봤다. 그깟 감기도 누군가에겐 치명타가 되는 걸 직접 경험했기에, 그리고 그게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인지 경험했기에, 그 동안 우리 아이들이 감기 걸리면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사람들도 못만나게 했다.

"저희 아이가 감기에 걸려서, 내일 저희집 모임은 취소하려 합니다."

"우리 애 감기 걸렸어. 오늘은 OO이(아이 친구) 놀러 보내지 마."

"아이 병원 진료 보고 집에서 휴식시킨 후에, 나으면 등교시키겠습니다."


'독감도 아니고 감기인데, 그것 때문에 집에 오지 말라고? 혹시 내가 가는 게 싫은가?' 

이런 오해도 받아봤다.

 '죽을 병도 아닌데, 학교에서 오지 말라는 1종 전염병도 아닌데, 학교를 안보내다니. 참 유난스럽다. 과보호 아냐?'

내 뒤에서 이런 말을 하고 다닌 사람도 있다.


별 것 아닌, 별 것인 듯, 별 것 아닌.. 감기??!!


하지만 내게 이런 행동은, 내가 아닌 공동체와 우리를 위한 일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정말 '병균도 씹어먹는' 아이들이다. 감기도 잘 안걸리지만, 어쩌다 감기에 걸려 열이 39.5도가 되어도 잘 먹고 잘 놀다가 40도는 되어야 '좀 아프네' 하며 눕는 그런 전형적인 시골 아이들이다. 하지만 내 아이가 괜찮아 보인다고 사람들을 접촉시켜서 바이러스를 약한 사람에게 옮기는 전달자 역할을 해서는 안될 일이기에, 그 동안 내가 고집스럽게 지킨 원칙이다.




태어나보니 기독교인이었던 내게, 주일예배는 꽤나 중요한 일이다. 

그런 주일예배조차 모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지인들과의 만남 혹은 식사는 그래서 내겐 ‘no!’ 다.

하늘의 질서에 순종하듯, 세상의 지도자의 질서에도 순종해보려 한다. 다음주동안 외부인 접촉 없이, 개인위생과 면역력 강화에 힘쓰며. 정부에서 하라는대로 충실히 따라보려 한다.


조용히 시골 우리집에서 일을 하고, 성경 읽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아이들을 먹이며.. 그렇게 잠잠히 지내며 정부 시책에 따르는 것 또한, 질병 최일선에서 싸우는 많은 분들을 돕는 일이라 생각한다.




결론은. 

다음주까지 칩거 예정.

늘 손님 많이 오기로 유명한 우리집이만, 당분간은 봉쇄합니다 ^^

코로나 사태 진정되고 나면, 더 커진 손으로 푸짐하게 모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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