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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쩐구 Dec 20. 2023

걱정하는 마음에 화나는 엄마

어지럽다고 하는 아이

아이에게 아침부터 화를 냈다.

아이는 원래 혼자 잘 놀고 있었는데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아침 인사하라고 괜히 휴대폰을 들이대는 바람에 흐름이 끊겨 버렸다. 인사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아이는 그때부터 짜증 부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내 잘못인데 짜증 내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화난 마음을 애써 누르고 내 할 일 하고 있으니 아이가 다가와서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나도 대충 미안하다고 하고 평소와 같은 아침 루틴을 시작했다 - 아이가 견과류와 사과를 먹는 동안 책 읽어주기. 


늦은 아침 식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몇 숟가락 먹지 않고 갑자기 어지럽다고 한다.


작년 여름에 한 번 매트 위에서 쿵 떨어지고 나서 며칠 동안 어지럽다고 해서 혈액검사까지 받았다. 다행히 그 후로 괜찮아져서 그냥 넘겼는데 요즘 밥 먹을 때 가끔 어지럽다고 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무언가를 하기 싫을 때 어지럽다고 말한다. 특히 밥 먹을 때.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화가 솟구치고, 얘가 진짜 어지러워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엄습하면서 내 감정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오늘은 아이가 "졸려서 어지러운가 봐"라고 하길래, 3분의 1도 못 먹은 밥상을 뒤로하고 바로 침대로 데리고 들어왔다. 안 자기만 해보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도 아이를 혼냈다. 아이는 5분도 안돼 잠이 들었고, 아직 자고 있다.


아무래도 어제 피곤했는데 오늘 일찍 일어나서 그런 듯하다. 모르겠다 진짜. 육아는 너무 어렵다.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한 인간을 키우다니. 나의 언행 하나하나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거라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괴롭다.


부디부디 건강하고 무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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