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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쩐구 Dec 24. 2023

엄마 아플 때만 보여주는 영상

어제 몸이 많이 안 좋았다. 장염으로 인한 몸살이라고 스스로 처방하고, 집에 있는 상비약 하나를 대충 먹고 버텨냈다.


가정보육 하면서 제일 힘들 때는 바로 내 몸이 아플 때... 시댁이 멀지 않은 거리에 있기는 하나 아아만 혼자 맡기기에는 아직 내키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같이 가서 있는 건 그냥 집에서 나 혼자 아이 데리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제 오후 네시까지 끙끙 앓으며 버티다가 아이에게 아이패드로 자신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진짜 많이 아팠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가정보육 4년 차지만 웬만큼 아프고 힘들어서는 영상 노출을 전혀 안 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뽀로로 같은 프로그램이 아닌 아이 본인의 영상이라서 그런지 질문이 끊임이 없다. "이건 어디서 찍은 거야? 이건 누구야?" 등등등등 그래도 잠시라도 누워서 대답만 해주는 건 나쁘지 않다. 비록 30분을 못 넘겼지만 충분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때가 있지만 요즘 어디를 가나 핸드폰 영상을 코앞에 달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참 걱정스럽다. 특히 밥 먹을 때 영상 보는 아이들 보면 밥을 입으로 먹고 있는 게 맞나 싶다.


언젠가는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고 선택하게 하겠지만 그 주도권을 최대한 늦게 넘겨주고 싶다.


어제 옆지기가 나름 일찍 퇴근해서(저녁 6시 반) 아이와 돌아준 덕분에 일찍 잤더니 오늘은 몸이 확실히 좋아졌다. 무탈하고 건강한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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