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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y 27. 2021

우리는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20구간 (4.14)

오늘 걷기는 김녕 서포구에서 시작했다. 제주시에서 18구간으로 이어 걷지 않고 20구간 김녕으로 건너뛴 이유는 제주에서 바람이 가장 세다는 곳에서 바람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서다. 이곳 제주 동북부 해안은 바람이 제일 먼저 닿는 곳인데 오늘 바람이 세게 불거라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녕 서포구 출발점은 해변가에 있어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출발하였다. 해변의 김녕리 마을을 지나 걸음을 옮기면 김녕해수욕장이다. 옥빛 바닷물이 하얀 모래의 해변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이지만 철이 일러 해변은 파도 소리만 가득할 뿐 한산한 모습이다. 물가로 내려서 신발을 벗어 들고 해변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양말을 벗고 찬물에 발을 담글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해수욕장을 벗어나면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사구 위를 걷게 된다. 이곳 모래언덕은 바다에서 파도에 밀려 올라온 모래로 생긴 것으로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높다고 한다. 사구를 지나면 검은 현무암으로 난 길이다. 만조시에는 물이 들어와 해변 포장도로로 우회해야 하는 곳이다. 검은 바위 사이사이로 파도에 밀려온 플라스틱 쓰레기가 곳곳에 몰려 있다.


해변의 플라스틱 오염은 심각한 상태다. 부표로 쓰던 스티로폼, 그물망, 밧줄, 플라스틱병과 각종 용기들이 곳곳에 몰려 있다. 자잘한 플라스틱 조각은 모래에 섞여 주워 내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쓰레기를 주워 모아 놓은 곳이 눈에 띄지만 치우지 않고 방치해 놓은 것 같고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플라스틱이 생필품으로 사용된 지 50년 정도 지난 지금 지구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는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후손들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를 석기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시대에 이어 플라스틱 시대라고 규정할 것이 틀림없다.


해변의 현무암 바위길을 걷다가 도로에 올라서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가 나온다. 풍력을 연구하는 부서가 있는 곳으로 보인다. 연구소 주변에는 다양한 풍력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고 바다 한가운데에도 두기가  있다. 풍력발전기를 가까이에서 보니  규모에 압도당한다. 풍력발전기가 많은 해안도로를 따라가다가 마을 쪽으로 접어들면 여느 중산간과 마찬가지로  사이로 길이다. 돌담으로 둘러쳐진 밭에는 , 무우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고 일부 밭은 수확이 끝났다. 길은  사이와 숲으로 이어지다가 월정리로 접어든다.


월정리는 제주 동북부에서 함덕해수욕장 다음으로  알려져 고 젊은이들에게  플레이스로  곳이다. 파도가 서핑하기에 알맞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해수욕장을 따라 해변에는 카페와 식당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명성에 걸맞게 번잡스러운 해변이다. 월정리를 지나면 행원포구다. 행원포구는 광해군이 유배 당시 제주도에 제일 먼저 기착한 곳이다. 개혁군주인 광해군이 당파싸움의 결과로 병자호란을 초래한 못난 군주 인조에게 쫓겨나 강화도를 거쳐 이것 제주도에 위리안치되었다. 역사는 지배하는 사람들의 기록이라지만 광해군이 폐위되지 않았다면 조선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광해군 기착을 알리는 비석을 지나 행원마을로 들어서면 밭길과  작은 마을을 지나게 되고 이어 숲길로 들어선다. 길은 한동리를 지나고 평대포구를 지나 세화리에 닿는다. 세화리는 5일장으로  알려져 있다. 장날이면 각종 해산물이 많이 나오는 곳이다. 5, 10일이 장날이라 아쉽지만 오늘은 장이 안서는 날이다. 세화포구 끝자락에 오늘 걷기의 마지막 지점인 해녀박물관이 있다.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해변과  그리고 숲길을 걷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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