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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y 26. 2021

추자도 가요.

18-1구간 (4.19)


오전 10시 반에 상추자항에 내렸다. 항구에서 걷기를 시작하여 봉골레산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추자초등학교 운동장을 지나면 최영 장군 사당이 나온다. 최영 장군이  목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도에 가는 도중에 풍랑을 만나 이곳에 잠시 머무르면서 주민들에게 어망을 만들어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고 해서 주민들이 사당을 짓고 봄과 가을에 제사를 올린다고 한다.


배에서 함께 내린 사람이 사당 옆 쌍룡사에 간다고 하여 절 구경을 하려고 따라 들어갔다. 절은 지금 한창 짓고 있는 중이다. 참배를 하고 점심공양을 함께했다. 절집에서 시간을 지체하긴 했지만 내일까지 이곳에 머무르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있어 마음도 여유롭다.


절집을 나서 이어지는 길로 레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는 상추자항이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으로 추자등대가 보인다. 레산을 내려서면 다시 상추자항 마을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면 마을 한가운데 순효각이라는 효자각이 나온다. 효자각을 지나 마을 뒷길로 오르면 박씨 조상을 모시는 박씨처사각이다. 처사각을 지나 산길을 오르면 추자등대에 닿는다. 등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했었만 코로나로 폐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등대를 한 바퀴 돌아 산아래로 내려가니 한전 발전소의 발전기 소음과 함께 추자교에 이른다. 2차선 콘크리트교인 추자교는 보도가 좁아 마주치는 두 사람이 서로 비껴가기에 좁다. 추자교를 건너 산으로 들어선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묵리 고갯길이다.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이 마주치는 곳이다. 가는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묵리 마을이다.


묵리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베어 물며 해안도로를 따라가니 산으로 오르는 방향 표식이 나온다. 산길을 따라 하추자도와 남단의 섬들을 바라보며 산길을 걷다 보면 신양항에 내려서게 된다. 하추자도의 항구인 신양항에서도 하루에 한 번씩 제주도를 오가는 배가 다닌다. 신양항을 지나 버스가 다니는 일주도로를 따라가다가 산길로 들어서면 무우꽃이 만발한 고갯길을 오른다.


고개를 넘어서면 황경한의 묘가 있다. 황사영과 정난주의 아들인 황경한은 정약용의 조카이자 황사영의 처 정난주가 신유박해 때 제주도로 유배 가는 길에 추자도에 내려놓고 가 이를 발견한 어부 오씨가 키웠다고 한다. 그때 황경한의 나이는 두 살이었다. 묘는 십자가와 정난주의 동상으로 잘 꾸며져 있다.


황경한의 묘를 지나 산길을 내려가면 몽돌해안이 나오고 시멘트 포장길이 해변을 지나 구불거리며 건너편 언덕을 넘는다. 언덕을 오르면 예초리 기정길이다. 망망대해가 펼쳐지며 그위에 점점이 섬들이 떠있다. 이 길을 걸으면 걷는 사람의 마음이 활짝 열린다. 시원한 바람과 바다경치에 매료되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예초리 기정 끝머리가 예초 포구다. 젓갈을 익히는 커다란 플라스틱 통이 곳곳에 널려 있다.


포구를 지나면 거대한 바위 아래 엄바위 장승이 있다. 부리부리한 눈에 팔짱을  장승의 모습이 이채롭고 장승 뒤의 거대한 바위도 줄기식물이 자라 붙어 사람의 뒤통수를 보는 듯한 특이한 모습으로 서있다. 장승을 지나면 힘든 산길을   올라야 한다. 오르막길이 힘든 몸을 더 지치게 하지만 돈대산 정상에는 힘든 산행에 대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시원한 바람, 사방에 펼쳐지는 바다의 경치가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이다. 경치에 취해 정상 팔각정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내려오는 길에는 저수지를 만난다. 마을 사람들의 상수원인 정수장도 있. 도로를 따라  오솔길을 따라 추자교에 닿는다. 이곳부터는  일주 포장도로를 따라 상추자항 까지 간다. 오전에 배에서 내려 걷기를 시작해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돌았다. 추자섬의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이번 길은 다른 곳보다는 힘든 구간이지만 빼어난 추자도의 경치로 인해 지루함을 느낄  없는 아름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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