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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챠 Jul 05. 2024

책방에서 책을 샀다.

동네 책방



꽤 오래전부터 책방에서 책을 사본 적이 없다. 핸드폰을 켜고 책 소개를 보다가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책 서평을 찾아보고 몇 권은 덜어내고 다시 채우기도 하며 책을 산다. 꼭 누워서 잠들기 전에 책을 주문하고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현관 앞에서 책을 받아본다. 서평을 쓴 블로거의 추천에 기대어 책을 고르는 편이다. '빌리는' 개념이 싫어서 도서관도 한동안 이용하지 않았다.

책도, 생필품도, 학용품도 온라인 쇼핑을 주로 한다. 동네 문구점이 사라진 이유가 온라인 쇼핑인데, 그걸 안타까워하면서도 물들어 버렸다. 어렸을 때 매일 문구점에 드나들면서 무엇인가를 쥐고 나왔던 재미를 잊지 못하면서도.

시장에 가질 않으니 식재료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오이 얼마예요?", "오늘 어떤 과일이 맛있어요?"라고 물어볼 사람도 없다. 가격표가 붙어져 있고 내 필요에 의해 카트에 담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배달은 어플을 켜고 손가락으로 누르면 해결되니 전화를 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소통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러다 문득 내가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제가 지금 읽으면 좋을 만한 있을까요?"

세상 밖으로 나와 누군가와 '책'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집 근처 한 책방에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서너 칸짜리 책장 앞에 서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책 표지를 읽었다. 책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기도 했다. 어쩐지 동네 책방은 조심스기만 하다.

내가 동네 책방에 가지 않았던 이유는 폐쇄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다. 열려있지만 특정인에게만 열린 것 같은 문. 발을 들이면 무조건 한 권이라도 사서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 책방 주인이 책을 고르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 같은 불편함. 옷 가게에서 옆에 딱 붙어서 함께 옷을 골라주려 애쓰는 점원이 싫어 발길을 끊었던 것처럼 책방도 다르지 않았다. 옷 가게에서 점원이 쫓아다니는 문화가 사라져 가면서 나는 오프라인 옷 쇼핑을 다시 하게 되었다.

내가 간 책방 주인은 내가 책을 고르는 동안 시선을 주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읽던 책을 펼쳐서 읽고 있었다. 청개구리 같은 마음인지 책방 주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독서 모임에 선정된 책은 어디 있나요?"

명확하지 않은, 책방 주인을 내 옆으로 부르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질문이었다. "저기요."와 "여기"를 대신해서 찾은 모호한 질문이지만 의도를 알아차린 듯 주인은 책을 덮고 내게 다가왔다.

"아, 그 책은 손님이 예약하셔서 따로 빼놓았어요. 주말 동안 책이 많이 나갔는데, 아직 책이 들어오지 않아서 별로 없네요."

"아..."

님이 예약했다는 도서를 꺼내 보여주길래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다른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몇 권의 책을 차례로 소개해 주었다. 책의 배경, 추천 이유 등을 들면서 설명하는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SNS에서 본 책방지기는 무척 밝았는데, 온라인에서와는 다른 느낌이다. 텐션이 높으면 되려 부담스러워서 금세 자리를 떴을 테지.

체감상 7~8권 정도 추천을 받았고 마음에 드는 두 권을 샀다. 혹시 다른 날, 손님이 없을 때 내가 산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줄 수 있는지 물었다. 책방 주인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말했다. 커피 한 잔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손님이 두 명 있어서 그만두고 평일 중 한가한 날 방문하겠다고 했다. 개인 책방은 주인장 취향에 따라 책장이 채워지는데 몇 권 정도는 내가 더 집어들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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