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Jan 02. 2024

마잘 토브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공모작

파도가 온다고 말한 것이다.

그 누구도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아무래도 크게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의 소리를 들었다.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나는 되물었다.



그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바라보는 눈동자 색은 회색빛이었다.

가로등 아래 그는 낯설었다.

낯설고, 이질적으로 보였다.

난생처음 본 그는 당황스러웠다.



덥석 내 손을 낚아채서 찻숟가락을 내 손에 쥐어줬다.

나의 손은 따뜻하지 않았다. 차가웠다.

차가움에 시린 고통이 물들었다.

가로등 빛마저 삼킬 정도의 차가움이었다.



"파도가 올 거예요, 그러니 어서 도와주세요."

그가 말했다.

"파도가 온다니. 도와달라니."

"당신이 말하는 파도가 무엇인가요?"



그는 대답이 없었다.

말없이도 아려오는 손끝에, 한기 서린 고통이 물들었다.

그가 쓰고 있던 푸른 별 모자가 일그러지며 절규했다.

그의 절규는 마치 파도가 비명 하는 소리 같았다.



마침내, 파도가 일렁인다.

그가 말한 파도가 온 것 같다.

나는 손을 두 눈에 포개어 그 밤에 숨어 버렸다.





마잘 토브 : 히브리어. 중요한 행사에서 행복을 축하하는 데 사용되는 문구로 “행운을 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벼랑 끝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