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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Oct 04. 2024

충동

퇴근길에 공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공원의 한 편에서 할아버지가 손자의 네발 자전거 앞머리를 함께 잡고 나아가고 있었다. 손자는 저 멀리 앞에 있는 할머니에게 소리쳤다. 그 목소리는 가늘고 높았으며, 할머니의 목소리보다 두 옥타브 높았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사랑이 담긴 그 눈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오른손바닥을 쫙 폈다. 짜릿하게 펴진 손바닥은 순간의 움직임에 새하얗게 보였다. 두 걸음, 아니 세 걸음 성큼 걸어가 소리치는 아이의 얼굴을 내리쳤다. 그 순간, 할머니를 바라보던 할아버지가 나를 응시했다. 빨간 나비가 번뜩 날아올랐다. 아이는 비명을 질렀다. 방금 전까지 소기치던 두 옥타브 높은 소리보다 정확히 한 옥타브 더 높게.


손바닥에 혈기가 돌며 붉어졌다. 쫙 펴진 손바닥에 나비가 내려앉았다. 빨간 나비가 내 얼굴로 향했다. 그렇게 세 번의 박수 소리가 났고, 머리가 핑 돌아 쓰러졌다. 내가 넘어지면서 넘어질 줄 모르던 네발 자전거가 함께 엉켜 넘어졌다. 멍하니 멈춘 머릿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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