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와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법
5년 전, 마케팅 팀의 주니어로 경력을 시작한 나는 매일매일이 바빴다. 분명 중요한 일은 하는 것 같지 않고 일명 똥 치우는 일만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매일 11시까지 야근을 해야 하고 팀장은 왜 나에게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고 묻는 걸까. 매일 속상한 마음에 울기도 하고, 일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날에는 불편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도 못하곤 했다.
그러다 오늘 반대 상황을 겪고 그때 팀장님의 마음을 이해를 하게 됐다. 무리한 일을 떠맡기는 한국 직장 문화의 문제도 있었지만, 나의 미숙한 커뮤니케이션도 문제였던 것이다. 오늘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사회 초년생들을 위해 좀 더 효율적으로 상사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적어보려고 한다. 다만, 상사가 의도적인 악의를 품고 일을 과도하게 던지는 경우는 이 상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도망치세요)
1) 중간보고의 중요성
막상 일을 받았을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주니어는 보통 이 일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 하다 보면 지나치게 일이 오래 걸릴 때가 있다. 상사가 준 데드라인은 본인이 올챙이 시절 생각 못 하고 본인의 일처리 속도에 맞춰서 촉박하게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사가 생각한 데드라인과 나의 실제 데드라인의 간극을 좁히려면 중간보고가 필수이다. 상사가 바쁘다고 생각해서 상사에게 말을 걸기 꺼려 할 수 있는데, 상사 입장에서 바쁜데 말을 거는 것보다 지레짐작하고 마음대로 일을 진행해버리는 것이 더 곤란하기 때문에 중간보고는 꼭 필요하다. 만약 상사가 너무 바빠 보인다면 캘린더에서 빈 시간을 찾아 초대를 보내거나, 조금 조용해 보일 때 찾아가서 혹시 언제 시간 되시냐고 물어보는 것이 좋다. 중간보고 시기에 관해서는, 상사가 '일은 잘 되고 있냐'라고 묻는 시점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이쯤 되면 일이 끝났거나 중간보고를 받을 시점이라 생각하는데 아무 소식이 없으면 저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중간보고 시점은 일을 시작할 때 초안을 그리고 한 번, 그리고 대략적인 형태가 나왔을 때 한 번씩 체크하는 것이 좋다.
2) 일이 지나치게 늘어진다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신호
상사가 준 데드라인보다 지나치게 일이 오래 걸릴 때, 또 한 가지 체크해봐야 할 점은 과연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퍼포먼스 마케팅 같은 경우는 엑셀을 통한 데이터 취합 작업을 해야 할 때가 많은데 엑셀 실력에 따라서 일 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 내가 지나치게 단순 반복적인 작업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상사에게 가서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지금 와서도 생각해보면 내가 알고 있는 엑셀 함수 중에 40%는 이런 식으로 실제 상황에 적용하면서 배운 것들이다.
3) 문제 상황이 핑계가 될 때
일을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때가 많다. 문제가 생기는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이 문제를 바로 보고하지 않고 계속 안고 있다가 마감을 못 지킨다면 핑계가 된다. 예를 들어, 일을 진행하다가 파일이 다 날아갔다. 파일이 다 날아갔을 때 상사에게 보고하고 혹시나 있을 백업파일을 받거나 데드라인을 조정한다면 괜찮지만, 데드라인이 다 되어서 파일이 날아가서 다시 하느라 늦었다는 말을 하면 핑계가 된다. 상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일을 제대로 처리했냐는 것이지 변명은 궁금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 상황을 보고 할 때 중요한 점은 문제 상황과 함께 해결책을 같이 가져가라는 것이다. 문제 상황만 말한다면 그저 어린아이의 불평 어린 어리광과 다를 게 없다. 이런 문제 상황이 생겼고 최대한 혼자 해결하려고 했지만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상사가 해주면 좋은 일을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해야지 돌발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가 내 책임이 되지 않는다.
4) 메일은 지나칠 정도로 보내기
일을 하다 보면 같이 일을 하기 믿음직스러운 동료가 있고, 아닌 동료가 있다. 일 실력이 고만고만하다면 이런 호감은 메일만 잘 보낸다면 쉽게 쌓을 수 있다. 많이들 간과하는 것이 일이 완전히 처리가 됐을 때만 회신을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경우 오래 걸리는 일 같은 경우는 상대방은 기약도 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보통 나는 어떤 일에 대한 요청 메일을 받으면 바로 예상 데드라인과 함께 일처리에 필요한 정보를 함께 요청하는 회신을 보낸다. 그리고 만약 다른 급한 일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중간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조율을 해나간다. 보통 요청받는 일은 어떤 거대한 프로젝트 중에 한 부분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중간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할수록 상대방이 전체 프로젝트 마감일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5) 일에 대한 주인의식 가지기
꼰대같이 들리지만 영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실력을 빠르게 늘리는 사람들의 차이는 "태도"에 있다. 일을 받은 순간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쉬운 일부터 시작해도 끝까지 잘 처리해내는 모습을 보이면 나의 책임은 서서히 늘어가고, 어느새 재밌어 보이는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맡고 있을 것이다. 만약 아직 아는 것이 많지 않아 마무리를 상사가 해야 했다면 결과물을 비교해보거나,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꼭 피드백을 요청하길 바란다. 상사의 입장에서도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보일까 봐 굳이 말해주지 않는 부분이 많으니, 적극적으로 요청해야지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는 '이렇게 당연한 것들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주니어를 교육하면서 '이렇게 당연한 것도 말해줘야 한다'라는 것을 많이 깨닫고 있다. 나의 경험들이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