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증후군을 해결하는 방법
자신의 성공이 운 때문이고 언젠가 능력 없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 것이라 불안해하는 증세를 가면 증후군이라고 한다. 성공의 기준은 누구나 다르지만 4년 전의 나의 모습에 비하면 지금 내 위치는 많이 달라졌다. 그때는 스타벅스에서 일하며 바닥을 청소했지만, 지금은 영국 회사의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활동을 책임지는 매니저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직한 지 3개월 차, 내 타이틀은 퍼포먼스 마케팅 매니저에서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매니저로 바뀌었다. 퍼포먼스에서 디지털로 딱 한 단어만 바뀌었을 뿐인데, 내가 하는 일의 80%는 내가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이다. 새로운 일들이 매일 쏟아지고,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매일 받지만 나는 아직 가면 증후군을 느낀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내가 20대 동안 "용기의 적금"을 쌓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저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이야깃거리가 많은 할머니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해봤다. 남들은 한 군데에서만 1년 동안 어학연수를 할 때, 굳이 영어를 쓰는 모든 유럽 국가에서 어학연수를 해보겠다며 몰타, 아일랜드, 영국 세 군데에서 영어를 배웠다. 그리고 2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에 워홀을 와서 스타벅스는 물론, 클릭 낚시 회사 등 여러 회사를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배운 것은 태어날 때부터 다 잘하는 사람은 없고, 다들 시작을 해야 하는 포인트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퍼포먼스 마케팅은 내가 태어났을 때는 없었어서 할 수도 없었다. 모두들 어딘가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고 기술을 배웠다. 그리고 이 분야는 매일 같이 새로운 기술이 생기기 때문에 모른다고 해서 부끄럽다고 느낄 필요도 없다. 이렇게 무엇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적성이나 재능보다는 실행할 수 있는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그런 용기를 조금씩 쓰면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고 승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점은 용기는 쓴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서 다음에 새로운 기회가 생겼을 때 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용기들이 모인 덕에 자기 회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용기의 적금을 쌓으면서 또 주변을 돌아보면, 쥐뿔도 없는 것들이 안다고 나서고, 또 많은 기회를 얻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우리가 가상으로 설정한 거만한 백인 남자들이 그렇다. 회사라는 조직이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일을 감시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가끔은 눈먼 일이 있으면 목소리 가장 큰 사람이 권한을 가져가는 일도 허다하다. 이들은 그저 용기 덕에 이 기회를 얻었고, 일을 맡으면 그제야 어떻게 일을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옆에서 많이 보았다. 그래서 이제는 나도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일을 맡고 생각하는 버릇을 들였고 정신 건강에 훨씬 도움이 많이 됐다.
새로운 일이나 승진을 앞두고 있어서 두렵다면, 마법과 같은 주문을 오늘도 말해보자. 과연 백인 남자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기회는 일단 잡고 생각해봐도 된다. 기회를 잘 이용했을 때는 용기가 되어 또 우리 앞날에 큰 기회가 왔을 때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