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했다.
나는 누군가와 말하기를 좋아했다. 굳이 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내 속에는 항상 물음이 존재했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말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시작은 간단한 일기였다. 나의 하루를 정리하며 재미있었던 일들을 기록했다. 그렇게 쌓인 일기가 누군가에게 보여져도 나는 왜인지 부끄럽지가 않았다. 아마, 나의 이야기를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궁금했기 때문이겠지? 나의 일기를 본 누군가가 내용에 공감하며 나에게 대화를 걸 때 나는 즐거웠다. 그리고 또 말하기를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 밖을 보고 느끼는 내 감상을 항상 글로 옮기고 싶기도 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마주치는 지축역의 변화하는 모습도 기록해보고 싶었다. 여름이 오거나 겨울이 찾아오면 다르게 맡아지는 계절의 냄새에 관해서도 써보고 싶었다. 머릿속에는 늘 낱말이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그 낱말들을 잡아내어 문장으로 만드는 일이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타자 연습할 때 떨어지는 단어들을 빠르게 잡아내야 하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그렇게 내 삶을 하루하루 기록하다 보니 남들을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고 궁금해졌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출생의 비밀이나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는 것과 같이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다른 사람의 하루를 읽는 게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읽었고 또 다른 사람의 삶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혼자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렇게 그 작가들과 대화를 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말하고 싶다든지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글쓰기를 시작하다 보니 꽤 많은 날들의 글이 생겼다. 그리고 누군가도 내 글을 보며 나와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대화가 없어지는 사회라는데, 나는 늘 대화가 하고 싶다. 언젠가는 라디오 디제이도 해보고 싶다. 글로 옮겨진 사람들의 일상을 읽고 나의 생각을 많은 타인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거나, 혹시라도 이 글을 듣게 될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당신의 목소리를 제게도 들려주세요, 저는 당신의 하루가 궁금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