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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May 06. 2020

지하철에서

나의 일기

봄날의 지하철



20.05.02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 취객이 내 앞에 섰다. 몸을 가누지 못해 툭 치면 넘어질 듯한 그 움직임이 괜히 무서웠다. 저러다 내 위로 쓰러지지는 않을까, 나에게 구토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어릴 때 좌석버스에서 조금 위험한 취객을 만나 굉장히 무서웠던 기억이 있기에 많이 불편해졌다.  반대편에 앉아있던 한 여성분은 나와 그 취객을 유심히 바라보고 계셨다. 그리고 그 여성분의 옆자리가 비자 그분은 취객을 불러 자신의 옆자리에 앉으라 말했다. 취객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그 자리에 앉아 숙면을 취했다. 여전히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몇 정거장이 지나 다른 곳에 자리가 나자 여성분이 자리를 옮겼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던 여성분이라 그냥 별 걱정 않고 나를 위해 취객의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여성분도 많이 불편했을 테고 또 겁이 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그럼에도 타인을 신경 쓰고 배려해준 그 여성분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타인의 배려가 다시 그 여성분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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