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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깨어있음, 열반(涅槃)

by 안규민 Mar 17. 2025


7. 시간의 깨어있음, 열반(涅槃)


바다를 만난 적 없는 강물이 바다를 향하듯, 어두운 길을 걷기 위해 등불을 들고서 등불을 찾아 헤매는 이의 아름다운 모습을 봅니다. 어두운 길을 걷기 위해 어둠을 밝히려는 마음은 이미 어둡지 않습니다. 그는 무명無明을 밝히려는 여정이 이미 밝음의 표현임을 모른 채 걷는 중입니다. 그러나 그 모름 또한 어둠을 모릅니다. 다만 길을 찾는 동안 길은 자신의 전능을 계속해서 늘려나갈 것입니다. 어떤 이가 인과의 산물로써의 세계를 바라본다면 ‘세계는 본래 그런 모습이었다’라는 역사를 ‘지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형성된 세계의 ‘처음’을 의심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인과를 믿는 동안 인과의 세계는 벗어날 수 없는 실재로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인과의 배경에는 무한한 비어있음의 가능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만약 세계를 인과의 산물이 아닌 언제든 다시 시작될 가능성으로 바라본다면 ‘세계는 본래 그런 모습이었다’라는 역사를 ‘지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공성은 고정된 실체적 역사를 가지지 않는, 스스로의 본성을 취소하는 본성입니다. 이것이 한 모금의 차를 머금은 곳에서 우주의 시작이 비롯되는 까닭입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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