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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Jul 19. 2024

제3의 길

앤서니 기든스 지음

교양 수준의 경제학(다섯 번째)


   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파고는 경제의 세계화란 물결에 올라탄 이후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경제 공황의 대책으로 ‘통제’라는 방식을 제안하여 자본주의의 성장을 이끈 케인즈 경제학 못지않은 폭과 깊이를 갖게 되었다. 80년대 후반 소련의 붕괴와 동유럽의 민주화는 공산주의의 몰락과 자본주의의 승리라는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다르지만 ‘사회성, 공동적인 것의 우위성을 옹호한다’는 차원에서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 따라서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들에게 성찰을 요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앤서니 기든스가 말하는 제3의 길을 살펴본다.     


   포괄적 복지에서 근로 복지로의 이행을 거쳐 적극적 복지를 지향하는 제3의 길이 내게로 온 것은 경제지리학을 공부하면서다. “복지가 소득의 재분배였다면 제3의 길은 노동의 재분배”라는 문장이 정답이었기에 명백하게 이해한 줄로 알았다. 이해의 수준은 기준점 아래에 있었다. 정치나 경제학 분야의 책 읽기는 퍼즐 맞추는 재미가 있다. 근대 이후 경제사상의 큰 줄기는 잡았으나 책을 소개받아 읽을 때마다 봄날 새순이 돋아나듯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이들이 적지 않고 때로는 낙엽처럼 떨어지는 것들도 있다.      

   하이에크가 「노예의 길」을 통해 계획경제는 종국에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예견한 일은 결과적으로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에 비해 간결하고 쉽다. 제3의 길은 접합개념(conjunctive concept)이다. 기든스의 사상은 동양식 사고로 보면 중용이 길이기 때문이다. 흑백논리가 중용을 지켜내기보다 쉽다. 누구처럼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읽었다면 자유를 말하는 식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제3의 길은 좌파에게 백기를 든 것 같다고, 우파에게는 악의 근원인 복지국가에 집착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좌우를 극복하자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발전국가’의 불균형 전략을 펼쳐 온 우리의 입장에서 고민해 볼 과제가 아닐까. 제3의 길은 경제 영역에만 제한된 사고가 아니다. 정치, 경제, 교육, 시민사회, 가족제도 등 여러 개념을 결합한 접합 개념이다. 정치는 세계화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말한다. 제3의 길은 평등, 약자 보호, 자율성으로서의 자유, 책임 없이 권리 없다, 민주주의 없이 권위 없다, 세계주의적 다원주의, 철학적 보수주의라는 가치를 지향한다. 특히 경제 영역에서는 신혼합경제(new mixed economy)를 지향한다. ‘사회투자 전략’이란 개념이 생소하나 적극적 복지를 강조하는 말로 이해한다.     

   3장 ‘국가와 시민사회’에서 “적이 없는 국가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국가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의존하게 된다.”는 문장이 있다.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며, 이미 20년 전 기든스의 견해를 빌리면, 현재 상태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제3의 길이 제안하는 평등의 개념이 신선하다. “새로운 정치는 평등을 포용(inclusion)으로, 불평등을 배제(exclusion)로 규정한다(p.168).


   독자가 책에서 핵심으로 고른 문장은 “노동이 자존심과 생활 수준의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접근은 기회의 주된 맥락 가운데 하나이다. 교육은 또 다른 기회의 맥락이다.” 그런데, 콜린스는 ‘학벌주의 사회’, 도어는 ‘졸업장 병’이라며 학력 인플레이션을 경계하자는데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하는가? 많은 이들은 학력이 지위 획득의 수단이라고 하고 혹은 그런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하는데......     


P.S. 다음은 조지프 스타글리츠의 <경제 규칙 다시 쓰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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