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 지음
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는 아들의 죽음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고 2012년에 쓴 책이다. 이 책은 <고민하는 힘>과 같이 나쓰메 소세키와 그에 영향을 미친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거듭니기’를 권유하는 글이다.
서장에서 행복의 기준이 무엇일까? 일본에서 ‘평범한 행복’이 특권이 된 비상사태로 진단한다.
‘사람은 왜 살아가는가’에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다시 소환한다. 이들이 이미 100여 년 전에 ‘행복 방정식’의 한계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 ) 메시지로 샤워를 하는 것 같다.”
‘왜 이토록 고독한가’는 문학평론을 읽는 듯하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별 특징을 ‘자의식’으로 보고 여기에 고뇌의 근원이 있다고 본다.
‘다섯 가지 고민거리’라며, 천민 자본주의로 변모해가는 시대 상황을 그린 작품에서 ‘돈’을 다룬다. ‘사랑’도 돈과 관련 있다. (소세키의 작품을 읽은 일본인이라면 쉽게 이해할 듯. 나에겐 한계다) ‘가족’이란 고민거리에서 부부간의 팽팽한 긴장을 작품에서 그린다. ‘자아의 돌출’은 지나친 자의식은 신경과민을 부른다. ‘세계에 대한 절망감’도 고민거리에 추가하여 이야기한다.
‘고민으로 둘러싸인 시대’에서 고민의 씨앗은 경제시스템(자본주의 문제점 노출, 양극화 등)에 있다고 본다. 베버는 합리화를 ‘탈주술화’로 인식한다. 고민은 인간 사이의 연결이 끊겨 사람들이 흩어진 존재가 되었다. 고독해졌다. 네트워크 사회의 개인을 본다. 직접 접근형 사회(일본식 개념으로 공동체 사회가 해체된 상태, 익명 사회. 예: 주권과 무관한 시장이 no라고 말하면 정부도 버리는 상황이다) 공공영역의 유명무실화(소멸)도 고민의 씨앗으로 본다.
‘진짜 자기를 찾는다는 것’에서 베스트원보다 온리원이라 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일인지 모른다.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에서 우리는 일본이다. 원전사고 이후 일본은 과학에 대한 신뢰 상실을 경험했다. 이는 신앙에 의지해 살던 중세인들이 신앙을 통째로 부정당한 것과 같은 일로 본다. 허무를 느낀다는 것. 경제 발전이 환경오염을 잉태하고 있음을 알게 된 현대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때로는 과학의 법칙 보다 자신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직관이 더 진리인 경우는 없는 것일까. “과학은 본래 선한 것이 아니다.”라는 반성을 할 때다.
윌리엄 제임스의 ‘거듭나기’ 개념은 “사람은 생사의 갈림길을 헤멜 정도로 마음의 병을 앓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을 빠져 나갈 지경에 도달하고 세계의 새로운 가치라든가 그때까지와는 다른 인생의 의미 같은 것을 포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건전한 마음’으로 보통의 인생을 끝내는 ‘한 번 태어나는 형’보다는 ‘병든 영혼’으로 두 번째 삶을 다시 사는 ‘거듭나기’ 인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강상중은 일본은 원전사고를 ‘가듭나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제발 그래라.
‘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의 인생이란 것은 ‘자신만의 세계’로는 절대 완성되지 않는다. 타자와의 공명이 절실하다.
‘살아갈 근거를 찾아낼 수 있을까’에서 여러 근거를 찾는다. 자본주의 역사는 기껏해야 400년이다. 운명에는 따르더라도 인위적이라면 어려워도 극복할 수 있다. 시장경제의 성립조건을 생각해 보자. 노동력으로 인간은 상품화 되었다. 자연도 상품화되었고, 화폐라는 금융자본주의도 시장경제의 핵이다. 시장경제는 사회가 붕괴하지 않을 정도까지 실업률을 높이는 쪽이 부를 극대화하는 메커니즘이 돼버렸다.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예언서의 성격을 가진다. 슈마허는 원전을 악마의 공장이자 추악한 기념비로 계속 남을 것으로 본다. 자연에 대한 최대의 폭력은 방사능이다. 미래를 위해 인생을 살 것이 아니다. 인생은 과거의 축적이어서 과거를 만드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인생이 던진 질문에 답하다’에서 ‘창조’야말로 인간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며, ‘경험’은 인생에 무게를 더한다. ‘태도’란 언제나 마음만 있으면 발휘할 수 있어 그 가치는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것을 나타낸다. 존엄이 의식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사랑이란 상대를 통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생의 물음 하나하나에 정확히 ‘예’라고 대답해 나가는 것은 결코 낙천적인 선택이 아니라, 대단히 무거운 결단이다.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가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살아야 하는 이유>는 사계절출판사에서 2012년 11월 초판을 본문 200쪽으로 내놓았다. 2019년 11월에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마음의 힘>을 읽어 강상중의 세계에 다녀왔다.
P.S. 2019. 11. 25.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