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채권시장이다. 채권시장이 안정이 안되니 자산시장 전체가 다 흔들리고 있는데 이제는 흔들림을 넘어 시스템 위기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10년물 채권금리를 살펴보자.
10년물 국채금리가 4%를 넘어 이제 4.2% 수준. 2년전 0.5% 대 금리에 비해 무려 8배 이상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국채금리가 이렇게 가파르고 빠르게 올라간 데에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린 것도 이유였지만 2개월 전에 시행된 양적긴축(QT)도 크게 한 몫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미국 재무부의 국채 입찰에 참여하는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데 최근 320억 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응찰 비율이 지난해 전체 평균보다도 크게 낮았었다. 심지어 외국 중앙은행 등 해외 투자 수요를 대표하는 간접 응찰자도 2021년 3월 이후 가장 적었으며 일본의 연기금, 보험회사, 중국 등 전통적인 미국 국채 투자자들마저 미국 채권시장에서 돈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연준의 스탠스는 크게 변화가 없다. 기사 공유해보겠다.
앞서 언급한대로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2%를 돌파해 14년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한 상황. 여기에 양적긴축으로 시장에 채권매물이 쏟아지면서 채권금리가 더 불안정하게 됐음에도 연준의 스탠스는 여전히 빠른 금리인상이다. 양적긴축으로 시장에 채권매물은 많고 금리인상은 계속되니 투자자에게 현재의 채권 금리는 낮아보이고.... 국채 투자자들이 매입에 대한 의견이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속적으로 채권금리를 상승시키게 되며 결국 유동성 경색의 주 원인이 될 수 있다. 금융 시스템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렇게 미국 채권시장이 불안정해지자 국내의 채권시장도 불안해지고 시중금리 역시 크게 오르자 소비의 둔화와 기업의 실적하락은 불보듯 뻔해졌다. 기업실적에 문제가 생기자 한계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은 생존을 위해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실제로 9월말 기준으로 국내기업의 은행 원화대출 잔액은 1155조원으로 사상 최대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최근 한달 증가량은 9조4000억원으로 2009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이다. 최근 기업 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런 대출이 기업의 성장을 위한 대출이 아닌 생존을 위한 대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다시 한번 시스템 위기가 고민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런 불안한 채권시장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 바로 부동산 금융 시장으로 특히 부동산의 자산유동화 기업어음이 문제가 된다. 자산 유동화 기업어음(ABCP)이란 부동산과 같이 유동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어쨋든 현금화 할 수 있는 보유 자산들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해당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발행된 채권인 것인데 한 마디로 보유중인 부동산이 현금으로 빠른 전환이 힘드니 이를 담보로 유동성이 높은 채권으로 변환시켜서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ABCP의 만기가 도래하면 지금과 같은 높은 금리상황에서 어지간한 수준의 금리로는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실제로 최근 한 중견 건설사는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해 6개월물에 연 30%의 금리를 제시하기도 했을 정도이다. 안타까운 것은 더 큰 문제가 공공기관에 연관된 ABCP에 있다는 것, 바로 레고랜드 사태가 그것이다.
강원도는 레고랜드의 건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특수목적회사(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산 유동화 기업어음(ABCP)를 발행했으나, 경기가 안좋아지자 아이원제일차가 부도 처리되고 GJC 마저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지급 보증의무가 있는 강원도가 보증 의무를 택하는 대신 GJC에 대한 회생 신청을 하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ABCP에 참여한 기업과 개인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어 큰 비난이 일자 강원도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예산편성안을 상정하고 내년 1월까지 상환을 마무리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이번 사태로 채권시장의 불신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마저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 향후 ABCP와 같은 채권 혹은 여타 회사채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즉, 채권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기업의 돈줄을 죄어 부도 위기에 노출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이렇게 금리가 불안해지자 자금 압박으로 인해 공공기관같은 높은 신용을 가진 회사마저 입찰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다시한번 시스템 위기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채권시장의 불안정이 이렇게 국내 시장을 어렵게 하고 있는 동안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심지어 더 큰 문제가 옆나라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가장 걱정되는 한 소식은 바로 중국의 GDP 관련 소식이다. 소식 공유해보겠다.
17일 오후 5시께 누리집을 통해 이튿날 발표할 예정이었던 각종 경제 지표 발표 일정에 대해 중국 국가통계국은 갑자기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에 따라 18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1) 3분기 경제성장률 2) 9월 산업생산 3) 9월 소매판매 4) 9월 도시지역 고정자산투자 등의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발표 연기의 이유를 따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 그리고 생각보다 안좋은 지표에 있지 않을까라고 의심하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가보겠다.
시진핑 현 국가 주석의 3연임은 내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당대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 정부는 이렇게 중차대한 시기에 좋은 소식만 전해져 3연임의 당위성을 지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소식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불리한 소식 혹은 도움이 되지 않을 소식이라면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거나 언급하더라도 이런 민감한 시기를 지나서 하고 싶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GDP관련 중국 경제 지표 발표가 연기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실 현재 중국의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지표에 대한 의심이 강하게 들 수 밖에 없다. 시진핑이 권력을 장악한 2012년 중국 경제 성장률은 7.9%에 달하며 빠르고 강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올해 상반기 중국 성장률은 2.5%로 급락하며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중. 여기에 더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해온 부동산 관련 산업의 위기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3분기 GDP 및 각종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더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즉,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식이 연기가 되었다고 보여진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발 경제지표 관련 소식은 시진핑의 3연임이 결정된 후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11월 이후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만약 시장이 예상하는 대로 중국 경제지표가 안좋다면 시장은 울어버릴 가능성이 높은데 사실 이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주석의 대응이다.
언급된 기사에서 처럼 중국이 시진핑 3연임후 어수선한 정치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시행한다면 최근 대규모 부양책이후 국가 위기까지 갔었던 제 2의 영국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약 대규모 경기 부양이 시작된다면 홍콩부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는데 이는 홍콩달러가 달러에 페그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홍콩달러는 강달러로 인해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며 자국의 환율 방어에 나서, 달러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홍콩증시는 1만 6천선까지 주저 앉으며 크게 휘청이고 있다. 중국발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자산시장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중국이 정말 부양책을 써서 세계 경제에 큰 걱정거리가 될거라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는지 꽤나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채권시장의 불안. 그로 인한 한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국가들의 시장 불안이 커져가는 가운데 이제는 시스템 위기에 대한 걱정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 시스템 위기는 미국에게도 당연히 좋을리 없다. 연준의 목표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으로 물가안정을 위해 금융 시스템 붕괴를 용인할 가능성도 없다고 봐야 한다. 시장에 연준의 피봇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인데 여기에 더해 미국 재무부도 몇일전 채권 바이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을 시장에 넌지시 밝히며 채권 시장 안정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급속히 악화되는 시장 상황에 미국 정부의 이런 대응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까. 최소 미국의 중간선거 전까지는 시장을 보수적으로 봐야 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