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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중 Jan 09. 2019

문화를 빚는 브랜드 - 광주요

트렌디한 소주 화요와 미슐랭 3스타 '가온'을 만든 브랜드



  예로부터 한국은 솜씨 좋은 도공이 많았다. 고려청자, 조선백자는 한국의 박물관에서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는 문화재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도자기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의 도공들로부터 발전했다. 안타깝게도 한국 도자문화의 지금은 옛 명성에 걸맞지 않다. 




  광주요는 조선 왕실에 도자기를 진상하던 광주관요의 전통과 장인정신을 이어받고자 1963년 설립된 기업이다. 


광주요의 도자기.

  브랜드 키워드 1 - 고급화 전략 


  광주요는 기본적으로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브랜드다.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생활도자기인 만큼 가격이 만만치 않다. 매장의 위치로 광주요의 고급화 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 입점은 백화점에만 하며 직영점도 한남동과 전통문화를 상징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북촌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광주요의 가회동 매장 내부

  


   브랜드 키워드 2 - 도자문화의 생활화와 브랜드 확장 


  '도자문화의 생활화'


  광주요가 추구하는 경영이념이다. 도자기의 본질은 '담는 것'이다. Container로서 도자기는 필연적으로 음식, 술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일본의 도자문화는 차와 어우러져 다도(茶道)로 세계에 전파됐다. 도자기는 예술품으로서의 가치 역시 충분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무언가를 담기 위해 만들어졌다. 


  "좋은 술은 좋은 음식을 필요로 하고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와 좋은 그릇을 필요로 하고 또한 좋은 공간과 음악을 필요로 한다"


   조태권 광주요 회장 인터뷰의 실린 말이다. 광주요는 단순히 도자기만 만드는 브랜드에 그치지 않는다. 도자문화 전반을 기획하고 브랜드화한다.



광주요의 브랜드 확장 ① 화요


  광주요는 '도자기가 발달한 문화는 그에 걸맞는 술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2005년 증류식 소주 화요를 시장에 내놓는다. 주로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증류식 소주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여 만들었다. 현대적인 병 디자인과 독특한 폰트는 기존에 시장에 있던 증류식 소주와는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술의 제작은 본업인 도자기의 제작방식과는 판이하게 달랐지만 화요는 어쭙잖게 기획되고 제작된 술이 아니었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제작방식도 '감압증류방식'과 '대량생산용 옹기 숙성' 등 새롭고 현대적인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출시 이후 주류매니아들의 호평을 받으며 시장에 안착했고, 위스키처럼 하이볼을 만들어 먹는 음용방식으로 젊은 층에게도 어필했다. 



화요의 브랜드 캠페인 DRINK SPIRIT.


"상징적 가치가 있는 물건이 나와야 세계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징적인 제품이 있어야 우리가 만드는 다른 물건도 함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조태권 회장, 매거진B 인터뷰 발췌 


  화요는 도자문화의 세계화를 이끌어낼 하나의 콘텐츠로 제작됐다. 일본의 다도가 그런 것처럼 도자문화를 알리는 킬러 콘텐츠를 노리고 제작됐다. 



  광주요의 브랜드 확장 ② 가온 소사이어티


  가온 소사이어티는 광주요의 도자문화에서 음식을 담당한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광주요에 걸맞게 가온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높은 가격대를 자랑한다. 하지만 화요에서 높은 수준의 기획력을 보여주었듯이 가온 역시높은 수준의 한식문화를 선보인다.


한식 레스토랑 '가온'의 프론트


  가온 소사이어티는 한식 레스토랑 '가온'과 '비채나'를 운영하고 있다. 두 레스토랑 모두 한식을 다룬다. 



  가온과 비채나 모두 미식가들의 바이블이라 칭해지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획득했다. 가온은 국내에서 유이한 3스타, 비채나는 1스타를 획득했다. 미슐랭 가이드의 평가 공정성과 국내 3스타 레스토랑인 '가온'과 '라연' 모두 기업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높은 수준의 한식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가온과 비채나의 모든 식기는 광주요의 식기이다. 높은 수준의 한식과 광주요에서 제작한 식기는 고객들에게 높은 만족도의 한식문화를 제공한다. 



   화요와 가온 소사이어티는 도자 문화의 생활화를 실현하기 위한 브랜드 확장이다. 높은 수준의 기획력으로 두 브랜드 모두 호평을 받고있다. 분명 화요와 가온이 '광주요'가 만든 브랜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두 브랜드와 광주요 브랜드의 유기적인 Bonding이 앞으로 풀어나갈 과제다. 또한 기본적으로 광주요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하기 때문에 확장한 브랜드 역시 높은 가격대로 런칭했지만, '도자문화의 생활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대중적인 행보도 필요해보인다.  



 브랜드 키워드 3 - Collaboration


  '전통자기' 하면 고루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이케아와 MUJI 등 식기를 살 수 있는 채널과 브랜드의 선택폭이 매우 넓다. 높은 가격대와 백화점 위주의 매장위치로는 도자문화의 생활화가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도 있다. 광주요의 아트콜라보레이션은 '고급'과 '전통'으로만 치울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완화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광주요 X 르 코르뷔지에.
광주요 X 김연아
광주요 X 김지아나


  르 코르뷔지에 재단, 김연아, 김지아나 등 국내외 다양한 예술과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은 소위 '뽐뿌'를 불러일으키는 예쁜 도자기들이다. 전통도자기들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디자인은 새롭고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내가 브랜드 들여보기를 발표한 스터디 그룹에서 20대 여성들 대다수가 광주요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제품에 호평했다. '전통'이라는게 따분한 취급을 받는 현대사회에서 광주요가 선보인 아트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은 제품을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좋은 방법이다. 




  핵심 들여다보기


  광주요의 브랜드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핵심은 '장인정신'이다. 수 년을 연구해 내놓은 화요와 최고 수준의 요리를 선보이는 가온 소사이어티로의 브랜드 확장. 다양한 예술가와의 콜라보까지 이 브랜드는 기획을 참 잘하는 회사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다양한 각각의 브랜드가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은 아직 부족하다. 대중들에게는 '광주요'라는 브랜드가 아직 생소하고 가온과 화요 역시 '아는 사람들만 아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광주요의 '도자문화의 생활화'는 최종적으로 '대중화'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광주요의 존재감은 아직 부족하다. 한국의 도자문화의 생활화를 이끌려면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과 콘텐츠의 강화를 고민해봄이 좋을 듯하다. 장인정신으로 빚어낸 요소들을 잘 어울러서 대중들에게 어필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광주요의 장인정신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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