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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pr 19. 2024

살면서 처음 있었던 일


오늘은 아주 특이한 경험을 했다. 꿈에서 글을 무려 네 번이나 썼다. 마치 원고 마감에 쫓기는 것처럼 잠을 자면서 글을 몇 번이나 쓴 것이다.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한 편을 마무리했다고 생각하면 잠이 깨었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다. 꿈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난 후 다시 잠이 깨고 잠이 들었다. 꿈에서 쓴 글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꿈에서도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브런치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어제 잘 때까지 길위의 인문학과 관련하여 강의안을 썼기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면서 글을 쓰는 경험은 특별한 느낌이었다. 생태와 환경 관련한 내용이었는데, 다큐멘터리 <수라>로 유명해 오동필 단장과 에코샵 홀씨의 양경모 대표를 의식적으로 초빙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썼다. 



오동필 단장은 새만금 사업이 시작하기 전부터 조류 탐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제 아들이 그 뒤를 이어서 함께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새만금과 수라 갯벌의 초창기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가끔 새만금과 수라 갯벌이 얼마나 풍요롭고 많은 철새들이 찾았는가를 이야기할 때면 눈빛이 빛난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쓸쓸하고 적막한 새만금의 모습과 당시는 비교할 수 없으리라. 아마도 수라 이야기를 글로 쓴다면 가장 어울리는 이가 아닐 수 없다. 



양경모 대표는 서울과 경기도 생활을 11년째 병행하고 있다.  서울생활과 시골생활을 병행하는 그이가 올린 페이스북 내용을 보면 소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밤중 풀벌레가 우는 소리, 우체통에 집을 짓는 딱새 이야기부터 시시각각으로 주변이 눈부시게 변하는 시골의 봄날 이야기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물론 매번 낭만적인 이야기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골생활이라면 부러울 법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글만 봐도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관찰하며 보낸 수십 년 축적한 경험의 내공을 만나는 일이야말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번 길위의 인문학 사업이 선정된다면 그 행운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인문학은 책에 있지 않다. 그리 거창하지도 않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삶 자체가 인문학이다. 자신의 이야기, 다른 이와 나누었던 대화가 인문학의 출발이며 마지막이다. 속도의 시대에 놓치고 사는 느림의 미학을 생각한다. 조금 느리게, 조금 천천히 주변을 관찰하고 나와 만나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는 전혀 다른 모습의 하루를 맞이한다. 당신이 오늘 만난 하루는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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