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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pr 20. 2024

철새 천국, 유부도 이야기

       

새들의 천국이라는 유부도. 처음 내게 유부도를 알려준 것은 박샘이다. 눈앞에서 수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설렜다. 정말 가기만 하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새는 자유롭다. 그 자유로운 영혼은 자신들이 가고 싶은 곳에 머문다. 내 바람이나 기대와는 상관없다.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말처럼 아니나 다를까 새가 없다. 아니 있기는 있었다. 단 한 마리. 그 새 한 마리를 찍기 위해 삼각대 앞에 늘어선 사람들은 십여 명이 훨씬 넘었다. 그들 역시 이곳 유부도까지 오기 전에 얼마나 기대에 부풀었겠는가.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뻥이 세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그렇다면 탐조인들은 어떤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난 이들은 대부분 진실했다. 문제는 새들이 그 말처럼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어제까지 분명히 있었다는 데 내가 갔을 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개 멀리 새를 보러 간 날은 그냥 돌아오는 게 아쉬워 그 자리를 오래 지킨다. 그때 드는 마음은 떠나면 그때 올 것 같다. 그러니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진득하게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어제도, 아니 오전에도 보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10분만 더, 10분만 더 하다 보면 주변이 어둑어둑해져서 새가 온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갔다가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은 마음이 짠하다. 차라리 이야기나 하지 말던가 괜히 이야기를 해서 사람 마음을 들뜨게 한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그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어제 보았으니 보았다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러니 탐조를 나서면 누구를 탓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도 나름 유부도에 대한 기대가 컸다. 예전에 박샘이 만났다는 그 전설의 풍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총 8명이 함께 이동해서 군산항 근처에서 유부도에 가는 배에 올랐다. 눈앞에 있는 유부도 왕복 비용이 배 한 척당 15만 원이다. 결코 싼 가격이 아님에도 달리 방법이 없다. 박샘은 농담으로 헤엄쳐서라도 갈 만한 거리라고 했지만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예전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던 이들을 강제로 수용하여 시설에 가두었다고 한다. 들어가고 나올 방법이 배밖에 없으니 격리시키기에는 좋았을지 모른다. 그곳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건 나중에 알려진 일이다.     



오래간만에 찾은 유부도는 한적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물때를 맞추어 철새를 보러 온 탐조인들만이 있었다. 이번에도 열명을 훌쩍 넘긴 이들이 새를 만나기 위해 모여들었다. 새로 유명해진 유튜버 새덕후도 있었다. 날씨는 완벽했다. 햇살은 따사로웠고 바람도 거의 없었다. 문제는 새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멀리서나마 새의 군무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방향을 틀 때마다 하늘이 물고기 비늘로 뒤덮인 느낌이었다. 수백 마리는 됨직한 새들이 눈부시게 방향을 바꾸며 해변 위를 날아다녔다.      



유부도를 떠나 오면서 언제쯤이나 그 전설의 새무리를 볼 수 있을까를 떠올렸다. 직장에 다니는 이들로서는 물때와 시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달에 한 번이나 가능할까. 그 정도로 귀한 시간을 내서 찾은 이라면 아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어쩌랴. 새가 도와주지 않는 것을, 다름에 유부도에서 그 멋진 군무를 볼 수 있기 바란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는 새들의 화려한 군무를 보는 날, 나는 유부도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것이다. 그게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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