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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pr 26. 2024

추억은 힘이 세다

 

일본 히로시마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점장과 보조 2명이 운영하는 가게에 손님들이 밀어닥쳤다. 좁은 식당에 하루 100명 이상씩 몰렸다 한다. 코로나 시기에는 다들 힘들었으니 어쩔 수 없지만 상황이 좋아지자 이 식당 역시 엔저 덕분에 일본을 찾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구글 리뷰에 호평이 이어지면서 연일 만석이다 보니 식당은 손님으로 넘쳐났다.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는 2시간 대기는 기본이었다.      


해외 관광객에게도 제법 인기를 끈 모양이어서 식당 안에는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고 한다. 식당에서는 이 때문에 고민이 컸나 보다. 기존 달골손님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이 식당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은 일주일에 하루 금요일을 잡아서 기존 손님만 입장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잊지 않고 응원을 해준 단골손님에 대한 배려라고 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기사였다. 


 해당 식당에서 판다는 오코노미야키(“외국인 말고 단골손님만 오세요”…맛집 소문나자 특단조치 내린 日식당 | 서울신문 (seoul.co.kr))


물론 모두가 공감하지는 않을 것이다.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어느 정도 돈을 벌고 배부르니 그런 소리를 한다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돈도 좋지만 더 소중한 게 있다. 특히 내게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손님의 말이었다. 너무 바쁘면 점장과 대화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음식점에서 시킨 음식만 먹고 후다닥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점장과 사는 이야기도 하고, 안부도 묻고 그런 쏠쏠한 재미가 있나 보다. 하긴 자주 가는 단골이라면 그런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자기가 자주 가는 가게와 함께 늙어가는 느낌 말이다.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정이 넘치는 이곳에 가보고 싶다. 물론 가서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오래 여행을 다니면서 인상 깊었던 곳은 음식이 맛있는 곳도 좋았지만 내게 특별한 느낌을 주었던 데였다. 예를 들면, 가나자와에서 마지막 오더에 간신히 맞추어 갔던 일본 가정식 백반집에 대한 기억은 특별하다. 이 기억이 특별한 이유는 가던 길을 다시 돌아가면서까지 나를 안내해 준 일본인 연인(동료일 수도 있다) 때문이다. 나 혼자라면 찾기 힘들었을 이 식당을 두 사람은 같이 동행해 주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했지만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2,400m에 자리한 도야마 산장에서 먹었던 식사 역시 각별했다. 네팔 푼힐 전망대 근처 고라파니 롯지에서 안나푸르나를 보며 먹었던 신라면도 빼놓을 수 없다. 내게는 이런 식당에 대한 기억이 비싼 돈을 주고 먹었던 베네치아의 미슐랑 식당보다 훨씬 더 오래 남는다.      


나는 운이 좋게도 이런 추억이 제법 많다. 아마도 여행이 내게 주었던 가장 큰 선물은 이런 추억이 남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살이다. 덕분에 힘들 때마다 잠시나마 휴식처럼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이다. 패키지 여행이었더라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그런 추억들 말이다.     


해외가 아닐지라도 이런 추억의 식당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배고플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식당 메뉴 2~3개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뜨끈한 국물이건 고개가 익는 소리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하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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