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 Apr 29. 2024

같이 살아간다는 의미

   

베네치아가 드디어 관광객에게 도시 입장료를 한시적으로 물리기로 했다. 공휴일에 방문하는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1인당 5유로를 부가한다고 한다. 도시 입장료는 휴일에 몰리는 관광객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5유로는 여행지를 바꿀 만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살아야겠다는 베네치아 사람들의 몸부림이 느껴진다. 베네치아와 비슷한 처지에 처한 도시들은 이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명소인 베네치아에는 하루에 1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린다. 인구 5만 명의 도시에 연간 2천만 명이 넘게 온다니 보통 일은 아니다. 해마다 천만 명이 넘게 찾아오는 전주도 남의 일은 아닌 셈이다. 관광객은 몸만 오는 게 아니다. 그들은 도시에 머물면서 온갖 소음과 쓰레기 등을 유발한다.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보니 주민 입장에서는 도저히 살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결국 원주민들이 하나둘 떠나는 일이 생기자 이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에까지 처하게 되었다.      



베네치아를 찾은 관광객 입장에서는 평생을 벼르고 별러서 왔겠지만 그곳 원주민 입장에서는 어제 왔던 관광객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다. 물론 와서 물건을 구매하고 각종 소비를 촉진시켜 준다는 입장에서는 반길 수 있겠지만 그게 주민의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까지는 받아들이기 힘든 법이다. 임계점을 넘기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복잡해진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이다. 전주와 더불어 서울에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새벽부터 밤까지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편하게 생활하던 세탁소, 미용실이 떠난 자리에 식당이나 카페가 들어오는 게 반가울 리 없다. 게다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까지 가세하면 마침내 어느 순간 견딜 수 없는 지경이 온다.      


아무리 마을 주민을 위한 배려를 강조하고 통제를 해도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자신의 목적, 자신의 편의가 상대방의 상황이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연에 대한 자세도 마찬가지이다. 전주에서 벌어졌던 전주천 버드나무 벌목은 전적으로 인간의 시선에서 행해진 강압이다. 이 과정에서 새와 각종 곤충들은 서식지를 빼앗기고 놀이터를 잃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대개는 일방적이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상상 이상으로 길고 치명적이다.      


인간의 욕망을 자제하는 일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지금 이 시간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대형사고의 대부분은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앞으로 우리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겪을 것이다. 더 힘든 시기를 맞이할 것이며,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하리라. 지금은 우리의 지혜를 모으고, 문제 해결을 위하여 모두의 노력을 기울일 때이다.           



작가의 이전글 바람의 손자, 이정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