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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n 06. 2021

자식을 잃은 부모의 삶

[넷플릭스 추천]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부모는 그대에게 삶을 주고도, 이제 그들의 삶까지 주려고 한다”


부모에게 자식은 어떤 존재일까? 어릴 적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왔음에 어쩌면 애증의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의 부모님을 사랑한다. 반대로 나의 부모도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 많은 것을 포기하고 베풀며 나를 키워왔다. 아무리 못난 자식일지라도 자식이었다. 만약 사랑으로 가득 차지 않은 가족이더라도 자녀가 한순간에 곁을 떠나간다면 부모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넷플릭스 단편 영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12분으로 짧게 제작된 단편 영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은 총기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딸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부모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에서는 대사 대신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각 인물의 그림자로 표현했다. 부부는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떠나버린 아이를 생각하며 스스로와 서로를 원망한다. 덤덤히 일상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지만 결국 아이가 남기고 간 작은 흔적 하나에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열린 땅의 방문에서 부모의 그림자와 딸의 그림자가 서로 마주하며 과거 회상이 시작된다.



부모의 전부였던 어린 딸


아이의 나이는 고작 10살. 부모의 세상의 빛이자 전부였던 어린 딸은 밝고도 명랑했다. 그렇게 맑았던 어린 딸은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등교했고 누군가가 쏜 총에 예고도 없이 허망하게 곁을 떠났다.


흑백으로 변해버린 그들의 세상에 오직 색으로 남아있는 것들은 떠나버린 딸의 기억뿐이었다. 딸이 입었던 옷, 딸과 함께 떠났던 여행풍경, 딸의 생일, 그리고 딸이 떠나던 날의 책가방까지. 절망스러운 세상 속 남아있는 그 색들이 부모를 끊임없이 아프게 한다.


부모는 모든 게 원망스럽다. 그날의 사고를 막지 못한 서로가 원망스럽고 스스로가 원망스럽다. 그림자로 간절하게 표현되는 부모의 마음은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딸이 그들의 전부임을 보여준다.


딸의 그림자와 만난 부모의 그림자는 딸의 짧았던 인생을 회상하며 그때의 포근함과 나눴던 사랑들을 회상한다. 회상 끝에 결국에는 와버린 사고의 날에 그들의 그림자는 온 힘을 다해 딸의 등교를 막고자 하지만 끝내 막지 못한 현실에 그들은 또다시 좌절을 반복한다.


부모를 잃은 자식은 고아, 남편을 잃은 아내는 과부라 칭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는 감히  아픔을 표현할  없어 부를  있는 이름이 없다 하였다.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대사가 없는 애니메이션이기에  아픔과 간절함이 이로 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을 몸소 느낄  있었다.



영화 속 OST 1950 - King Princess


떠난 딸의 방에서는 우연하게 킹 프린세스의 1950이 흘러나온다. 떠나버린 아이의 마음과 동시에 부모의 마음을 담고 있는 듯한 이 노래에 꽤나 마음이 아프고도 먹먹하다.



So I’ll wait for you

I’ll pray

I will keep on waiting for your love

For you

I’ll wait

I will keep on waiting for your


[난 널 기다릴 거야

네 사랑을 위해 기도하고, 기다릴 거야

널 위해서

난 기다리고 기다릴 거야 ]


I hope that you’re happy with me in your life

I hope that you won't slip away in the night

I hope that you’re happy with me in your life

I hope that you won't slip away


[네가 나와 함께 있음으로 행복하길

네가 한밤중에 날 떠나가지 않기를

네가 나와 함께 있음으로 행복하길

네가 떠나가지 않기를]



애니메이션 속 딸의 그림자는 부모의 사랑만큼 그녀도 그들을 사랑했음을 보이며 그녀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며 행복하길 바란다. 회상 끝에 결국 끊임없이 절망하고 괴로워하는 부모를 보고 아이의 그림자는 결국 자신의 몸을 던져 부모에게 밝은 빛을 선사한다.


떠난 이의 기억을 붙잡고 자신의 생을 포기하는 것. 그것이 부모를 두고 떠난 어린 딸이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남겨진 이들에게 가장 잔인한 말이 되지만 결국 산 사람은 살아야 하며 어떻게든 살아가게 된다. 아이가 마지막에 남긴 말은 부모에게 오랜 비가 되어 내리지만 결국 부모는 그 말로 다시 일어날 것이다.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사랑해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허망한 사고들


미국 내 모든 총기사고 정보를 기록하는 ‘총기 폭력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은 17세 이하 어린이는 1373명에 달한다. 이중 0~11세 어린이는 299명이라고 한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며 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생각났다. 얼마 전부터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그 사건부터 사고에 대한 늦은 대처로 무수한 아이들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던 일까지


부모들에겐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들의 죽음. 아픔이 되고 절망이 되는 허망한 사고들이 결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임을 이 애니메이션은 무겁게 담아내고 있다.


나는 고작 10분 남짓되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꽤나 오랜 후유증을 앓았다.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고 많은 생각들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제93회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 한 번쯤은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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