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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형 Jan 26. 2024

묘한 이야기

길고양이 관찰 보고


                       

 1. 시작하며     


 나는 길고양이 일가를 일곱 달간 만났다. 그 시간만큼은 더없이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낯설어 했다. 적대적으로 여기기까지 했다. 그들은 내가 새끼 일곱 마리를 부양한다고 고백할 때면 나를 걱정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고양이와 공동체를 이루어 보려는 내 시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고양이에 대한 경계심은 고양이의 본성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길고양이 일가가 머무는 동안 나는 집에 들어오면 그것들에 매였다. 여가 활동에 쓸 시간을 긁어모아 그것들에 집중했다.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지쳐 피로가 쌓인다. 하지만 고양이를 보는 순간 눈 녹듯이 사라진다. 고양이의 실체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그동안 유지해온 인간으로서 권위는 서서히 파괴되었다. 

 도시에 대한 내 믿음이 흔들리고 내 영혼이 황량해질 무렵, 길고양이가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가급적 도시로 향하는 시선을 고양이에게로 향했고, 가족한테 질투를 유발하기까지 했다. 도시와의 거리를 벌리는 만큼 고양이와 거리가 좁혀지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도시에서 보낸 시간의 대부분이 허세라는 걸 고양이를 만나며 알게 되었다. 나는 도시가 괄시하더라도 여간해서 기가 죽지 않는다. 나한테는 이제 자연의 원형인 길고양이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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