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국은 다양하게, 일본은 충분하게 - 문화가 만든 UX

빠르게 판단하는 한국, 충분한 정보가 필요한 일본

by 이재구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한국과 일본의 UX는 많이 다릅니다. 한국 사용자는 “알아서 한다 “라는 속도로 우선 눌러보며 움직이고, 일본 사용자는 “확인하고 안심한다”는 과정을 거쳐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두 나라 모두 ‘사용자 중심’을 말하지만, 그 중심을 구성하는 기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 묻기 전에 보여주는 UX

Group 1.png www.naver.com

한국의 UX는 복잡하지만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한국 사용자는 핵심만 잘 정리된 화면보다 '아마도' 필요할 것 같은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보고 싶어 합니다. 한국 포털사이트'네이버(Naver)'로 상징할 수 있는 화면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한국 포털사이트는 뉴스, 날씨, 쇼핑, 주식, 웹툰, 검색창이 한 화면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다른 문화 사용자에게는 복잡할 수 있지만, 대다수 한국 사용자에게는 익숙한 질서입니다.


한국 사용자는 화면을 스크롤하거나 페이지를 변경하지 않아도 서비스가 알아서 어딘가에 정보를 '잘' 보여줬을 때 더 반응합니다. 검색하기 전에 이미 뉴스를 보고, 날씨를 확인하며 쇼핑 영역을 통해 쇼핑을 시작합니다. “묻기 전에 보여주는 구조”, 이게 한국 UX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UX가 정보를 많이 담는다고 완성되는 건 아닙니다.


화면 안에는 많은 정보를 담지만, 서비스 맥락 안에서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필요할 법한 정보’를 '알아서 잘'선별해 보여줘야 합니다. ‘알아서 잘’이 가능한 이유는 한국은 비슷한 교육 수준과 문화를 공유하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유사한 사고방식과 표현 구조에 익숙해, 서비스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맥락을 빠르게 이해합니다. 결국 한국의 UX는 공통된 이해를 전제로 작동하는 암묵적 설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한국 UX 디자이너는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미리 배치해 두고,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둡니다. 한국 UX는 정보가 단순할 때 서비스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 맞는 정보가 다양할수록 선택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 UX 디자이너는 필요할 것 같은 정보를 먼저 제공함으로써 선택권과 통제권을 사용자에게 미리 넘겨줍니다.


일본 -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UX

Group 2.png https://www.yahoo.co.jp/

일본의 UX는 차분하고 신중하며, 안정적입니다. 사용자는 행동하기 전,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한 뒤에 움직입니다. 버튼 하나를 누르기 전에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안심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니토리(Nitori)'와 '야후 재팬(Yahoo! Japan)'입니다.


니토리의 상품 페이지에는 제품 크기, 소재, 주의사항, 세탁 방법, 법적 고지까지 세세하게 표기되어 있습니다. 사용자는 그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충분히 고민한 뒤 결제 버튼을 누릅니다. 야후 재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뉴스, 쇼핑, 이메일, 금융, 검색 등 수많은 기능이 한 페이지에 빽빽하게 들어 있지만, 각 영역은 텍스트 중심의 명확한 설명이 포함된 링크 형태로 연결돼 있습니다.


처음 일본 서비스를 접한 사람에게는 다소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본 사용자에게는 이런 구조가 익숙합니다. 이런 UX는 일본 사회의 불확실성 회피 성향에서 비롯됩니다. 재난과 규제, 소비자 보호 중심의 문화 속에서 서비스와 사용자 모두 ‘혹시 모를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합니다. 그래서 일본 서비스 역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모든 상황을 명확히 설명하는 구조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의 풍부함은 단순한 과잉이 아닙니다. 일본의 UX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결정을 내리는 데 꼭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그 안에서 충분히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즉, 정보를 단순히 많이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깊이 이해시키고 전달하기 위한 설계입니다. 결국 일본 UX는 다양한 정보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의 적합성과 깊이에 집중합니다.




한국과 일본 서비스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UX를 설계합니다. 한국은 사용자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일본은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충분히 설명하는 구조를 택합니다. 두 문화 모두 사용자를 중심에 두지만, 그 중심을 이루는 경험의 방향은 다릅니다. 한국은 행동 효율성을 중심으로, 일본은 사용자가 필요한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설계합니다.


*이번 글은 한국과 일본 대표 서비스 중심으로 UX 특징을 정리한 글입니다. 모든 서비스에 대입할 수 있는 설명이 아니며 서비스에 따라 다양한 UX 전략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