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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연 Jenny Jan 14. 2023

장롱면허 박모씨의 운전 도전기

제 2화


 1월 10일은 제가 타게 될 아반떼의 원 소유주인 아버지의 자동차 보험 갱신일이라고 하십니다. 어차피 구정즈음 차를 정식으로 받아 오려했던 터라 조금 일찍 등기를 이전하기로 합니다.
 차주가 되려면 보험을 먼저 가입해야 합니다. 나도 주변 사람들도 책임질 수 있어야 운전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허가해 주는 것 같습니다. 차주가 되는 것과 어른이 되는 것이 비슷한 것 같은데, 어른이 될 때에도 보험을 들고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자동차보험료가 초보운전자에게는 엄청 비싸네요. 초보어른의 수업료를 아직 내고 있으니 보험료도 어마어마했겠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저의 자동차 운전 4일 차 수업은 이제 제 차가 된 아반떼로 아빠와 함께 합니다. 엄마와 여동생의 운전을 가르친 아빠는 나름대로 베테랑 운전 강사입니다. 한적한 금요일 낮의 종합운동장 내를 한 바퀴 돌아보자고 하시더니 운전 감각이 나쁘지는 않다는 총평이십니다. 칭찬 같은데, 바로 도로로 데려 나가시려는 미끼인지는 좀 헷갈립니다.

 도로에 나가서 제일 어려운 것은 차를 차선 중앙에 맞추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신경 쓰다 보면 차체가 주로 오른쪽으로 치우칩니다. 이러다 자칫하면 차선을 침범할 수 있다고 여러 번 주의를 들었습니다.

 차선 맞추기가 어려운 이유는 차체가 서서히 밀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팔에 힘을 빼고 핸들을 잡아야 한다는데 프리다이빙도  요가도 골프도 '힘을 빼세요'가 기본이더니 이번에는 운전입니다. 현대인들의 어깨가 결리는 이유 일 순위가 '늘 새로운 걸 배워야 해서'여야 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아빠와의 다음 연습에서는 그래도 지적받은 내용을 신경 써서 그런지 차체가 치우치는 경향이 조금 줄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차선에 너무 붙었는지 갑자기 옆차가 경적을 울립니다. 아빠와 집에 와서 대화하면서 찾은 진짜 문제는 제가 차선을 침범하는지 어떤지 스스로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골프 강습받을 때도 강사님께서 자꾸 이번에는 어떻게 친 것 같아요?라고 종종 물어보십니다. 자세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면 언젠가는 고칠 수 있지만 모르면 더 큰 문제라는 강사님 지론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골프 강습 때 나쁜 자세를 인지한 것처럼 언젠가는 차선과 제 차의 위치도 자연스럽게 아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제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아는 일은 오늘처럼 매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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