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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Sep 09. 2020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게 뭔데?

[단편에세이] 내면과 동기 들여다보기


처음 느낀 사람들 앞에서의 전율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화려한 언변을 자랑했다. 우리 학교는 자사고라서 금전적으로 풍족하고 성적도 내로라하는 아이들만 모신 곳이다. 다들 스펙 쌓겠다고 대외 활동에 욕심이 많은데 선생님의 pick 중에 내가 성적은 그저 그렇지만 리더십과 스피치 능력, 사교성이 좋다는 이유 때문에 학교 대표로 국회 리더십 캠프를 간 적이 있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스펙을 쌓으려 가는 곳이어서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그중 모의국회도 진행했는데, 실제로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고 상정하고 통과되는 과정까지 똑같이 진행됐다.



원래부터 발표와 PPT 준비에 재능이 있었던 나는 리더십 캠프에서 진행한 모의국회 시간에 1등을 거머쥐었다. 그때 우리 팀의 발의 법안 제목은 '성범죄자 삼진 아웃제, 물리적 거세'였다. 인권을 문제로 많은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철저하게 논리와 근거, 대안을 준비한 덕분에 우리 팀의 법안이 상정되었다. 나의 능력을 두드러지게 드러내어 국회의장 상까지 받았다. 어쩌면 이때부터 대중을 매혹시키고 자극적인 주제로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관심이 좋았다.



캠프에서 강사분들이 강의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런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나는 자극적인 이슈로 관심을 끄는데, 그들이 관심을 끄는 방법은 달랐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학교 도서관에서 이런 직업의 명칭을 뭐라고 하는지 찾기 위해 온갖 책을 뒤져봤다. 비슷한 강의를 한다는 저자의 직업 명은 '기업교육 강사'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기업교육 강사였구나..' 단순히 대충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기업교육 강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면, 그리고 강사가 되면 내가 느꼈던 마음의 울림을 주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기업을 상대로 강의하는 사람들을 살펴봤을 때 내가 원하는 내용의 강의와는 동떨어진 내용을 하는 것을 보고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회사를 위해 더 몸 바쳐 일하고 충성할 것인가?'



개인적인 이슈로 잠시 미래에 대한 꿈을 접어놓았을 때가 있다. 그 인고의 시간 동안 다시 한번 꿈을 점검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기업교육 강사가 맞는지 되돌아봤다. 아니다. 나는 사람들이 회사를 위해 몸 바쳐 일하도록 만들고 싶지 않다. 고로 내가 원하는 것은 기업교육 강사가 아니다. 멍청하게도 이걸 깨닫는 시간이 5년이 걸렸다.


그럼 대체 내가 하고 싶은 건 뭐지?







인생의 전환점, 체인지 그라운드와의 만남




https://youtu.be/aIU1-gDDqXo



 깨달았을 때가 SNS가 열풍 하기 시작할 땐데 동시에 자기계발 콘텐츠들이 무성했다. 그러다 '인생 주례'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보았다. 내가 결혼을 한 상태라 큰 공감이 됐고, '이 사람이 말하는 게 나랑 같은 생각인데 뭐 하는 사람이지?' 찾아보게 되었다. '체인지 그라운드'라는 채널의 의장이었다. 채널을 훑어보았다. 내가 고등학교 때 느꼈던 전율 이상의 것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이거다! 이게 내가 원하는 콘텐츠야!



'체인지 그라운드' 유튜브 채널



체인지 그라운드를 알게 되고 이틀 후, 채용공고가 떴다.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무려 재택근무에 독서비 지원, 개인이 성장하는 데 도움까지! 워킹맘인 나는 너무도 욕심나는 조건이었다. 이걸 알게 된 게 마감 이틀 전이라 대상 없는 분노와 슬픔이 치솟았다. 그래도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틀 밤을 새워서 카드 뉴스를 만들고, 자기소개서와 독후감을 작성해서 지원했다. 어설픈 확신이 있었다. '나 같은 스토리는 없겠지.'



결과는 당연하게도 떨어졌다. 신영준 의장님은 엄청 신사적으로 메일을 보내주셨다. '너무 안타깝게도.....' 실력도 없는 내가 고작 이틀 준비하고 붙을 거라 생각한 게 어리석지만, 그래도 희망이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이틀 밤도 새울 수 있구나.
내가 콘텐츠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 이후로 실력을 기르기 위해 달렸다. 독서, 콘텐츠 제작, 글쓰기 등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해 불씨는 꺼졌다. 현실의 삶이 너무 고달파 이런 자기계발이 사치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냥 지금 다니는 회사가 안정적이고, 대기업이니까 오래오래 정년까지 다녀야겠다 체념했다.








미안하지만 안정적인 건 없다. 그러고 싶겠지만...



 모든 자기계발러들의 공통점은 내면에 갈급함이 있다는 것이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무언가 불만족스럽고 내면이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안정된 직장을 가졌음에도 나 또한 그랬다. 그러나 그 마음을 모르는 척하고 싶었다.



내가 나를 위해서 사는 순간 아이들에게 나쁜 엄마가 되고, 남편에게 나쁜 아내가 되며, 시부모님께 나쁜 며느리가 되는 그 상황이 싫었다. 내가 나 자신을 '착한 며느리'라는 틀 안에 가두고 있었다.



매일같이 안전과 안정의 틀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지만, 실천할 용기가 없었다. 마음이 하나도 편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회사도 안전하다는, 안정됐다는 보장이 없다. 언제 없어질지, 언제 보직이 변경될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냥 내가 안정된 곳이라 믿고 싶었던 거다.



그러다 남편과 국가의 부름 때문에 한 달 동안 강제 이별을 겪었다. 더 이상 이런 의존적이고 내가 없는 삶이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어떤 상황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로 생이별을 하다 보니 남편이 갑자기 없어진다면 내가 의존하고 있는 부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다.



남편과 나를 분리하기로 했다. 시댁과도 아이들과도 나를 분리하기로 했다. 나의 삶을 살아야 불안함이 없어질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마음의 양식과 실력을 키워가기로 결심한다.



다행히도 내가 의존하며 기대치를 가지던 삶을 버리고 나의 내면에 집중하니 주변 모든 관계가 좋아졌다. 힘을 받아 더욱 노력하기로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플랫폼이 부족할 것 같아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 매일 1편 이상의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지금 보이진 않지만 언젠간 달라질 거란 믿음으로 부단히 달려가고 있다. 내가 가진 건 부단함뿐이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해야 하는 것



 중간에 방황하던 공백기가 있었지만 그 시간 동안 진정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나에게 처음 감동을 주었던 강사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내용으로 강의를 하고 싶다. 체인지 그라운드의 콘텐츠처럼 동기부여가 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며 성장하고 싶다.



나는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람 사는 게 이런 거구나 느끼면서 일하고 싶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고, 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돈을 위해서가 아닌 가치를 쫓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선한 가치, 선한 영향력을 풍기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이것들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2가지다.




첫째, 나만의 브랜드를 가지는 것이다.

어떤 스토리텔링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줄 것이며,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일 것인지.

나의 무엇으로 사람들이 내 콘텐츠만의 특성을 보고 평을 남길 수 있게 할지.


'김선비는 이런 사람이구나.'
'김선비를 통해 서면 이런 걸 얻을 수 있구나.'.
'김선비 콘텐츠를 보면 의지가 솟아!'


아직 찾고 있고 공부 중이다. 나의 경험만으로는 부족하기에, 글쓰기 실력을 기르고 많은 독서로 인사이트를 키우고 전파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공부해서 정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둘째,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마케팅이다.


나는 영업과 장사엔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콘텐츠로 먹고 살라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홍보해야 한다. 내가 수억을 들여서 광고를 할 수도 없고, 순전히 내 노력으로 해야 하기에 꼼수 부리는 건 원치 않는다. 콘텐츠 제작 실력을 키워서 퀄리티 좋은 결과물을 내놓고 마케팅을 공부해서 소비자와 독자들의 심리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 생각보다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되게 복잡하고 어려워서 놀랐다. 뜬구름 잡지 않으려면 정말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마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로 살아가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것도 엄청난 재미라는 사실을 요즘 깨닫는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단 1분 1초라도 낭비하지 않고 나를 위해 투자하기. 정말 중독성 강하다.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것 자체가 두려울 때가 많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가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의 삶이 일치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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