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때 개인적인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떠돌이 생활을 했었다. 그때 나를 붙잡아준 은인과도 같은 연극 선생님이 계셨다. 엄마가 없는 나에게 엄마가 되어주시고, 형제가 없는 나에게 언니가 되어주시고, 주변의 친구들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되어주셨다.
선생님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의 마음을 알아주셨고, 다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서울 낙성대로 매주 목요일마다 #마커스 찬양 예배에 데려가셨다.
하루는 마커스 예배에 특별한 손님이 오셨다. 유명하신 분인진 모르겠지만 열심히 사는 분이었다. 1년에 6개월은 뉴욕에서, 3개월은 파리에서, 2개월은 저개발 국가, 1개월은 한국에서 지낸다고 하셨다. 독특한 삶이다.
그는 경북 포항에 있는 한동대학교를 졸업했다. 아는 사람은 어떤 학교인지 알겠지만 보통 잘 모른다. 그분은 시골에 있는 아주 작은 학교라고 표현하셨다.
나는 고등학교 때 한동대로 입시 준비를 해서 알고 있다. 공부를 잘해야 하고, 글로벌한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며, 일반 대학과는 좀 다른 비범한 매력을 가지고 있단걸.
ⓒ한동대학교 슬로건
그분은 예배에서 자기 스토리를 말해주셨다. 그가 다녔던 한동대학교에는 어딜 가도 'Why not change the world?'가 붙어있다고 한다. 한동대의 슬로건인데 세상을 변화시키라는 메시지가 각 교실마다, 기숙사 방마다, 계단을 오를 때도, 심지어 자판기에 종이컵에도 쓰여있는 무시무시한 학교다.
처음엔 부담스럽고 어렵게 다가왔던 세상을 변화시키라는 문구를 4년 동안 보다 보니 세뇌가 되어 그는 본인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고 졸업하자마자 간 곳은 바로 군대, 최전방 DMZ를 총괄하는 GOP였다.
대학 때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되겠다고 결심한 그인데, 세상과 단절된 곳으로 가게 됐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그곳에서 그는 재미있는 상상을 한다. 군대에서 '가상의 대학'을 세우겠다는 상상이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수업 들을 가르치는 대학이다.
리더십, 자기계발, 긍정, 국제적 인재가 되는 법 등 여러 가지 수업을 정하고 최고의 교수진을 세운다. 예를 들어 리더십에는 인천 국제공항의 대표님, 긍정 수업에는 조엘 오스틴, 영화배우 안성기, 故 박원순 시장, 아시아 최초 미국 워싱턴주 상원 의원 신호범 등 각 분야에서 쟁쟁한 전문가들로 상상한다.
이분은 상상에만 그치지 않고 그 교수님들을 초청하는 편지를 쓰고자 결심한다. 사람이 고립되어 있다보니 제정신이 아니게 된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편지를 썼던 과정을 설명해 주셨다. 너무 고립되어 있는 최전방이다 보니 편지지 보급도 잘 안됐다. 가지고 있는 건 매일 아침마다 배급되는 우유뿐. 우유를 마시고 우유갑을 펼치고 씻어 볕에 말려 그 위에 편지를 썼다.
안녕하십니까. 최전방에 있는 dㅇㅇ입니다. 여기는 인터넷도 안되고, 핸드폰도 안되고, 세상과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어 있지만 저는 당신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싶은 열정 있는 청년입니다. 이 열정 있는 청년이 만든 가상의 대학, 우유곽 대학에 교수님을 초청합니다.
다들 알겠지만 우유갑의 재질은 보통 종이와 다르다. 볼펜으로도 잘 안 써져서 꾹꾹 눌러가며 써야 하지만 가상의 대학을 이뤄내겠다는 그 집념 하나로 손이 아파도 참고, 남들이 뭐라 해도 견디며 편지를 썼다. 쓰다 보니 100통 넘게 썼고, 그리고 실제로 보냈다. 결과는 목표했던 교수들을 거의 다 만나게 되었다.
최영환 대표는 4개월 동안 교수진분들을 만나기 위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가장 뜨거웠던 만남은 청년들과의 만남이었다고 말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란 꿈을 가진 청년들은 전 세계에 있다. 최대표는 뜨거운 청년들을 이어주는 네트워킹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진다. 한국에 와서 회사를 만드는데 지은 이름은 'M Tree'(이하 엠트리). 성경에 나오는 겨자 나무의 비유를 딴 이름이다. 전 세계 청년들이 겨자씨 하나처럼 매우 작아 보이지만 이들이 네트워킹을 통해 하나로 모여 큰 나무를 이루면 온 세계가 평안을 얻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지은 사명이다.
ⓒ m tree
최대표는 회사를 지구촌 중심에 있는 뉴욕에 세우겠다고 결정한다. 문제는 돈이 없고, 미국에 회사를 세워야 하는데 비영리 회사를 세우려면 미국인만 세울 수 있다. 그래서 무작정 뉴욕으로 가 뉴욕인들에게 최대표의 꿈을 설명한다. 차비가 없어 2~3시간씩 걸어가며 구한 결과 3명의 이사진이 결정되고 회사를 세웠다. 글로벌한 일을 할 계획이니 대표는 외국인으로 섭외하자는 뉴욕인 이사진들이 대표를 최영환 대표로 결정한다.
엠트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미술 교육을 한다. 밥도 못 먹는 아이들에게 왜 미술교육인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가야 한다. 밥도 못 먹는 아이들이 꿈도 가지지 말라는 법은 없는 법. 아이들이 미술을 통해 내면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걸 도와주기 위해 각 세계의 청년이 함께한다. 또한 아프리카 아이들이 스스로 경제적 생활을 할 수 있게끔 직접 만든 아트 작품들로 세계 브랜드들과 협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영리 회사이다 보니 수입이 없어 운영이 어려워졌다. 후원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런 네트워킹과 선한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 멤버십을 만들고, '우리가 이런 선한 일을 하고 있어요'를 보여줄 수 있는 매거진을 만들어 판매하는'Out of boat' 라는 회사를 만든다. 한 달에 10달러(12000원)으로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나는 Out of boat의 장기 멤버다. 고등학교 때 최영환 대표의 간증을 듣고 감명받아 성인이 되고 수입이 생기면서부터 월 12,000원의 금액 정도면 부담되지 않겠다 생각하고 가입했다. 조금이라도 선한 가치를 추구하고, 착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럼 괜찮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의 처지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었다. 저런 곳에 어울리고 참여하려면 뭐라도 되어야지라는 생각이 매우 강해서 월마다 돈만 내는 프로 잠수러였다.
그러다 진짜 더 이상은 나태함에 안주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아웃 오브 보트에서 '선한 가치 클래스'가 열렸다.
ⓒ Outofboat Instagram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이 힘든 요즘, 오히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청년들이 온라인으로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선한 가치 클래스에 참여하고, 놀라운 삶을 살았던 최영환 대표와 꿈을 품은 뜨거운 청년들의 만남이 성사된다. 그리고 삶을 나누며 선한가치들이 창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