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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Sep 11. 2020

김선비의 자아성찰

[단편에세이]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기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일까?


도대체 내가 이렇게 피곤한데도 새벽 기상을 하고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했다.



어젯밤에 적어도 10시 30분에 잠들 수 있었지만 나의 욕심으로 12시 40분에 잠들었다. 블로그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걸 보면서 한 번이라도, 5분이라도 들여다보고 활동하면 더 성장할 텐데 싶어서 컴퓨터를 끄고서도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시간도 이미 늦었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독서까지 했다.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나는 내가 원망스럽다. 오늘이 이렇게 피곤할 걸 예상했다. 그리고 피곤하면 안 되는 날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욕심과 조급함으로 물을 엎질러버린 내가 한심했다.







 오늘은 우리 팀에서 나 혼자 근무하는 날이다. 원래 4명이 우리 팀이었는데, 그중 한 명은 출산 휴가, 한 명은 병원 내원으로 오후 반차, 한 명은 급한 사정으로 연차. 나 혼자 4명 분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참 너무 배려 없다는 야속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접어놨다. 나 또한 그런 상황이었던 적이 있고,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예정되어 있었던 휴직, 휴가자 말고 급박하게 사용하게 된 나이는 많지만 경력은 제일 막내 직원이 긴급 연차 사유가 '집안 일과 어머님께 얼굴 비추러'였다.


차라리 '말씀드리기 곤란한 집안 사정이 있어서요'라고 했으면 내 화가 덜 났을 것 같은데 실제로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게 맞겠지만 저렇게 말하는 게 얼마나 기분이 언짢았는지 모른다.



상대방의 기분 좀 생각하고 말하세요.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표현이라고 알려줬다. 그에 대해 반성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너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기분이 언짢게 얘기하려고 작정했었다.


어제는 그 감정에 압도되어 자기 전까지 기분이 울적했다. 어디다 하소연하고 싶고 화풀이하고 싶은데 내가 내 감정을 못 다스린다는 걸 티 내는 것 같아 꾹 눌러 참았다. (실제로 나는 불안, 공황, 기분 장애가 있어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서 오늘이 걱정됐다. 오후부터는 나 혼자 있어야 하고, 요즘 물량이 많아서 업무량이 증가했는데 대책도 없이 어떻게 감당하라는 건가. 심지어 나는 재택근무 중.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있는 생각들을 먼저 정리했다.


우선 어머님께 양해를 구했다. 오늘은 내가 혼자 일하니 정말 아이들의 방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죄송하지만 도와달라. 알겠다고 하시는 어머님이지만 안 괜찮으심이 보이는 며느리. 어렵다 이 역할.


두 번째로 결심했다. 퇴사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 그냥 쏠쏠한 월급을 벌기 위해서 내 관심사도 아닌 일을 평생 직업으로 가지고 싶진 않다. 내가 원하는 일로 벌어먹고 살고 싶다. 하지만 이것은 엄청난 실력과 마케팅이 필요한 일이다. 실력 없고 준비 없는 무작정 퇴사는 어리석은 일이다. 빌어먹을. 분노가 가득 찬 마음으로 하루라도 부단함을 버리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세 번째는 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기로 했다. 너무 잘하겠다고 안되는 일을 발버둥 치다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안 그래도 손목이 수술을 해야 하는 상태인데 일을 계속하는 게 얼마나 무리였는지 모른다. 더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다.







오늘 그냥 대충 미라클 모닝 인증샷만 찍고 다시 잠들 수 있었다. 그래봤자 고작 2시간이지만 그게 어딘가. 이리도 피곤한데! 하지만 오늘 일하는 중에는 여유가 전혀 없을 것이고, 저녁에도 일이 있어서 글을 못쓸 것 같아 일어났다. 나를 채찍질했다.


오늘의 피곤한 나를 벌떡 일으켜 세운 것은,

1. 분노 섞인 미래에 대한 갈망

2. 오늘의 부단함을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함

3. 빨리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조급함이 합쳐진 것.


하지만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다 보니 또 감정이 추슬러진다. 참 사람은 신기하다. 글의 힘은 강력하다.





내가 아이들에게 아침마다 해주는 말이 있다.



정말 사랑받는 사람은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야.
오늘 너희가 사랑을 받기도 하고
사랑을 나눠주는 하루가 되길 바랄게.


아이들에게 말하려면 엄마부터 실천해야 한다.


어리석은 분노와 조급함으로 하루를 망치지 않길.

이해와 배려, 인내로 사랑하는 하루가 되길.

감정에 압도되어 행동이 지배받지 않길.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여 나의 소중한 부단함을 지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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